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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해서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로 들어오고 있다

또 다른 비상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

ⓒhuffpost
하킴파라 임시 정착지에 있는 로힝야 아동의 모습. 현재 이 정착지에는 3만2000여 명의 사람들이 피신해 있다.
하킴파라 임시 정착지에 있는 로힝야 아동의 모습. 현재 이 정착지에는 3만2000여 명의 사람들이 피신해 있다. ⓒAnna Surinyach

2017년 8월 25일 이후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 들어온 로힝야 난민은 근 70만 명에 달한다. 그들 이전에도 과거 미얀마 라카인 주의 긴장과 폭력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들어온 사람이 수만 명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상황이 이토록 충격적인 건 바로 그 규모 때문이다.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었다. 사실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위기 초반 때처럼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도 매주 수백 명이 나프 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들어오고 있다. 새로 온 난민들의 말을 들어 보면 고향에서는 불안을 느끼고 위협을 받으며 괴롭힘을 당한다고 한다. 살던 마을들은 버려진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진 것을 다 팔아 뱃삯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때껏 그들을 받아 주었고 지금도 그들을 수용하고자 애쓰는 나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난민들이 최종 도착하는 곳은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 바자르에 있는 밀집된 임시 정착촌이다. 보통 비닐과 대나무로 만든 그들의 거처는 빽빽하게 모여 있고, 식수위생 여건은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수준이다.

모든 정착촌을 다니며 진료해 보니 로힝야족은 이미 미얀마에서도 소외와 배척을 당하며 살았던 것으로 보였다. 의료 지원도 거의 받지 못했고, 감염병 질환 예방을 위한 정기 예방접종도 받지 못해 사람들의 면역 상태는 상당히 낮았다.

디프테리아 증상을 보이던 자밀라(10세)가 운치파랑 임시 정착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 디프테리아는 목구멍•코 점막에 영향을 끼치는 세균성 감염이다.
디프테리아 증상을 보이던 자밀라(10세)가 운치파랑 임시 정착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 디프테리아는 목구멍•코 점막에 영향을 끼치는 세균성 감염이다. ⓒANNA SURINYACH

우리 의료진은 설사와 호흡기 감염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이 질병들은 다 캠프의 생활 여건과 관계된 병들이다. 그런가 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처 부위에 심각한 감염이 일어난 경우도 있고, 만성질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들도 있었으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아동 혹은 장애인들이 다른 이들을 돌보며 생필품을 구하거나 거처를 짓는 경우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인구, 빽빽하게 밀집한 생활 여건, 부적절한 거처, 현저히 낮은 면역 상태… 이 모든 요인이 모여 최악의 공중 보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현 상황은 너무도 불안하므로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해 현장의 여러 단체들이 끊임없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지금의 위기 속에 또 다른 비상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곧 있으면 장마와 열대 폭풍이 나타나는 우기가 시작되는데, 대형 사이클론에 취약한 이 지역에 우기가 지나가면 급성 수성 설사와 같은 수인성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미 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질병에 취약해지는지 목격해 왔다. 지금 여기서도 홍역과 디프테리아에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구호 활동가들과 보건 체계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질병이 일어날 위험은 늘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지원 단체들은 힘을 합쳐 이 위기에 대응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종류의 백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힝야 난민 위기에 대응해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케이트 놀란(Kate Nolan)
로힝야 난민 위기에 대응해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케이트 놀란(Kate Nolan) ⓒAnna Surinyach/MSF

게다가, 현재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착지는 거의 없다. 많은 정착지들은 여전히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러한 주거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연 그 거처들이 얼마나 튼튼한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폭우에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 하다 못해 도로가 진흙탕으로 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넘어져 부상과 골절을 입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우리는 자체적으로 긴급 대응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운영하는 의료 시설이 훼손되면 신속히 필요한 물자를 보급해 의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시급히 필요한 활동을 위주로 했지만, 이제 우리의 우선순위는 의료 활동을 탄탄히 다지고, 2차 의료 및 질병 창궐에 대한 긴급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위기 상황이 길어져 이 위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 대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식수위생 여건과 1차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현재 이 분야는 다른 단체들도 지원 활동에 나선 상태다. 반면 병원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12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신건강 서비스는 극도의 폭력 상황을 겪은 사람들을 위한 의료 지원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도 당국과 협력하며 위기 대응 활동을 이어 가겠지만, 우리의 주된 인도적 활동을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지역은 거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와 환경, 현지 지역사회가 짊어진 부담이 늘어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 국경을 열어 둔 방글라데시도 더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8월 25일 이후로 활동 규모를 대폭 확대해 현재 보건지소 15곳, 1차 의료센터 3곳, 입원환자 시설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진료소를 찾는 대다수 환자들이 나타내는 질병은 호흡기 감염과 설사 질환인데, 이 병들은 정착지의 열악한 거처와 식수위생 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017년 8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20만여 명의 환자들이 국경없는의사회 외래환자 시설에서 치료를 받았고, 4938명의 환자들이 입원환자 시설에서 치료를 받았다.

글 | 케이트 놀란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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