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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후 지구는 이런 모습이 된다

예상 가능한 핵 전쟁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 박수진
  • 입력 2018.02.27 09:01
  • 수정 2018.02.27 10:00
ⓒUS AIR FORCE / Reuters

30년쯤 전 냉전이 끝난 후, 대규모 핵전쟁에 대한 토론과 이해는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이 상황은 바뀌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현재 핵전쟁의 위협이 큰 이유, 핵무기의 영향에 대한 최근 과학 연구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두 가지 핵전쟁 시나리오

 

전세계에는 약 1만4,900 개의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만3,800개는 미국과 러시아가, 1,100개는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도 몇 개 있을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성명과 발표, 그리고 유출된 핵전쟁 계획들에 따르면, 우리가 고려해 봐야 할 핵전쟁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하는 전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최소 1,800개, 그러나 아마도 3,000개 이상의 핵탄두가 발사될 것이다. 표적은 핵무기 발사대, 지휘 센터, 항구, 주요 산업 거점, 발전소, 인구 밀집 지역이 될 것이다. 이는 엄청난 수의 탄두를 의미하며, 대부분의 도시, 특히 주나 지역의 수도에는 핵무기가 여럿 떨어질 것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지역 분쟁’, 예를 들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전쟁이다. 이 경우 200개 정도의 비축량 중 최소 100개 이상의 소규모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다. 델리와 카라치 등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들을 타격할 것이다. 북한-미국 시나리오도 비슷할 수 있지만, 더 적은 수의, 더 강력한 탄두가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분쟁이 일어나면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사망자와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이같은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게다가 최신 과학 연구에 의하면 전세계 기후에 심각하고 장기적인 영향이 일어, 광범위한 농업 위기와 기근이 발생한다고 한다.

 

핵전쟁 위험 증가

 

냉전 시대부터 미국과 러시아는 핵공격의 가능성이 감지되면 몇 분 안에 쏠 수 있도록 1,800개의 탄두를 준비해 두고 있다. 이렇게 즉시 반응할 수 있게 한 것은 자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파괴되기 전에 쏠 수 있도록 하여 핵 선제공격을 예방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정책은 장비 오류, 핵공격이 감행되었다는 오판 등으로 인해 몇 번이나 핵전쟁 직전까지 갈 뻔하게 만들었다. 발사 직전에야 공격이 철회된 사례들이 있다. 현재 핵 지휘자들은 사이버 공격 때문에 이러한 위험이 더 커졌다고 경고한다. 핵공격에 대한 반응이 언제나 가능하도록 즉시 발사 가능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Petrovich9 via Getty Images

 

핵공격에 대한 사회의 취약성

 

핵탄두 사용은 여러 가지 심각한 영향을 불러온다. 강렬한 핵방사와 태양보다 훨씬 밝은 빛, 몇 초 동안 지속되는 엄청난 불덩이, 강력한 폭풍파가 일어난다. 몇 분 혹은 몇 시간 후에는 대규모 방사성 입자 낙진이 뒤따른다.

 

세계 2차 대전 종전을 불러온 일본 원폭 생존자들은 검은 기름 같은 비가 내리며 밝은 대낮이 어두워졌다고 말한다. 서 있는 채로 새까맣게 타서 죽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화상과 영구적 부상을 당한 이들의 피부가 벗겨져 덜렁거렸다. 눈과 내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와 매달려 있었다. 차량들은 장난감처럼 굴러다녔고, 튼튼한 건물들이 돌무더기가 되어버렸다. 큰 불이 났다.

 

지금 핵무기를 쓴다면 그보다도 더욱 지독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현재의 핵무기는 당시보다 8~80배 정도 더 강하며, 현대 사회는 취약한 정보 테크놀로지와 식량 및 연료의 장거리 공급 루트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중앙난방, 수도, TV와 인터넷과 휴대 전화를 통한 정보 수집에 있어 전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핵타격은 수도, 난방, 조명, 정보, 휴대 전화 사용이 모두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역 유통처에 있는 식량은 며칠 분량에 불과하다. 도로 파괴, 통신 두절, 은행 시스템 붕괴, 항구 파괴 등의 이유로 공급망이 무너질 것이다.

 

국제 지원 단체 및 보건 기관들은 모두 단 하나의 핵폭탄만으로도 수십만의 피해자가 발생해, 부상자들을 도우려 해도 손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화상, 골절, 날아온 잔해에 의한 깊은 자상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서유럽의 대부분 지역들은 발전소나 도시 등의 핵공격 표적에 둘러싸여 있어, 기상과 바람 상황에 따라 방사능 낙진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몇 시간 만에 치명적인 양을 흡수 하고도 며칠, 또는 일주일까지 아무 증상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방사선 병은 구토, 설사, 내출혈 등을 동반한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가장 취약하며, 고통과 사망을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요 도시 등의 타격 지점에는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것이며, 거대한 화재가 퍼질 것이다. 며칠, 심지어 몇 주 동안 불이 모든 것을 태울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화재는 전세계적으로 장기적 기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핵겨울

 

도시 전체를 태우는 화재는 대규모 화산 폭발과도 비슷한 연기 구름을 높은 고도로 올려보낸다. 이 구름이 햇빛을 가려 온도 저하가 일어난다. 최신 기후 모델에 따르면 인도-파키스탄이 소규모 핵폭탄 수십 개에서 백 개 정도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서리, 식물 생장 저하, 가뭄, 기근이 북반구 전체에 걸쳐 십 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러시아가 핵탄두 1,800개를 사용할 경우, 전세계 기온이 장기적으로 최대 4도 낮아질 수 있으며, 3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사용하는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나면 8도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평균 5도가 내려갔던 빙하기보다 심한 것이니, 십년 동안 혹독한 핵겨울을 겪게 된다는 의미다.

 

평균 온도가 몇 도 낮아진다는 것이 대단치 않게 들릴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이 훨씬 길어지고 가뭄이 심해진다는 의미다. 농업이 가능한 기간이 크게 줄어들며, 심지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농기계를 사용해 작물을 심고 거두려면 농업에도 연료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트라우마를 입고 야수 같아진 소규모의 사람들이 갑자기 산업시대 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전세계 규모로 재앙이 일어나면 폭격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일단은 살아남겠지만, 그 어떤 종류의 ‘회복’도 수백 년은 걸릴 것이다. 인류가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양이 이러한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 문명의 충격적 폐단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에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그 어떠한 핵무기 사용이라도 전세계적 재앙이 될 것이며,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낳을 것이란 사실이다. 핵무기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는다. 상시적 재앙의 위협을 줄 뿐이다. 핵전쟁이 일어날 뻔했던 몇 번의 사건에서,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아서 재앙을 면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2017년에 U.N.의 122개 국가들은 화학 및 생물학 무기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금지하고,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대규모로 핵무기를 줄이게 하는 조약에 찬성했다. 핵무기가 우리를 없애기 전에 우리가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

*허프포스트UK의 APOCALYPSE 시리즈의 일부로, 필립 베버 박사의 기고 글인 This Is What Earth Could Look Like After A Nuclear Attack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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