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덕희 Headshot

살균제가 殺하는 것은 '균'만이 아니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DEFAULT
연합뉴스
인쇄

가습기 살균제, 살균제를 殺하라 !

비극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하여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든 해당 기업과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 제도와 법률의 허점 등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수없이 다루고 있으니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이 사태를 바라볼까 합니다.

요즘 손 소독제라는 것이 유행이죠. 몇 초안에 미생물의 99.99%를 없앨 수 있다는 손소독제. 수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 우리 손이 너무 위험하니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르기만 하면 되고 다시 씻을 필요도 없으니 너무 편리하다고 그럽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위생관념이 희박한 저는 자의로는 한 번도 그 손소독제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요, 일단 저는 제 손에 살고 있다는 그 수만 마리의 미생물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여기에 더하여 최소한 제 눈에는 손소독제의 성분표시에 나와 있는 각종 화학물질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제 손을 우주로 믿고 살아 가고 있는 미생물들보다 더 해로워 보였어요. 물론 무독성 살균제라고 선전문구는 붙어 있지만요.

가습기 살균제와 손 소독제. 이름도 성분도 목적도 다른 제품이지만 이러한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그 내면에 깔린 심리적 기작은 동일합니다. 미생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과도한 공포심, 청결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 미생물은 미리미리 사전에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설익은 판단. 그리고 뭐든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서 팔아야만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러한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는 메시지를 곳곳에 공격적으로 남깁니다.

20세기가 되면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합성한 수많은 화학물질들 중에서 특히 다른 생명체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종류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식물이든, 곤충이든, 박테리아든 관계없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작동기전들은 유사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시간이 걸릴 뿐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인체에서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거나 배출이 잘 된다 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된다거나 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죠.

인간들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식물, 곤충, 박테리아들을 두고 우리에게 미치는 "당장의" 유익함과 불리함만을 따져서 잡초, 해충, 병원균을 일괄적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이 놈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용납할 수 없으니 없애버려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해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험실에서 만든 특별한 화학무기를 이용하여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는 것은 내가 이놈들로 인하여 위기에 처해있을 때 혹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을 때 나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할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당장 우리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전 예방의 목적으로, 그것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본인의 주위를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생활용품들에 "항균"이라는 용어가 붙어있는지 알면 놀라실 텐데요, 인간과 가축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오남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항균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폐해는 100%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생물과 같은 경우는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이 놈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들은 미생물들 중에서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종류들을 병원균이라고 이름 붙이고 항상 전투 모드로 살고 있습니다만 이런 미생물들의 존재 목적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거죠. 지구환경 파괴의 공적인 이 사악한 인간들을 의도적으로 괴롭혀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는 단 한 순간도 없었을 겁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와중에 우연히 인간이 걸려드는 것일 뿐이죠. 인간이 죽어버리면 이 미생물한테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인간들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여기 저기 퍼트려 줘야 종을 번식시키죠. 죽어버리고 아파서 운신도 못하고 하면 결국 이 미생물도 그 안에서 같이 죽어 가는 거죠. 미생물이 이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서서히 상황인식이 되기 시작합니다. 찍어 먹어봐야 똥인 줄 된장인 줄 구분이 가는 애들이거던요. 야~ 인간들을 죽여 버리면 안 되는구나.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도록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종의 번식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구나. 그러면서 독성을 서서히 낮추면서 미생물 스스로도 공존의 방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 법칙이죠.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 우리 주위에 공기처럼 늘려있는 수많은 미생물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 몸의 면역력을 높여서 이 놈들과의 공존을 나 스스로도 모색을 하는 겁니다. HIV라고 아시죠? 20세기 흑사병이라 불리는 에이즈(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AIDS)의 원인 바이러스입니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소속의 뤽 몽타그니에 (Luc Montagnier)박사는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를 발견한 연구자인데요 그 덕분에 2008년도에 노벨생리의학상까지 받았죠. 이 연구자는 기존 연구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발언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한 인터뷰에서 HIV감염에 대하여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인체가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우리 몸에 HIV가 들어오더라도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를 자연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ET0cgvo7UnM).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만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문제 해결의 모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 현실에서 HIV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가 한 발언치고는 놀랍지 않나요?

그럼 도대체 면역력은 어떻게 높일까요? 면역력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종종 특정 식품이나 제품의 광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바로 호메시스 작동시키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딱히 한 두 가지를 추천하자면 바로 햇빛 쬐기와 운동입니다. 운동 좋은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햇빛이 만들어주는 비타민 D는 면역력에 정말 특별한 역할을 하죠. 여기에 더하여 햇빛 자체가 가진 살균능력은 지금 집 안 곳곳에 늘어져 있는 온갖 살균, 항균 생활화학제품들과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즉, 햇빛, 열, 건조와 같은 전통적인 미생물 살균방법들만이 사전 예방의 목적으로 아무리 장기간 사용해도 인간에게는 무해한 살균제입니다. 다소 번거로울 뿐..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구호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독성수준에서 발생하는 개별 화학물질의 문제는 제도와 법률 개선 등을 통하여 해결 가능합니다만 제가 앞서 글에서도 누차 말씀 드렸듯이 근본적으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란 것은 구호로만 존재할 수 있을 뿐 더 이상 불가능한 21세기입니다. 화학물질의 혼합체와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 때문이죠. 미생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듯 피할 수 없는 화학물질들과도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