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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라는 경솔한 낙인 | 최근 미술계 표절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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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FRAME
Scovad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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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작품 사이의 표절 여부에 대한 자문 요청을 평론 활동 중에 최소 여섯 번 받은 걸로 나는 기억한다. 부탁한 이 가운데 자신이 표절 당했다고 의심하는 작가도, 정반대로 표절로 의심받는 작가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벼랑 끝에 내몰릴 만큼 절박한 상태였고 특히 표절로 의심받는 작가의 심리적 피폐함은 실로 컸다. 그들 중 일부의 요청으로 법원에 제출할 평론가의 의견서를 나는 두 번 쓴 바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최근 쓴 의견서는 지난 3월초에 썼을 만큼 내겐 아주 최근 경험이다. 지난 시절 접한 여섯 건의 표절 논란에 관한 내 입장은 하나같이 '표절 같지 않다'였다. 표절 당했다고 의심하는 작가에게도, 표절로 의심받는 작가에게도 모두 똑같이 말해줬다. 표절로 보이질 않는다고. 이런 내 답변에 표절을 의심하는 작가들은 내심 실망하고 쉽게 수긍하려 들지 않는다. 원래 하나의 프레임으로 사태를 바라보면, 세세한 조건들 모두가 그 프레임에 어울리게 해석되는 법이다. 아마 그의 주변에서 표절로 보인다는 지인들의 부추김도 있었을 테니 표절을 강박적으로 확신했을 것이다. 표절을 가리는 직감적인 기준은 유사성이다. 단어와 문장이 많이 일치하거나 유사하면 문단에선 표절 시비가 바로 불거져 나온다. 미술은 외형상의 유사성이나 동일한 재료를 썼을 때 표절 시비가 일고, 이때 많은 이들이 표절로 의심받는 작가를 공격하는 무리에 쉽게 합류한다. 표절의 근절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공분이어서 무자비하고 잔혹하다.

표절 시비 자체가 연루된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인 낙인이어서 나는 구체적인 주장을 글로 쓸 수 없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으로 예시를 들면 훨씬 설득력 있으련만 그들의 실명이나 작품을 거론하면 그들의 지나간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꼴이 되어서다. 때문에 외형상의 유사성과 동일한 재료의 사용만으로 표절로 쉽게 속단하는 게 왜 경솔한지만 간략히 밝히련다. 표절을 주장하는 측은 크게 이유 셋을 든다. 첫째 자기 작업이 많이 알려져서 상대가 몰랐을 턱이 없다. 둘째 문제가 된 작품의 외형/재료는 자기가 상대보다 먼저 발표했다. 셋째 상대가 예전엔 다른 작업을 했다. 이 논거 셋은 쉽게 논박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모를 턱이 없다는 건 누구나 쉽게 빠지는 오만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유명 작가들이 활동하며 그들의 작품 전말은 평론가인 나도 모른다. 표절로 의심된 작품을 검색하면 해외에서 제작된 그와 유사한 작품들이 더 많이 잡힌다. 표절을 주장하는 이가 해외 작품을 표절한 걸까? 아닐 거다. 더구나 단순한 외형이나 재료의 사용을 문제 삼자면 중복되는 예는 더 늘어난다. 단순한 외형과 재료는 누구에게도 독점적인 권리가 없어서 '상상력의 우연한 일치'는 빈번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한 작가가 상이한 여러 작업을 제작하는 건 현대미술에선 일상처럼 흔한 일이다. 내 주변의 전업 작가들에게 그들의 저작물이 어떻게 보호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이런 답이 왔다. "도용이라면 몰라도 모방 정도는 괜찮다." 이처럼 유일무이한 독자성만 고집했던 미술계의 분위기도 급격히 변화하는 중이다. 작품 사이의 유사성에 관대한 작가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작업과 외관상 유사한 작업을 표절로 의심할 것이다. 그 점 이해한다. 표절을 근절해야 한다는 윤리적 명분에 이견을 달 수 없다. 그럼에도 내 지난 평론 활동의 경험칙에 따르면, 단순히 외관의 유사성이나 동일한 재료 사용을 근거로 상대 작가를 고소하는 건, 되돌아올 다리를 아예 끊어버리고 강을 건너는 처사다. 고소에 앞서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게 순서다.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공방은 오해와 분노만 키운다. 만일 직접 만나 얘길 나눴음에도 표절에 확신이 선다면 그때 고소해도 늦지 않다. 상상력에 바닥이 있을 리는 없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유사한 상상을 둘 이상의 작가가 할 가능성도 커진다. 끝으로 당부한다. 표절이 의심된다면 자신의 작업과 유사한 결과물이 해외에서 제작된 바 있는지부터 검색해 보자. 고소는 일을 돌이킬 수 없게 크게 만들며 두 당사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 이 글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저작권 문화>(4월)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원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