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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만났다(사진, 인터뷰)

파리에서 지금 그의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 강병진
  • 입력 2018.03.02 11:48
  • 수정 2018.03.02 11:51
ⓒSHIROU MURAMATSU

만화 ’20세기 소년’, ‘몬스터’, ‘빌리배트’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현재 프랑스 파리 시청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제목은 ‘L’ Art de NAOKI URASA’. 원화나 캐릭터 초안 뿐만 아니라 우라사와 나오키가 어린 시절에 그린 그림들을 비롯해 대학 시절 그린 교수의 초상화등 400점이 전시되어 있다. 파리에서 전시회의 풍경을 기록했고, 우라사와 나오키와 대화를 나누었다.

 

ⓒSHIROU MURAMATSU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만화가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것은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스테판 보얀이다. 그는 우라사와 나오키를 “프랑스 만화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라고 평가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역동적인 이야기가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의 매력입니다. 캐릭터의 섬세한 표정 묘사, 그리고 농밀한 프레임 운영으로 인간의 불안을 표현하지요. 프랑스에서는 타니구치 지로, 그리고 오토모 카츠히로와 함께 존경받는 작가입니다.”

 

ⓒSHIROU MURAMATSU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미 프랑스에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평소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던 이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그의 작품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신작에서 연대를 거슬러 구성했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세계를 잘 아는 팬들도 즐길 수 있도록 프랑스에서는 미발매된 ‘야와라’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작품을 망라했습니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아직 프랑스에서 미발매된 그의 작품이 공식 번역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SHIROU MURAMATSU
우라사와 나오키가 어린시절에 그린 그림. 
우라사와 나오키가 어린시절에 그린 그림.  ⓒSHIROU MURAMATSU

만화가의 도달점은 바로...

프랑스에서도 찬사를 받은 작품인 ‘몬스터’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적과 대치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의 원고와 캐릭터의 이름을 동시에 공개했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캐릭터의 표정은 이름에서 거의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루토’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이 소개되어 있고, ‘20세기 소년’ 코너에는 실사영화에서 사용된 ‘친구’의 마스크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 밖에도 ‘빌리배트’, ‘마스터 키튼’, ‘해피!’등의 작품에 사용한 원화를 공개했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를 즐기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SHIROU MURAMATSU
ⓒSHIROU MURAMATSU

“만화가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전시회가 궁극적인 도달점이 아닙니다. 원화를 인쇄하고, 책의 형태로 독자의 손에 전달되는 것이 우리의 도달점이죠. 그 만화의 도달점에 이르는 과정이 전시회에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여러 수정의 흔적도 있고, 내 지문이 묻은 원화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그것을 체험하게 하면서 이후에는 만화에 더 친밀감을 가져줄거라 생각합니다.”

 

ⓒSHIROU MURAMA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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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의 재미를 미래의 독자와 세계에 전하고 싶다

앙굴렘 만화 축제에서 프랑스의 팬들을 만난 우라사와 나오키는 “일본에는 다양한 계층의 만화 독자가 있지만, 프랑스에는 만화를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읽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외국 사람들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공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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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가 전시장 벽에 그린 그림
우라사와 나오키가 전시장 벽에 그린 그림 ⓒSHIROU MURAMATSU

우라사와 나오키는 또한 자신의 세대가 가진 사명감에 대해 말했다.

“우리 세대는 데츠카 오사무 선생님과 사이토 다카오 선생님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알고 있습니다. 그 유산을 젊은 독자와 미래 독자들에게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외국에 가서 일본 만화의 유산과 재미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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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는 그동안 너무 많이 팔렸다

일본 출판계는 현재 불황을 겪고 있다. 단행본 만화의 매출도 전년대비 13% 감소했다. 하지만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를 읽는 독자는 아직도 많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만화가 수십만부씩 팔려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나는 그만큼 팔리면 엄청난 성공을 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알고 있습니다. 벡터가 위로 올라가는가, 아래로 내려가는 가의 차이 뿐입니다. 예를 들어 얼어붙기 시작하는 콜라가 있고, 얼었다가 녹기 시작한 콜라가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두 콜라의 온도는 같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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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계가 불황을 겪으며 논의하는 주제 중 하는 ‘전자책’에 관한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전자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말했다.

“독자가 만화를 보기에 전자책이 과연 좋은 방식인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독자와 어떻게 이어져야하는지를 제대로 모색하는 게 중요하지요. 일본의 경우, 만화를 전자책으로 만들게 된 것이 그냥 진행된 걸까요? 여러 IT기업들이 “이런 판을 만들었으니, 모두 참가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시작된 겁니다. 즉, 작가 자신이 바라는 형태를 말할 수 없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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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만화책이나, 일반 서적이나 책은 종이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습니다. 전자책이라는 문화가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음악 업계에서도 LP가 다시 부활해오고 있습니다. 그러한 움직임을 보면 만화의 세계에서 지금 정말 전자책이 대세인 것일까?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 단행본의 매출이 떨어져 있다고 해서, 만화가 많이 판매되던 때와 비교하며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만화를 읽는 독자는 아직 많이 있습니다. 우리 만화가나,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더 좋은 것을 많이 보여주는데에 전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리 시청에서 개최된 우라사와 나오키의 전시회는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SHIROU MURAMATSU
우라사와 나오키가 전시장 벽에 낙서한 그림
우라사와 나오키가 전시장 벽에 낙서한 그림 ⓒSHIROU MURAMATSU
ⓒSHIROU MURAMATSU

*허프포스트JP의 ‘浦沢直樹にパリで聞く、創作の秘密と漫画界への思い 「漫画を読む読者は、まだまだ沢山いる」’를 번역,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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