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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 협박해 알몸사진 전송받아도 ‘강제추행’”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피해자를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피해자가 직접 찍은 알몸 사진 등을 전송받은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피해자가 찍어 보낸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의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함께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제추행·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2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강제추행의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Getty Images/iStockphoto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해야만 성립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를 포함한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해 추행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이 된다”며 “피해자들을 협박해 겁먹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알몸 등을 스스로 촬영하게 한 이씨의 행위는 피해자들을 이용해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직접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들을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알몸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자신에게 전송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일부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1심의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이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같은 정도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강제추행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연인이 하복부에 자신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 뒤 찍어 보낸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41)씨의 성폭력 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에 있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대상자로 해 그 신체를 촬영한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까지 포함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며 “김씨를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명예훼손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예비적으로 기소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적용해 50만원을 선고했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기계를 이용해 성적 욕망을 자극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해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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