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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에 '솔로'는 들어갈 수 없다

은행이 생긴 이유도 정말 낭만적이다

솔로’는 절대 들어 갈 수 없는 은행이 있다. 난센스 퀴즈가 아닌, 동유럽 소국 슬로바키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랑 은행’이다.

ⓒVLADIMIR SIMICEK via Getty Images

 슬로바키아 중부 반스카슈티아브니차 ‘마리나 하우스’에 연인들의 사랑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랑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 곳을 찾는 연인들은 설치된 금고 10만개 안에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다. 무엇을 넣었는지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전 세계에서 이 곳을 방문하는 연인들은 중요한 기념일에 주고받은 편지나 반지, 첫 데이트에서 봤던 영화 티켓 같은 사랑의 징표를 금고에 넣는다. 카타리나 야보르스카 대변인은 “안전하고 특별한 인장으로 봉해지며, 누구도 내부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얀과 안나는 7개월짜리 아들을 데리고 이 곳을 방문했다. 벌써 네댓 번째다. 얀은 “이 도시는 보석상자 그 자체다. 얼마나 영리하고 독창적인지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곳에 ‘사랑 은행’이 생기게 된 이유부터 낭만적이다. 반스카슈티아브니차는 슬로바키아 시인 안드레이 슬라트코비치가 1846년에 지은 2910행짜리 시 <마리나>의 배경이다. 슬라트코비치와 마리아 피슬로바는 14살 때 반스카슈티아브니차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부모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 피슬로바의 부모는 가난한 시인 슬라트코비치 대신 부유한 생강과자회사 후계자와 그를 결혼시켰다. 상심한 슬라트코비치는 성직자가 됐다가 마리아가 결혼한 지 2년이 지나 서기관의 딸과 결혼한다. <마리나>에는 마리아를 향한 슬라트코비치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사랑시로 기록돼 있다. 슬로바키아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마리나>를 암기한다. 이 지역 거리와 마을 이름에도 슬라트코비치나 <마리나>의 한 구절이 인용된다.

‘뮤즈’ 마리아가 살았던 집이 바로 ‘마리나 하우스’로 바뀌었다. 이 건물 지하에 있던 긴 터널에 서랍을 달아 ‘사랑 은행’으로 변신시켰고, 슬라트코비치 시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때때로 열린다. 금고엔 174년이 된 시인 필체로 적힌 <마리나>의 문구들이 빼곡하다. 사랑을 저축하고 싶은 연인들은 밸런타인데이 같은 1년에 단 몇 번만 허용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사랑 은행’ 옆에는 ‘사랑측정기’도 설치돼 있다. 연인들이 키워 온 사랑의 힘을 측정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돼 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기계에 부착돼 있는 특별한 손잡이를 잡으면 바늘은 연인의 상태를 표현한 문구를 가리킨다. 야보르스카는 “우리의 다음 목표는 이탈리아 베로나에 ‘사랑 은행’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베로나는 영국 시인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다. 반스카슈티아브니차는 199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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