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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재선출 된 날 베이징에 내린 '상서로운' 눈의 정체

알고보니 '상서로운' 게 아니었다.

지난 3월 1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을 국가 주석으로 재선출했다. 참석 대표 2970명 전원의 만장일치였다. 개헌에 이은 재선출로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막을 연 날이었다.

 

ⓒFRED DUFOUR via Getty Images

그리고 이날 전국인민대표가 모인 베이징에는 눈이 내렸다. 3월 중순이었는데도 말이다.

 

ⓒVC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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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DUFOUR via Getty Images

 

눈이 아주 많이 온 건 아니었다. 홍콩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 전체에 약 2밀리미터의 눈이 쌓였다고 전했다. 눈은 낮동안 많이 내렸지만, 저녁이 되자 그쳤다.

이 눈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올 겨울들어 베이징에서 내린 첫 눈이었다. 베이징 기상국은 3월 17일이 보통 겨울이 끝나는 날이라고 밝혔는데, 그래도 눈이 온 것이다. 또 하나 이 눈은 지난 145일 동안 베이징 일대에 지속된 가뭄 끝에 내린 눈이었다. 그리고 기상국은 이날 눈이 내린다고 예보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눈은 시진핑이 재선출된 날 내린 것이었다.

많은 매체들이 이날의 눈을 시진핑의 재선출과 엮어서 “상서로운 눈”이라거나, “풍년을 알리는 서설(瑞雪)”이라고 미화했다. 말하자면 하늘도 시진핑의 재선출을 축하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리간제(李干杰) 생태환경부 부장은 이날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날의 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입니다. 우리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눈을 환영합니다. 적시에 내리는 눈은 풍년의 해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오늘 북경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시진핑은 만장일치로 중국 국가 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우리는 그가 우리의 지도자가 되면, 우리의 목표와 꿈이 실현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이 눈은 하늘에서 내린 게 아니라, 사람이 뿌린 것이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상서로워도 너무 상서로운 이 눈의 정체를 의심했다. 혹시 이 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VCG via Getty Images

 

홍콩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가운데 베이징 기상국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이날의 눈에 대해 말했다고 전했다. 기상국은 보통 도시의 습도를 높이고 눈이 내리게 하기 위해 도시 주변의 산에서 인공증설작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바로 17일 그날,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그날 시진핑이 재선출되는 날인줄도 몰랐다고 한다.

베이징 기상국 또한 웨이보 계정의 영상을 통해 이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기계에서 눈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이 영상에는 “오늘 아침 창핑 기상서비스는 다헤이산 일대에서 인공증설 작업을 했다”는 캡션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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