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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3박4일, 남의 일 같지?

넌 이게 웃기니.....?

ⓒsbs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② 생존 연락법

 

새로 시작한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를 보다가 눈이 커졌다. 극중 혼자 사는 감우성이 화장실에 갇혔는데, 열어줄 사람이 없어서 3박4일간 나오지 못하는 장면에서다. 남편과 보던 친구는 배꼽 잡고 깔깔 웃었다는데, 나는 덜덜 떨렸다. ‘화장실에 갈 때 반드시 휴대폰을 챙겨야겠군!’ 솔로 생존본능이 자동으로 꿈틀댔다. ‘맞다, 혼자 사는 회사 한 선배도 베란다 문이 잠겨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했었지….’

홀로 생활을 하다 보면 혼자만의 여유를 마냥 누리는 시기를 지나,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 온다. 밤에 자다가 아프면 누가 119를 불러주지, 도둑이 들면 어떻게 도망가야 하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드라마 속 감우성처럼 누군가 나타나 구해줄 것 같다고? 아니다. 현실에선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망한 지 몇 주 지나 발견됐다는 고독사 뉴스는 남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안전한 홀로 생활을 위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홀로’를 결심한 순간 생존 연락은 필수다. 같은 홀로 친구와 거의 매일 생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살아 있냐?” “살아 있다!” 짧은 한마디에서 오는 안도감은 꽤 크다. 한동안 ‘1’이 사라지지 않으면, 전화를 건다. 다행히도 늘 별일이 없으니 때론 빼먹기도, 잊기도 하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나 살아 있어!” “나도 나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친구 번호를 단축키로 저장해놓고, 집 비번을 알려주고, 서로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안 하면 달려오거나 119에 연락하기로도 했다. 소화기 사용법을 익혀두고, 집 근처 가까운 경찰서, 소방서도 파악해뒀다. 같은 건물 사람들한테 절대 혼자 사는 걸 알리지 않았고, 현관에 남자 신발은 필수다. “그럴 정신이면 시집을 가라”는 유부녀 친구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는 안전한 홀로 생활을 위한 수칙을 지키고 있다.

모르는 이의 방문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 집에 없는 척하는 게 상책이지만, 응대해야 할 때는 “현관 앞에 두고 가 주세요”가 제격이다. 집 안에 들어와야 하는 경우는 친구를 불러야 안전하다. 밥을 시켜 먹을 땐 어떻게 하냐고? 앱을 활용하자. 휴대폰에서 결제하고, ‘집 앞에 두고 가 주시고 메시지 부탁드려요’라고 적어놓으면 그냥 두고 가신다. ‘아이가 자고 있으니’라는 이유를 대는 것을 빼먹지 말자. 앱은 얼마 정도 이상을 주문해야 배달 가능하니, 혼자 먹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밖에 없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라섹 수술을 재작년, 홀로를 결심하자마자 했고, 그렇게 무서워하던 수영도 배우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냐”며 갑자기 솟은 용기에 놀라워하는 가족들에게 비장하게 말했다. “혼자 살려면 앞이 잘 보여야 해. 도둑이 들거나 불이 나거나, 누군가 나를 납치하려고 해도 앞이 잘 보여야 도망갈 수 있잖아.” 그럼 수영은? “물에 빠져도 스스로 살아 나와야 해!” 물론, 나의 야무진 대답에 공감의 고개를 끄덕인 건 홀로 친구들뿐이지만.

우리가 유별난 것 같다고? 아니다! 대비해야 한다! 홀로들이여, 안전한 홀로 규칙을 공유해 혼자서도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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