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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회의 창은 열리는가

북미관계의 미래를 예측불허의 평양과 워싱턴 두 지도자의 정치적 협상에만 맡길 수는 없다.

  • 박명규
  • 입력 2018.03.15 17:15
  • 수정 2018.03.16 09:48
ⓒhuffpost

드디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기회의 창이 열리는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한 평화외교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진행 중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특사단의 방북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합의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었다. 교착된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합의된 것도 큰 뉴스지만 험한 설전을 이어가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기로 한 것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놀라게 만들기 족하다.

 

놀라운 진전, 그다음 행보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예상키 어렵지만 전쟁을 우려할 정도로 긴박했던 남북 사이에 평화를 향한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상호소통의 큰 길을 연 것 자체가 커다란 진전이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도, 우리의 중재로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된 것도, 비핵화, 북한체제 보장, 남북교류, 북미관계 개선, 평화체제와 같이 중요한 문제들이 포괄적으로 대화테이블에 올라오는 것도 새로운 상황전개다. 당사자들의 진정성, 정교한 준비와 실무적 협의가 충분히 보장될 것인가가 관건이지만,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타결할 흔치 않은 기회임도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자리를 빨리 뜰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전세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을 위한 위대한 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은 현재 상황이 지니는 가능성과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다.

 

ⓒJorge Villalba via Getty Images

 

북한이 한국의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고 북미관계의 개선 용의를 명료히 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직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과거의 실패사례에 대한 참조도 중요하지만 북한을 지나치게 고정된 상수로 보지 않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작은 가능성을 크게 만드는 지혜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것과 연동하여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각종 대화채널 복원, 교류협력 진전, 개성공단 복원을 비롯한 후속조치도 당연히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합의서와 두차례의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던 정신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남북관계의 불가역적 평화상태를 제도화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북미관계를 대화테이블로 이끄는 데는 정직한 중개자적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크다. 그런데 앞으로 중개자 역할과 당사자 역할을 조율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북미관계의 미래를 예측불허의 평양과 워싱턴 두 지도자의 정치적 협상에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조율과 점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정책구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평화구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다. 이런 정책의 재조정이 북한으로 하여금 전향적 태도를 취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으로서의 평화구상이 어떤 한반도 질서를 목표로 하는지 아직 불분명하다. 긴장완화라는 원론적 차원을 넘어, 한국전쟁의 마무리, 평화체제로의 전환,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군축과 북미수교 등 복잡한 사안이 포함되는 한반도 새질서 구축의 설계도가 준비되어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구축의 상호관계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평화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절실한 국민적 합의와 지지 역시 이런 중장기적 비전 위에서 얻어질 것이다.

 

섬세함과 끈기로 대전환을

앞으로의 진행이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지만 모처럼 찾아온 역사적 대전환의 국면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도록 국민적인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 정략적인 논란이나 냉소적인 태도를 넘어 촛불로 하나 되었던 시민정신이 평화구축의 자산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동시 발전할 수 있고 그것이 북미관계 개선과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의 노력을 통해 이데올로기적인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의 해묵은 대립적 사고를 뛰어넘고 수준 낮은 남남갈등의 방식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역사에는 도약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때로 기회의 창으로 불리는 전환의 순간도 분명 있다. 불교 용어를 빌린다면 점수(漸修)의 누적효과와 돈오(頓悟)의 파격적 돌파가 교대할 때 역사는 발전한다. 작금의 상황전개가 한반도 평화로 가는 질적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할 점수의 성실성과 끈기를 재확인하자. 물론 그 길에 역설과 반전의 굴곡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대비하고, 유리그릇을 다루는 섬세함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함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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