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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20년 만에 공동 금메달이 나오던 순간

100분의1초로도 나눌 수 없었다.

  • 허완
  • 입력 2018.02.20 10:23
  • 수정 2018.02.20 11:36
ⓒArnd Wiegmann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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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의 1초 차이로 순위를 결정짓는 봅슬레이 경기에서 20년 만에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19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캐나다와 독일은 1~4차주행 합계 기록 3분16초86를 나란히 기록했다.

이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오게 된 순간, 모두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캐나다) 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는 모습.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캐나다) 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는 모습. ⓒEdgar Su / Reuters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캐나다) 조는 이날 맨 마지막으로 주행에 나섰다.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 조가 그 때까지 1위를 기록 중이었다. 

봅슬레이에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팀과 현재 주행중인 팀의 기록 차이를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보여주는 시계가 있다. 1위 팀보다 빠르면 초록색, 느리면 빨간색으로 시간차가 표시된다.

캐나다 팀이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이 시계는 빨간색도, 초록색도 아닌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크립스-코파치 선수는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아주 잠깐의 기쁨과 혼란에 휩싸였다. 크립스는 자신들이 ‘1위’임을 보여주는 스코어보드를 보고 우승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마지막 순서로 주행에 나선 캐나다 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놀라고 있는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 조의 모습.
마지막 순서로 주행에 나선 캐나다 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놀라고 있는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 조의 모습. ⓒAndreas Rentz via Getty Images
ⓒEdgar Su / Reuters

그러나 썰매가 멈춘 뒤, 그는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봅슬레이 스코어보드에는 두 팀의 기록이 똑같다(타이)는 걸 보여 줄 방법이 없었다.

 크립스는 ”(우리팀 코치는 물론) 독일 선수들도 다가오는 걸 봤다”고 회상했다. 그가 썰매에서 빠져나오자 팀 동료들은 물론, 독일의 마르기스 선수도 그를 껴안았다.

크립스는 ”그는 ’100분의3초였다가 100분의2, 그리고는 타이가 됐다‘고 했다”며 ”나는 ‘우리가 타이라고?’ 물었고 그는 ‘예!’라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또다른 캐나다 선수 코파치는 독일팀이 함께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팀이 유일한 승자라고 생각했던 것. 

그는 독일 선수에게 다시 한 번 물어 본 뒤에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독일 선수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내가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긴 건가?‘라고 말했고 그들은 ‘음, 그렇지. 그러나 우리는 타이야’라고 했다. 완전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확률이 어떻게 되나?” 

ⓒEdgar Su / Reuters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서 공동 금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남자 2인승에서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똑같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나눠가졌다. 

봅슬레이는 100분의1초를 따지지만 다른 썰매 종목인 루지는 그 찰나를 또 쪼개 1000분의1초 단위로 기록을 잰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그 짧디짧은 순간을 놓고도 경쟁은 치열하다. 

시상대에는 네명이 사이좋게 올라섰다. 은메달 수상자의 자리는 비워둔 채였다. 크립스는 이 ”특별한 순간”을 맞이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우리 만큼 행복해하는 또다른 두 명이 있다. 방금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이다. 봅슬레이 커뮤니티는 정말 가까이 얽혀있다. 우리는 수년 동안 이 사람들과 친구이기도, 라이벌이기도 했다. 그들은 수많은 성공을 거뒀고, 우리도 이제 그렇게 되는 중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위해 기뻐해줬고, 우리도 역시 그들 때문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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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