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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콘돔 벗는 게 '남성의 권리'라고 말하는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에 주목하다

"'스텔싱' 지지자들은 폭력이 남성의 자연권이라는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 연구자

‘스텔싱’은 일부러 섹스 중에 동의 없이 콘돔을 벗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 이에 대한 연구가 나왔다. 스텔싱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젠더와 법률 컬럼비아 저널’에 실린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의 연구에는 스텔싱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브로드스키는 파트너의 젠더와 무관하게, 콘돔 없이 섹스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온라인 세계에 깊이 파고 들었다.

브로드스키는 스텔싱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며, 여러 민법과 형법을 위반하는 행동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iStockphoto

브로드스키는 2013년 가을에 로 스쿨에 들어갔을 때 주위의 여성 친구들이 “젠더 기반 폭력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똑같은 여성 혐오와 존중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섹슈얼 파트너의 행동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졌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브로드스키는 현재 미국여성법센터(National Women’s Law Center)의 법률 연구원이다(그러나 이 기사는 센터와 무관하게 작성했다). 그녀는 허프포스트에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스텔싱을 당하고 있음을 알았던 피해자들은 굉장히 침해당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브로드스키는 성폭력 위기 핫라인에서 일하는, 본인도 스텔싱을 당한 적이 있는 레베카라는 여성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핫라인에 전화를 거는 여성들은 스텔싱의 경험을 말로 표현하려 애쓴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보통 똑같이 시작한다. ‘이게 강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레베카의 말이다.

ⓒjupiterimages

 피해자들은 콘돔이 없는 섹스의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임신, 성병, HIV와 AIDS 등을 각오해야 했지만, 다른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겪은 것과 같은 혼란과 수치도 느꼈다. 스텔싱을 당한 여성들은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를 강제로 겪은 것이다. 이 연구의 한 여성은 스텔싱은 ‘강간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스텔싱 경험으로 침해당한 기분을 느꼈으며 ‘질겁했다’고 했다.

“내가 정말 질겁했던 부분은 우리가 동의했던 것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어겼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경계를 설정했다. 아주 분명하게 말했다.” (올해 스위스의 한 남성이 스텔싱으로 강간 유죄를 받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브로드스키는 “[스텔싱의] 생존자들은 동의없는 콘돔 벗기를 신체 주권의 위협이자 존엄의 위해로 느꼈다고 한다. ‘너는 네 성적 결정을 할 권리가 없어. 너는 내가 고려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은 셈이다.”

ⓒAlexandrBognat via Getty Images

브로드스키는 스텔싱이 남성의 ‘권리’라며, 특히 모든 남성들이 ‘자신의 씨를 퍼뜨릴 권리가 있다’며 두둔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해당 남성이 여성과 섹스했든 남성과 섹스했든간에 말이다. 이 연구는 남성들이 스텔싱에 대한 방법을 다른 남성들에게 가르쳐주고, 섹스 중 동의없는 콘돔 벗기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전하는 댓글과 게시판을 인용하고 있다.

“‘스텔싱’ 지지자들은 폭력이 남성의 자연권이라는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로드스키의 글이다. (허프포스트는 공개적으로 스텔싱을 지지하는 두 명에게 언급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스텔싱과 성폭력의 연관성, 두 가지 모두 남성 우월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브로드스키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 브로드스키는 스텔싱 피해자들이 법률에 호소하기를 원할 경우 법률 제도 안에 이미 존재하는 근거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이 연구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은 법적 해결책을 찾지는 않았다).

“생존자들은 실제로 감정적, 금전적, 육체적 피해를 경험한다. 법이 보상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혹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정해주는 기회라도 필요하다.”

그러나 브로드스키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체제는 그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법률이 젠더 폭력 생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강간 피해자들 및 여러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판사들은 여러 잘못된 믿음, 어림짐작, 온갖 회의론을 보인다. 스텔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브로드스키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 결론내린다. 피해자들이 고발이나 고소하고 싶어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더욱 다양한 젠더 폭력을 논할 수 있는 언어와 수단을 만드는 것이 젠더 폭력 발생 방지와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모두에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고, 언제나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새로운 법 제정을 제안한 목적 중 하나는 아주 흔한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과 언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폭력’이 아니라 그저 ‘안 좋은 섹스’로 치부되곤 한다.

 

* 허프포스트US의 Inside The Online Community Of Men Who Preach Removing Condoms Without Cons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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