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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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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poke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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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이야기가 나온 지 채 일 주일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계란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생리대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네요.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 집단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니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릴리안이라는 이름의 생리대는 제가 매달 수십 개의 생리대를 필요로 했었던 약 40년 동안은 이 세상에 없었던 상품이었어요. 그래서 언제부터 시장에 나왔는지 검색을 해 보니 2013년 12월에 첫 출시를 했더군요. 사실 현재 릴리안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생리불순, 다낭성 난소증후군, 자궁근종과 같은 질환들은 이미 그 전부터 산부인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여성질환들이었죠. 물론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질병이므로 이러한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환경 요인들이 우리 주위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만요.

합성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은 다양한 여성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환경 요인입니다. 많은 합성화학물질들이 환경 호르몬으로 작용하므로 인체 내부에서 정교하게 조절되고 있는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환경호르몬 노출로 발생하는 인체 영향을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로 증명하기란 매우 힘듭니다. 그 노출과 인체영향이 가지는 복잡성 때문이죠. 현재 생리대 관련 전면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주장들이 여기 저기서 나옵니다만 한 평생 역학자로서 살아온 연구자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역학조사를 할 수는 있으나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릴리안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읽어보니 사용과 함께 생리불순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중지와 함께 그 증상들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제가 앞서 '바디버든, 유해화학물질 얼마나 피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현대 사회에서 건강에 별 문제 없는 사람들이 예방 차원으로 세상에 유명한 몇몇 환경호르몬들을 피해가면서 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본인이 환경호르몬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질병이 있을 경우, 그 때부터는 피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인 바 있습니다. 자궁은 대표적으로 환경호르몬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불순을 바로 감지할 정도였다면 이 사람은 당장 릴리안 사용을 중지하여야겠고 그것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바로 현실에서 특정 환경호르몬을 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여기서 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릴리안을 사용하다가 어떤 증상을 경험하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면생리대를 선택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생리대로 갈아타기를 선택합니다. 그 후 증상이 좋아지면 릴리안과는 달리 그 다른 생리대는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 문제를 그렇게 해석 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그 다른 생리대에 존재하는 환경호르몬들의 조성이 릴리안의 조성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비슷한 경험을 다른 생리대 사용자들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위스퍼를 사용하다가 생리불순을 경험하고 릴리안으로 갈아타면 그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릴리안에서 TVOC가 수백 배 이상 검출되었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 릴리안이 향으로 승부를 건 생리대더군요. TVOC란 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s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총 유기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현재 석유에 기반하여 만들어지는 합성화학물질들은 다 유기화합물으로 볼 수 있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그 성분이 공기 중으로 잘 날아가는 종류들은 다 TVOC죠. 그러니까 생리대뿐만 아니라 향이 나는 수많은 일상 생활용품들에서 TVOC는 다 상당량 검출됩니다. 특히 여성들이 애용하는 일상생활용품 중에서는 향이 없는 것을 오히려 찾기가 힘들죠. 또 검사한 생리대들에서 발암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난리입니다. 어디 생리대뿐이겠습니까? 아무 신문사 홈페이지에 가서 "발암"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해보세요. 1년동안 최소한 100건의 기사는 뜰 겁니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상용품들과 먹거리들이 다 등장하죠.

저는 환경을 통하여 노출되는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만성적인 노출이 많은 질병의 핵심적인 원인임을 확신하는 연구자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먹거리와 일상생활용품들이 하나씩 하나씩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하여서는 우려를 금치 못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종류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유해물질로 혹은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합성화학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언론들은 누가 누가 더 선정적인 제목을 뽑느냐로 경쟁을 하고, 해당 정부 부처는 뭐했냐고 비난받고, 누군가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며, 관련 업체나 생산자는 사업을 접는데, 대중들은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또 다른 이슈들에 눈을 돌립니다.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한결같이 유해물질의 종류와 노출 경로, 노출 수준 등에 대한 위해성 연구가 시급하다고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위해성 연구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은 개별화학물질이 독성수준에서 보여주는 문제점들입니다. 화학물질의 복합체와 비선형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저농도 영역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위해성 연구를 한다고 해서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뭔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여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저는 정부에서 우리나라 국민들 중 1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그 사람들이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숨쉬고 바르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현존하는 가장 정밀한 분석기기로 그 안에 포함된 모든 합성화학물질을 한번 측정해 보면 좋겠어요. 확신컨대 초극미량의 엄청난 수의 살충제,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TVOC, 방사선 들이 여기저기서 검출될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하나도 빠짐없이 세상에 알리는 거죠. 즉, 합성화학물질의 문제가 단순히 계란과 생리대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본질임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문제를 직시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를 통하여 최소한 현명한 대중들은 이 문제가 현재와 같이 단일 상품이나 단일 먹거리에 대한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다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일회용 생리대는 다른 노출원들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음 먹기에 따라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 삶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책임지고 만들어 주는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안전한 담배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듯이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현존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 하고, 생리대에 들어갈 수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규제하고, 들어간 성분을 법적으로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문제 제기는 20세기 이후 인류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한 다각적인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이 문제를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의 문제로 환원시켜서 접근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회용 생리대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과 얇고 흡수율 높은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가 존재하는 한, 이 생리대의 문제는 머지 않은 미래에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