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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내놓은 학교 총기사고의 해법은 놀랍다

학교 총기사고 희생자 가족·생존자와의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 김성환
  • 입력 2018.02.22 18:02
  • 수정 2018.02.22 18:03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생한 학교 총기 사고 희생자의 부모와 생존 학생을 초청해 총기 사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학교 총기 사고 희생자의 가족들은 최근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수십년 째 반복되고 있는 ‘총기 규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돼 이 자리에 섰다. 제 딸은 지난 주 살해됐다. 미국이 그녀를 앗아갔다. (딸은 학교 건물) 3층에서 9발을 맞고 숨졌다. 나라가 우리 아이를 지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다시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이 여학생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파크랜드 시의 마저리 스톤먼 더글라스(Marjory Stoneman Douglas) 고등학교에 다니던 미도우 폴락(Meacdow Pollack)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그의 아버지 앤드류 폴락(Andrew Pollack)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일(학교 총기사고)이 벌어지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왜인 줄 아느냐.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중계를 위해 간담회 현장에 있던 카메라를 응시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얼마나 많은 학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더 총을 맞아야 하나? 현 정부와 내가 멈추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걸 바로잡기 전까지 난 결코 눈을 감지 않을거다.”

이날 간담회에는 트럼프 대통령 뿐아니라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 베스티 드보스(Betsy DeVos) 교육장관, 그리고 크리스틴 훈쇼프스키(Christine Hunschofsky) 파크랜드 시장도 참석했다. 또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벌어진 샌드 훅 초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 부모와 생존 학생 등 12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의 발언을 귀담아 듣는 듯 했다. 그러나 발언을 듣고난 뒤 그가 밝힌 입장은 “플로리다 총기 사고를 계기로 총기의 휴대를 제한하고 있는 법안을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학교 총기사고의 해법은 이렇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총기 공격에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체 교사의 20%에게 총기로 무장을 시키자는 것이다.

“만약에 그가 무장을 하고 있었다면... 총기를 사용해 공격을 제압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사고가 벌어진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운동 코치 애론 파이스(Aaron Feis)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파이스 코치는 운동 코치와 함께 학교 보안요원 역할을 맡고 있었다. 총기 난사가 벌어지자,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몸을 던져 학생들에게 쏜 총탄을 대신 맞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해당 학교를 관할했던 브로워드(Broward) 카운티의 보안관 스콧 이스라엘(Scott Israel)의 발언을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할 만 하다.  

그는 21일 허프포스트US에 “사건 당시 총기 난사범은 학교의 무장 경관을 지나쳐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없는 ‘교내 총기 자유지역(gun-free school zones)’의 운영을 폐지하는 대신 정신 이상자를 위한 의료 시설 개방을 늘리고 사고 예방에 필요한 정기 검진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그러나 이날 간담회 참가자 일부는 총기 규제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기를 사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 줄 아느냐?”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 총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학생 사무엘 자이프(Samuel Zeif)는 당시 총기 난사범이 범행에 사용한 자동소총 방식의 AR-15에 대해 언급했다. 

“콜롬바인 고교 총기 사고 이후 참사가 멈췄나, 샌디 훅 사건 이후는 어땠나? 지금 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같이 앉아 있다. 총기 사고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자이프는 샌드 훅 초등학교 사건 당시 6살 난 아들을 잃은 니콜 호클리(Nicole Hockley)를 가르키며 울먹였다.

“샌디 훅 사건이 벌어진 뒤, (정부는) 총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뒤 5년 동안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하나?” 

호클리의 말이다.  

미국의 최대 교원 단체이자 3만명의 교육 관계자 회원을 두고 있는 ‘전미교육협회(NEA)’ 회장 릴리 에스켈센 가르시아(Lily Eskelsen García)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학교에 총을 든 사람을 늘리는 것으로는 학생과 교사 누구도 지켜줄 수 없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보다 많은 책, 음악 프로그램, 그리고 치료와 학생 상담가다. 학생들도 교실에 더 많은 총을 두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교사를 무장시키는 방법으로는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Florida School’s Students And Parents Tearfully Ask Trump To Address Gun Violenc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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