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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을 바라보는 가전업계의 심경은 복잡하다

광고모델로 쓰기는 어렵고, 남이 쓸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 김성환
  • 입력 2018.02.23 15:25
  • 수정 2018.02.23 16:34
ⓒMaddie Meyer via Getty Images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캐나다)와 2위(스위스), 4위(영국)를 연달아 제압하면서 돌풍의 주역이 됐다.

국내외 스포츠 팬들은 이른바 ‘팀 킴(Team Kim)’의 숨은 매력에 열광하고 있다.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얻은 주장(스킵) 김은정의 무표정을 담은 메신저 ‘이모티콘’이 등장했고, 그가 시합마다 외치던 “영미!”는 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될 듯 하다. 

이들의 활약상을 담은 온라인 영상물도 이어지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올림픽이 끝나면 ‘팀 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소기 광고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컬링 대표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광고 대본의 예상도까지 있다.  

선수들도 청소기 광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컬링 대표팀의 김영미는 2015년 인터뷰 도중 “빙판을 닦는 우리가 만약 메달을 딴다면 청소기 광고를 찍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안경선배(김은정)는 “요즘엔 로봇청소기 나와서 틀렸어”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화 자체가 청소기 광고의 한 장면 같다.  

ⓒPhil Noble / Reuters

이처럼 스포츠팬들이 ‘팀 킴’의 광고 캐스팅에 대한 열망을 키워 가고 있지만, 정작 청소기를 만드는 가전업체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 이유에 대해 연합뉴스는 23일 “청소기 광고 모델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유명인을 모델로 투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인데다 업체별로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국내 양대 가전업체로 로봇청소기·무선청소기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선뜻 캐스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는 “삼성전자가 과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적이 있고 이번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이긴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스포츠와 관련해서는 어떤 일이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이미 2017년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내세워 ‘코드제로 A9’ 청소기 홍보를 진행했다. 아이스하키 스틱과 닮은 청소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달리 동계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아니라는 점도 컬링 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하기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는 것이다. 

로봇청소기·무선청소기를 만드는 중소 가전업체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서울경제 보도를 보면, 대유위니아, 유진로봇, 다이슨 등 국내·외 청소기 생산 업체들도 아직 구체적으로 섭외를 추진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경제는 “아직 대회가 진행 중이고 최근 들어 스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각인보다 제품 성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전제품 광고의 경향이 방향을 틀었다”는 점을 꼽았다.

어쩌면 ‘팀 킴’의 청소기 광고 데뷔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헤럴드경제는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일선 가전 대리점에서는 이들을 광고모델로 투입하는 게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경쟁 브랜드에 뺏기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미! 실망할 필요는 없다. 

컬링을 소재로 한 광고 아이템은 청소기만 있는 게 아니다.

무궁무진하다. 

우선, 컬링으로 남성용 면도기 광고도 찍었다.    

콜라 광고도 있다. 

아예 컬링 종목을 홍보하는 광고도 있다.

심지어 금융상품 광고까지!

한국 광고 담당자들은 이 매력적인 광고모델의 경기를 보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 같다. 

“영미! (광고 할테니)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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