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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여기는 국회다!”…임종석 비서실장에 ‘기립’ 명령

호통치고, 일어나라고 명령하고, 혼내는 국회

40일 전 국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았던 두 사람이 이번엔 고함과 호통, 신경전으로 맞붙었다. 2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오전 회의에서 튄 불씨가 오후 회의로 옮겨붙으며 폭발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당 소속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항의하는 뜻에서 각자의 노트북 앞에 ‘과잉·보복수사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를 붙이고 회의에 임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채용비리 수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과거와 다르게 비리 규모가 훨씬 크다. 수사를 어떻게 할 지는 검찰이 판단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곽 의원이 ‘사실상 민정수석실 업무 아니냐’고 주장하자, 임 실장은 “사회 부패나 공직 기강과 관련해 법무부와 업무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히 민정수석실 일이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 업무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위원장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정회했다가 오후에 회의를 이어가자”며 회의를 정회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이 반발했다. 여야가 오전에 청와대 업무보고를, 오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하던 양쪽의 신경전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회의가 속개하자마자 폭발했다. 자유한국당의 ‘자료제출 요구’가 발단이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오전에 국민헌법자문특위 예산안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응답이 없다”고 하자, 임 실장은 “월요일(19일)에 주로 자료를 요청해 시간이 부족했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신 의원은 이를 수긍하는 듯 했지만, 엉뚱한 곳에서 사달이 났다. “신속하게 자료제출을 해달라”며 상황을 정리하던 김성태 위원장이 갑자기 “저 뒤에 앉아서 웃으신 분 일어나라”고 호통을 쳤다.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청와대 실무자가 가볍게 여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웃었다고 지목된 청와대 직원은 “웃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시시티브이를 틀어서 웃은 표정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박홍근 의원이 다시 나섰다.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할 겁니까? 독재고 독선이다”라고 소리쳤다. 김 위원장은 “발언 기회 주지 않았다. 발언 그만 하라”며 박 의원을 진압한 뒤, 공격 좌표를 자리에 앉아있던 임 실장으로 돌렸다.

김 “임 실장, 발언대에 서보세요. 발언대에 서세요!”
임 “여기서도 발언 가능한데 따로 서야 됩니까?”
김 “서세요! 성실히 자료 제출 해달라고 한 부분에 대해 청와대 직원이 위원장 이야기를 비꼬면서 웃는 것이 청와대 입장인가!”
임 “위원장 말에 웃을 리가 있느냐. 오전에 성실히 답변 드렸다. 자료제출 요구가 월요일부터 와서 못한 부분이 있다. 최대한 자료를 제출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김 “오전에 요구한 자료가 복잡하고 힘든 거 아니다.”
임 “화를 왜 저한테 푸는지 모르겠다. 주말까지도 운영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고, 주말까지도 자료 요구 받은 바가 없다. 가급적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할 것인데, 그마저도 시간을 못 준다면 과하다.”
김 “청와대라고 해서 국회를 무시하고 협조 안 한다면 위원장으로선 심각한 상황으로 본다.”

김 위원장의 “국회 무시” 발언 도중 임 실장은 “하아…”라며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다. 지난달 12일 국회를 찾은 임 실장은 김 원내대표를 만나 아랍에미리트 특사파견 의혹 공방을 마무리하고 향후 협력에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었다.

김 “앞으로 이래선 안 된다. 언제까지 제출하겠느냐?”
임 “제가 여기에 있지 않느냐. 우리는 원래 오후에 청와대로 돌아가서 관련 부처 담당자를 모아서 자료를 파악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생각이다.”
김 “세 사람의 요구 내용이 많지 않다.”
임 “회의 진행 중이라도 그렇게 하겠다.”
김 “여기는 국회다.”

“여기는 국회다”라는 김 위원장의 아리송한 말에, 임 실장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그제서야 임 실장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착석한 임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장의 ‘기립’ 명령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임 “위원장님이 저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전 내내 성실히 답변했다. 저를 왜 저기(발언대)로 불렀는지…. 위원장 명이라 나가기는 했지만….”
김 “왜 그랬는지 답변하겠다. 오전에 회의 진행하면서 의원들 자료제출 요청이나 답변에 성실히 임하면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중하게 회의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후 회의가 속개될 때까지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건 국회를 무시한 처사일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항의로 임 실장을 발언대에 세웠다. (내가) 잘못했나?”

임 실장은 곧바로 “부당하다”고 했다.

“부당하다. 속기록 확인해 보라. 얼마간 시간을 주면 자료요청 검토해서 잘 제출하겠다고 했다. 속기록에 남아있다. 국회에 와서 국회를 무시하는 기관이 어디 있겠나. 시간을 달라는 것이 국회 권능(무시)에 대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가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의원들이 오후 질의가 시작되기 전에 (자료를) 제출 못 받았다. 뭔가 특권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원장으로서 임 실장에게 환기를 시켰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김 위원장의 말에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항의했고, 김 위원장은 “원만한 의사진행이 어렵다. 10분간 정회한다”며 오후 2시30분께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탓인지 10분 뒤 다시열린 회의는 비교적 ‘잔잔’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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