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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의 사과에 대한 연극계의 반응은 '분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 박수진
  • 입력 2018.02.19 15:54
  • 수정 2018.02.19 15:56
ⓒ뉴스1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9일 서울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열린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공개 사과에 대해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에 동참해 이윤택씨의 성추행을 최초 고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너무 화가 나지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백한 셈”이라며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을 테니 (이윤택씨는) 감옥갈 준비나 하라”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연극인들은 이씨의 공개 사과에 대해 진정한 사과가 아닌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기자회견장에는 피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기자회견장에는 피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뉴스1

기자회견 당시 1인 피켓 시위를 한 홍예원 배우는 ”피해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공개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며 ”(성폭행 의혹 부정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며 내용은 ‘술 먹었는데 음주운전 아니다’는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설유진 극단 907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극단 소속 배우가 이윤택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씨는 이에 대해 인정했다. 설 대표는 ”(이씨가) 성폭행이 아닌 합의하의 성관계라는 주장한 것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페미연극제’를 기획하고 있는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는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나 대표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이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말하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한다. 성추행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소연 연극 평론가도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라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아직 그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 같지 않다. 폭로한 후배들에게 위로와 경의를 표한다. 블랙리스트 이상으로 예술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는 19일 이윤택씨를 최고 수준의 징계 차원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극작가협회는 전날 이씨를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이날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이윤택씨를 영구제명하기로 의결했다”며 ”연극계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도록 (협회가) 방치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도 성명문에서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윤택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정관에 의거 최고의 징계조치인 제명할 것을 결정했다”며 ”사건의 조직적인 방조와 은폐의 배경이 된 연희단거리패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어 ’2018 서울연극제’ 참가를 취소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극작가협회도 지난 18일 협회 홈페이지에 ”이윤택의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 할 수 없기에 정관 제2장 제9조에 의거 ‘제명’함을 밝힌다”며 ”본 협회의 이름으로 (이윤택씨를) 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에 추천한 건도 철회한다”고 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도 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논란에 대해 지난18일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이윤택씨를 연극계로부터 영구 제명해야 하며, 받은 모든 상은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의 진정성 있는 참회와 사과를 비롯해 사법적 절차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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