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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올림픽 게이 선수들이 한국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조언

"공인과 유명인들이 나서서 커밍아웃을 해야한다."

  • 윤인경
  • 입력 2018.02.23 17:37
  • 수정 2018.02.28 12:00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게이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중에는 멋진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중의 애정을 능숙하게 다루며 매체의 슈퍼스타가 된 선수들이 많았다.

두 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한 거스 켄워시(26)는 올림픽 빌리지의 캐나다 프라이드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이번에는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4년 전 올림픽 때보다 ‘고개를 더 꼿꼿이 들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허프포스트코리아에 말했다.

“최악은 후회를 남기는 것이다. 내게 있어 이번 올림픽에서는 커밍아웃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올림픽에 참가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깨달은 채 돌아간다는 것은 내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상태로 메달을 땄던 지난 번에 비해 고개를 더 꼿꼿이 들고 돌아갈 수 있는 일이다.”

켄워시는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고, 1년 뒤 ESPN 인터뷰에서 커밍아웃했다. 켄워시에 대한 기사는 그의 섹슈얼리티를 주로 다루곤 하지만,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올해 올림픽 최고의 셀러브리티 중 하나가 되었다.

 

ⓒMike Blake / Reuters

 

그가 지난 주말 출전 전에 남자친구인 배우 매튜 윌커스와 나눈 가벼운 키스는 NBC를 통해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전해져 소셜 미디어에서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켄워시는 그 키스가 “당시엔 정말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 경기 전 행운을 비는 가벼운 키스였을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방송이 일으킨 파장에 기뻐하는 것 같다.

“어쩌다 올림픽 중에 카메라에 잡혔을 뿐이다 … 전세계,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를 포함한 [동성애가] 용납되지 않는 곳의 TV에 방영되었다. 정말이지 강력한 의견 표현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심지어 의도된 행동도 아니었다. 미리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거스 켄워시는 또한 ”동성결혼 법제화가 여전히 요원하고 증오발언이 넘쳐서 공개적인 커밍아웃이 힘든 한국의 성소수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나는 커밍아웃이 받아들여지는 국가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해서 진실된 자신을 찾는다면, 아웃을 하는 도중에 몇몇 사람들을 잃게 되더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여전히 클로짓 안에 사는 건 매우 해로운 일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면 사람들이 더 나서서 커밍아웃을 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타인의 의견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누구든 공직에 있거나 유명세를 가진 성소수자들이 먼저 나서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ric Gaillard / Reuters

커밍아웃한 다른 선수인 캐나다의 피겨 스케이터 에릭 래드포드는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공개적 게이 남성 선수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커밍아웃하고 나서 부담이 줄었다고 말한다. 그 덕분에 “내 자신을 예전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마침내 커밍아웃하고 난 뒤 나는 연기하면서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다. 내 자신을 예전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때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인생 전반의 모든 면에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래드포드의 말이다.

그 역시 한국 성소수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나의 조언은 당신 자신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가, 가족과 친구들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커밍아웃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진실한 자신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스스로를 받아들인다면, 우정이든 일이든 인생에서 필요한 것들을 더 잘 쟁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 허프포스트US가 함께 취재한 기사를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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