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성환경연대 Headshot

재난은 여성에게 평등하지 않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FUKUSHIMA WOMAN EARTHQUAKE
Yuriko Nakao / Reuters
인쇄

글 | 김양희(여성환경연대 시민참여팀 팀장)




후쿠시마는 안전한가?

2017년 3월까지 일본 정부는 100억 달러를 투입하여 후쿠시마 이재민 8만여 명 중 3분의 2를 복귀시킬 예정이다. 이러한 시행 계획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125차 국제올림픽위원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후쿠시마와 관련하여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모든 상황은 통제 하에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도쿄에는 어떠한 피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상황은 통제하에 있는가? 사람들이 돌아가야 할 후쿠시마는 안전한가?

20mSv/year, 일상이 핵발전소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허용 피폭한도를 20mSv/year으로 높여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20mSv/year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권고 기준에 따르면 재난 후 비상상황 수습단계에서 한도치이다. 또한 성인 핵발전소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연간 피폭한도이다. 정해진 피폭량을 넘지 않기 위한 엄격한 조치가 따라가기 마련인 핵발전소와 달리 일반인들이 아무런 예방적 조치도 없이 일상적으로 20mSv/yea에 피폭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한 성인 핵발전소 노동자에게 허용되는 연간 허용치가 여성, 어린이 및 유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동일한 피폭에도 여성과 어린이가 받는 영향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더 위험하다

출생전후기 사망률은 방사선 피폭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오염이 심각한 6개 현에서 재난 후 10달 정도가 지난 2012년부터 출생전후기 사망률이 15% 정도 늘었다. 치바, 사이타마, 도쿄같은 비교적 오염이 덜한 곳에서도 6.8% 증가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에서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암 발생에 있어서도 여성은 더 위험하다.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암 발생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특정 암(유방, 난소, 자궁)을 제외하고도 10가지 암 중 9개에서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았다. 위암은 남성의 3배, 폐암은 4배에 달했다. 엑스레이나 CT촬영시 발생하는 피폭에 따른 위험도 여성에게 더 심각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도는 높아져서 20대 여성은 40대 남성보다 4배나 높은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관상동맥조영술 CT촬영을 40세 여성이 받을 경우 암 발생률 270분의 1. 남자는 600분의 1. 20세 여성은 두 배 더 위험.) 임신한 여성의 경우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유산, 기형, 신경행동 이상, 성장 지연,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가 여성들에게 미친 물리적 피해도 심각하지만 정신적 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불안, 우울증 증가 외에도 피해 지역의 높은 자살률이 여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현의 자살률은 10만명 중 110-138명. 그에 비해 일본 연평균 자살률은 19.9명이다. 원전 사고와 직결된 복합적인 요인들-가정 내의 긴장과 폭력, 성폭력, 피난 과정에서의 별거와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보상금 수급의 어려움, 가족들에 대한 걱정 등이 여성들의 정신 건강을 벼랑으로 내몬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1차적인 충격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피소에서도 약자들을 간호하고 음식을 만드는 등의 돌봄노동을 여성에게 떠맡기면서 보상금은 남성 가부장에게만 지원하고 여성에 대한 지원 체계나 법적인 보호에는 관심 없는 일본 정부의 가부장적인 행태가 후쿠시마 여성들 정신 건강의 주적 아닐까.


어린이들을 이용하지 말라

그리고 어린이들이 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권리를 주장하기도 힘든 어린이들이 후쿠시마의 가장 큰 피해자일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 정부는 아동 인권, 건강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미지 세탁을 위해 일본 정부가 시행한 각종 캠페인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동원된 사례는 무수하다. 도치기 현에서는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는 후쿠시마산 쇠고기를 학교 급식으로 내놓아 아이들에게 먹였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를 지나 해안으로 뻗어있는 6번 국도 청소에 지역 중고등학교 미화부 학생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장갑과 마스크같은 기본적인 방호 조치도 없이 말이다. 후쿠시마 고등학교에서는 원자로 현장 견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도쿄대 물리학 교수와 교사들이 동행했다고 한다. 참고로 도쿄전력은 이전부터 18세 미만에게 원자로 부지 견학을 허락한 적이 없다.

덕분에 어린이 건강은 빨간불이 켜졌다. 피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자 후쿠시마, 이타테같은 피해지역 미취학 아동 비만율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후쿠시마 어린이들의 갑상선 이상과 갑상샘암 발생률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6년 12월 기준 아동 145명이 갑상샘 암 판정을 받았다. 일본 의료 당국은 이같은 결과가 방사선 피폭 영향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체르노빌 사고 때에도 방사선 피폭에 따른 갑상선 이상은 4-5년 이후에나 나타난 것처럼 후쿠시마 역시 진짜 피해는 이제부터 밝혀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재난 직후 아동들에게 안정 요오드제 배급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피해는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교과서 등에 방사능이 어린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왜곡하거나 축소시켜 기재하고 학교 제염 작업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개교를 시행하는 등 추가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


삶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2017년 3월 피난명령 철회에 따른 재정착 계획 시행은 생존자들에게 강제이주명령에 다름 아니다. 이재민 50% 이상이 다른 지역에 정착하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알량한 보조금 지급(1인당 월 10만엔, 한화 약 100만원)과 임시 주택 제공마저 중단한다면 그들에게 무슨 선택지가 있겠는가. 이재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예전의 평화롭고 안전한 고향이 아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 수도 없고, 가벼운 외출도 두려운 창살없는 감옥같은 방사능 오염지역이다.

후쿠시마 생존자들이 자신의 삶과 건강하게 살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건강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거주지 선택을 비롯한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여성들이 재난 대처 및 지원과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피해지역의 방사선 피폭 허용치를 국제 기준에 따라 1mSv/year로 줄여서 생존자들의 방사선 피폭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삶터를 망치는 개발에 대한 칩코 여성들의 저항에서부터 체르노빌 이후 유럽 각국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벌인 반핵 운동, 송전탑 건설에 온몸으로 맞선 밀양의 할매들에게서까지 우리는 우리 모두의 삶과 행복을 위협하는 것들에 누구보다 격렬히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힘을 본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아베 정부와 돈과 권력에 중독된 일본의 핵마피아들, 무능한 관료주의에 맞서 삶을 지키고 이어가려는 일본 여성들에게 뜨거운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끈질기게 싸워 이기기를 바란다. 높아져가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노후한 핵발전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가동시키고,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각종 사고는 쉬쉬하며, 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준 나라. 후쿠시마는 어쩌면 핵조선,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그린피스일본사무소 2017. 3. 'Unequal impact'

프레시안 2015.8. '후쿠시마 이재민에 대한 국가폭력'

한겨레21 2014.3. '후쿠시마, 그리고 한국'

* 자료제공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