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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연착륙할 플랫폼 구축이 우선이다

  • 남경필
  • 입력 2018.02.02 12:20
  • 수정 2018.02.02 15:40
ⓒhuffpost
ⓒThomas Trutschel via Getty Images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1년 전 어느 행사에서 했던 말이다. 지난해 2월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행정에 도입했다. 경기도형 마을공동체 사업인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의 심사 과정에서였다. 당시 경기도는 행사장에 오지 못한 주민 7천여 명이 사업 선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는 보안성과 투명성이 장점인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순조롭게 진행됐다. 덕분에 소수의 공동체 대표뿐 아니라, 사업의 혜택을 누릴 마을주민 상당수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블록)이 기록된 장부를 암호화(체인)하고 특정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공공거래장부’인 셈이다. 여러 주체가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다보니 해킹·조작이 어렵다. 게다가 투명하고 신속해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모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 혁명’, ‘블록체인 패러다임’이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유다.

그런데 전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블록체인이 한국에선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타인의 거래 내용이 담긴 블록을 유지하고, 데이터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탄탄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가상화폐 투기를 우려한 정부가 규제일변도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거래소 폐쇄를 시사했다. 300만 명을 넘어선 가상화폐 투자자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였다. 성난 20, 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고, 정부의 공식답변 기준인 참여자 20만 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뒤로 미룬 채 비난의 화살을 은행에 떠넘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태도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만 가중될 따름이다.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제도화하려는 세계적 흐름을 받아들임은 물론, 가상화폐 탄생의 근간인 ICO 역시 허용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정의와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이에 따른 법과 제도를 마련해 역작용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관장하도록 하면 거래소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기술발전의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닌 ‘준비’다. 새로운 기술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조력이 뒤따라야 한다. 필요한 규제는 고심하되 섣부른 규제는 과감하게 물리쳐야 한다. 깊은 통찰과 인내를 갖춰야만 미래기술에 대비한 혁신적인 안전망을 쌓아올릴 수 있다.

블록체인은 미래사회를 이끌 인프라다. 블록체인을 연착륙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에 따른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손쉬운 규제만 반복해서는 열린 미래에 다가설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던 경기도의 직관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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