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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쇼트트랙 선수의 올림픽 '징크스'는 정말이지 끔찍하다

올림픽이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다.

  • 허완
  • 입력 2018.02.21 15:49
  • 수정 2018.02.21 15:51
ⓒMLADEN ANTONOV via Getty Images

누군가에게는 올림픽이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다.

부상에 실격, 옐로카드까지. 세계 최정상급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의 올림픽 징크스가 평창에서도 이어졌다. 출전 종목마다 불운과 부상 등이 겹치며 결국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 것.

크리스티는 20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에서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에서 반칙으로 실격 처리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 크리스티는 통상적으로 실격을 받은 선수에게 붙는 ‘PEN’(페널티)이 아닌 ‘YC’로 표기됐다.

‘YC’는 옐로카드(Yellow Card)의 약자다. 쇼트트랙에서는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플레이를 두 번 이상 할 경우 실격 처리와 함께 옐로 카드를 준다.

옐로카드를 한 장 받았을 때는 큰 효력이 없지만 두 장을 받으면 ‘레드 카드’가 된다. 이 경우 해당 대회에 더 이상 출전할 수 없고, 이전의 성적도 취소된다.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계주 명단에 포함될 경우 해당 팀 역시 경기에서 빠진다. 

ⓒJean Catuffe via Getty Images

 크리스티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첫 코너를 돌다가 케즐러 안드레아(헝가리아)의 스케이트 날과 부딪혀 넘어졌다. 재경기가 선언됐지만, 크리스티는 이미 심기가 불편해졌다. 지난 17일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다쳤던 발목 부위에 다시 통증이 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재경기가 치러졌고 크리스티도 경기에 다시 나섰지만,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워진 크리스티는 경기 도중 여러차례 위험해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마그달레나 와라콤스카(폴란드), 케즐러와 몸싸움을 벌였다. 손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왼쪽 팔꿈치로 몸을 미는 모습도 잡혔다. 

ⓒDean Mouhtaropoulos via Getty Images

최종 2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누구도 크리스티의 준준결승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실격 처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크리스티 본인도 공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듯 코치에게 안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1000m에서도 탈락한 크리스티는 이로써 이번 대회 노메달이 확정됐다. 그는 앞서 500m에서는 결승에 올랐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넘어져 4위에 그쳤고, 1500m에서는 준결승에서 또 다시 넘어지면서 실격 판정을 받았다. 

그는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도 500m, 1000m, 1500m 등 개인전 3개 종목에서 모두 실격 처리를 당한 바 있다. 특히 500m에서는 결승전에서 박승희를 넘어뜨려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살의 나이에 출전한 2010 밴쿠버 대회 때는 아직 기량이 완숙하지 않을 때였기에 모두 준결승 이전에 탈락했다. 

크리스티는 이미 유럽에서는 최고의 스케이터로 공인 받은 선수다. 현재 세계랭킹 6위에 올라있는 그는 2017 세계선수권 종합 1위에 올랐고 이로 인해 이번 대회에서 헬멧 번호 ‘1번’을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만났던 크리스티는 ”경기에 나설 수 있어 흥분된다. 경기장도 전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자주색이 많아 좋다”면서 ”한국팬들에게 야유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밝은 미소와 함께 올림픽 출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마지막은 옐로카드로 실격 처리된 뒤 코치에게 안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쯤되면 징크스를 넘어선 ‘올림픽 흑역사’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Mike Egerton - PA Image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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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 #쇼트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