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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4일 11시 50분 KST

유명 연출가 이윤택 성추행 의혹…“여관방 불러 안마시켜”

연극계 '미투' 운동이 벌어질 것 같다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가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출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14일 새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려 과거에 유명 남성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김수희 대표는 피해를 당한 시점을 “10년도 전 내가 중간 선배쯤 되었을 때…‘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됐을 때”라고 밝혔다.

이어 “밤에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내가 받았고 전화를 건 이는 연출이었다”며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방으로 부른 이유를 김 대표는 “안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며 “그가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겨레 / 강재훈 선임기자

김 대표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고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폭로했다. 그는 “나는 손을 뺐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며 “지방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한두 편의 작업을 더 하고 극단을 나왔다. 정해진 일정이었고 갑자기 빠질 수가 없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추치게 될 때마다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며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성추행 이후 마음의 생채기가 컸음을 언급했다.

김 대표가 10년 이상 묻어뒀던 일을 이제 와 꺼낸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늘 그 연출이 국립극단 작업 중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되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며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 밝혔다.

국립극단은 연극계를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가 과거 국립극단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지자 공론화를 원치 않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그를 제작에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연극 ‘오구‘를 연출했고, ‘밀양으로 돌아왔다’는 대목 등에서 사실상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연극 ‘오구‘는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적 기획전인 ‘굿과 연극’ 시리즈 중 하나로 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09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았다. 그는 밀양 등지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왔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14일 오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글의 내용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근신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에스엔에스에 글이 올라간 사실을 인지한 이후부터 팀원들과 새벽까지 논의를 했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김소희 대표는 “가장 가까운 3월1일 잡혀있는 ‘노숙의 시‘부터 연출을 중단한다”며 “연희단거리패에서 만드는 ‘노숙의 시’는 작품 자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윤택과 작업을 진행중이던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취소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09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는 등 연극계의 거장 연출자까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연극계 전체가 출렁이는 분위기다.

김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문학계에 이어 연극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거미여인의 키스’에 출연 중이던 배우 이명행이 11일 과거 공연에서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건으로 중도 하차 하는 등 연극계에서도 성추행 사건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연극 관계자는 “연극계에도 이런 저런 성폭력 관련한 소문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공론화 된 적은 없었다”며 “최근 부는 ‘미투’ 바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