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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본능'을 저지해왔던 게리 콘이 결국 사임한다

'관세 폭탄' 계획을 저지하려 했으나...

  • 허완
  • 입력 2018.03.07 09:44
  • 수정 2018.03.07 10:39
ⓒPool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최측근 중 하나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발표한 ‘관세 폭탄’ 계획을 저지하려 했던 그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뒤의 일이다.

NYT는 콘 위원장이 몇 주내로 사임하기로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콘 위원장도 각각 사임을 확인하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이 ”역사적인 감세 및 세제개혁”을 도입하고 ”다시 한 번 미국 경제를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콘 위원장은 ”친성장 경제 정책들”을 도입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양측 모두 사임 이유는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보면, 콘 위원장의 사임은 관세 부과 계획을 놓고 벌어진 백악관 내 ‘무역 매파’들과의 전쟁에서 밀린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사임 발표 직전 트럼프와 콘이 관세 부과 계획을 놓고 또 한 번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무역정책 회의 도중, 콘을 지목해 관세 부과를 지지할 것인지 물었으나 그가 답변을 거부했다는 것. 

이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에 사임 소식이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워싱턴포스트(WP)는 골드만삭스 CEO 출신인 콘이 이끌어 온 NEC가 백악관 내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부서”였다고 전했다. 끝없는 혼란에 시달렸던 국가안보회의(NSC)나 다른 부서와는 달랐다는 것.

콘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 측근 중에서도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나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같은 보호무역주의자들과 대척점에 선 것.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다수 의원들 역시 콘을 신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콘이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콘은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못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그가 사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미국 주식시장이 들썩거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탁되기 전까지 민주당원이었던 콘은 백악관 내에서 ‘중도파’ 역할을 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에 반대했으며, 직장 내 LGBT 인권보호 정책을 유지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반발해 사직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임을 반려했고 콘도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증오 단체들을 규탄하는 데 있어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콘 사임설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부과 계획으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그가 막판까지 이 발표를 막으려 했고, 만약 이 계획이 실행되면 자신은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세 부과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콘의 후임으로 ‘무역 매파’ 성향의 인물이 지명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투자은행 KBW의 브라이언 가드너는 ”보호무역주의자들, 경제 국가주의자들이 현재 쇼를 주도하고 있다”며 ”그들이 (콘을) 다른 경제 국가주의자들로 대체한다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 총리와의 기자회견 도중  ”나는 충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을 (밑에) 두는 걸 좋아한다. 지금 분명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내가 결정을 내린다. 그렇지만 나는 보는 게 좋다. (두 사람이 충돌하는 것을) 보길 좋아한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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