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국명 전쟁'이 격해지고 있다

'전쟁'의 역사는 2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허완
  • 입력 2018.02.06 11:43
  • 수정 2018.02.06 11:44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4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경찰 추산 최소 14만명(주최 쪽 추산 100만명)이 운집했다고 현지 영자지 카티메리니가 전했다. 이웃 마케도니아 공화국과 27년 가까이 지속해온 ‘국명 전쟁’이 최근 어중간한 협상 쪽으로 급물살을 타자, 협상에 반대하는 집회에 그리스인들이 대거 ‘참전’했다. 시위대는 의회 밖 신타그마 광장에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명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것을 주문했다.

집회에는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음악을 만든 ‘국민 작곡가’로, 1960~70년대 군사독재에 저항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93)도 참가했다. 그는 “마케도니아는 오직 하나”라며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리스에 있다”고 외쳤다. 시위대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정부 사이에 국명 중재안이 잠정 합의되면 먼저 그리스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슈 니메츠 유엔 특사는 ‘새 마케도니아 공화국’ 등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그리스 정부는 마케도니아의 수도 이름을 넣은 ‘마케도니아-스코페 공화국’을 선호하지만, 마케도니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테오도라키스의 언급대로 국명 전쟁은 두 나라에 걸쳐 있는 2300여년 전 역사, 그리고 미래 국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 나라 영토의 상당 부분이 기원전 336년 즉위한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선친 필리포스 2세의 고향인 마케도니아왕국 영역에 걸쳐 있다. 두 나라 모두 이집트와 서아시아까지 정복해 찬란한 헬레니즘문명을 꽃피운 알렉산더제국의 영광을 자신들의 역사로 향유한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왕국의 중심지가 자국 북부의 마케도니아주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남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슬라브계 주민들이 살아 알렉산더 대왕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케도니아는 자국 영토의 상당 부분이 마케도니아왕국의 일부였다며, 그리스의 요구는 주권 침해라고 맞선다.

‘국명 전쟁’은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1991년 9월에 싹텄다. 1992년엔 그리스에서 100만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했다. 유엔은 1993년에 마케도니아의 가입을 승인하면서 중재안으로 ‘옛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을 쓰게 했다. 많은 국가들은 이를 줄여 그냥 마케도니아라고 부른다. 

 그리스는 신생국 마케도니아가 언제든 자국 영토인 마케도니아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까지 내걸어 국명에서 ‘마케도니아’를 빼라고 요구해왔다. 2006년 마케도니아가 수도 스코페의 국제공항 이름을 ‘알렉산더 대왕 공항’으로 바꾸면서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 그리스는 국명 개명을 요구하며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도 이웃 나라의 국명 조합에서 ‘마케도니아’는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다.

지난해 마케도니아에서 조란 자에브 총리가 취임하면서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을 위해 그리스에 양보할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리스의 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역시 지난달 24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자에브 총리와 회담한 뒤 “우리는 이미 진행중인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띄웠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양국 지도자들이 타협에 이르더라도 교착 상태가 계속되리라 전망한다. 마케도니아가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계획이고, 그리스에서도 똑같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유럽 #그리스 #마케도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