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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값이 만원으로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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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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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설거지하며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DJ가 요즘 냉면값은 옛날에 비해 너무 비싸고 양도 너무 적다고 타박하는 대목을 들었다. 뭐 푸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세상 민심이 박하고, 사장님들이 점점 더 많이 남겨먹으려고 한다며 사회나 자영업자 탓으로 이어지니 거 참 답답해 지더라. 문득 간간히 보이는 뉴스, 그러니까 원두원가는 500원인데 5천원에 커피를 판다느니, 냉면원가는 1천원밖에 안되는데 1만원이나 받는다며 바가지 장사라는 기사가 떠오른다. 그래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가상의 서울시내 평양냉면집 냉면원가 변화를 한번 분석해 봤다. 물론 나는 냉면집에서 일해본 적 없고, 대략 몇 억불짜리 건설공사만 견적하던 사람이라 디테일이 떨어질 수 있다. '합리적' 조언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내가 알아보고자 하는 부분은 1995년 기준 3천5백원의 원가를 가진 냉면이 2015년이 되면서 얼마나 원가가 오르냐는 것이다. 현재 냉면원가 자체를 분석할 데이터도 없으며, 아마 점포별로 상이할 것이므로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가격이 올랐는지 인덱스 기준으로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싶었다. 그러면 이게 자영업자의 욕심 때문에 냉면값이 올랐는지, 어쩔 수 없이 냉면값이 올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냉면의 원가구성은 임의로 정해봤다. 어차피 여기서 원하는 바는 원가구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1995년 3천5백원했던 냉면이 2015년에 얼마인지 알아보기 위함이니 원가구성의 단가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대략의 자영업 요식업계 원가보할을 따라갔다.(물론 실제와 다를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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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그림1'은 1995년 기준 냉면원가를 보여준다. 메밀이나 수육 등의 재료비 1,500원, 전기/수도세 등 200원, 주방식기 등의 장비감가상각비 300원, 종업원 노무비를 500원, 아울러 건물 임대료를 1,000원으로 잡았다. 이렇게 하면 총원가가 3,500원이고, 여기서 1,000원을 이윤으로 받고, 부가가치세(VAT)를 때린다면 소비자가가 대략 5천원 정도 하겠다. 이게 20년의 세월이 흘러 2015년이 되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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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원본 보기)

통계청 국가지표체계에 들어가면 시계열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검색할 수 있다. 이는 '그림3'과 같이 엑셀파일로도 받을 수 있는데, 대략 상기 언급한 상세항목은 대부분 쉽게 매칭시킬 수 있었다. 즉, '그림3' 상 좌측 파란색으로 표시한 바와 같이 재료비-농축산물, 전기/수도-공공서비스, 감가상각-공업제품, 노무비-최저임금, 임대료-집세로 매칭시켜 연도별 증가율을 도입하여 Index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우측에 표시된 부분과 같이 대부분 170%에서 200%가량이 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저임금은 20년 사이 무려 5배 가까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1995년 원가에 집어넣어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림2'와 같은 결과가 나왔고 원가 3,500원짜리 냉면은 무려 8,034원이 되었다. 여기에 이윤을 이전과 같이 1천원, 그리고 VAT를 감안한다면 대략 만원이 되시겠다. 물론 이는 냉면값은 대략 두 배 넘게 올랐는데, 자영업하시는 냉면집 사장님이 받는 이윤은 똑같이 1천원이라는 무리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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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우리나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의식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예전 기억에 의존하여 지금 어떠한 제품이 비싸졌다고 단순히 냉면집 사장님에게 그 화를 돌리는 건 온당치 못하다. 얼마 전 저녁 필동면옥에 갔더니 어느 회사원 아저씨가 바쁜 종업원 아주머니에게 주문 안 받을 거냐고 호통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물론 왔는데 자꾸 주문을 안 받고 하면 속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도 가뜩이나 바쁜데 수요미식회까지 전파를 타버려서 더 바쁜 홀에서 정신 없는 건 어느 정도 서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냉면값이 많이 올라버린 이유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그저 어쩔 수 없는 사회의 흐름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될까. 경제성장률이 (+)가 되는 국가경제에선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도 (+)가 될 거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면 안될까 싶다. 그저 '착한가격'이라고, 이십 년 전에도 3천원인데, 지금도 3천원에 판다고 힘들게 사시는 할머니를 칭찬하는 TV프로그램이 아쉽다. 사회의 그 어떤 재화나 서비스도, 어느 정도의 가치는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자영업자 사장님이 우리 아빠도 될 수도 있고, 이모도 될 수가 있고, 몇 십 년 후 내가 될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북유럽이나 호주의 경우 직장인도 점심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아울러 저녁이나 주말 식사도 대부분 집에서 해 먹지, 밖에서 우리처럼 매번 사먹지는 않는다. 이건 그 나라 사람들이 가족적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물가가 비싸서 누군가의 인건비와 높은 임대료를 감안하면, 내 소득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탓도 있다. 그래서 구매력을 고려한 일인당 GDP의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영국 등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더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누군가를 파렴치한 악당으로 만들기 전에, 본인의 사고를 조금 변화시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나부터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재료값이 500원밖에 되지 않는 것을 5천원에 판다고 뭐라고 하려면, 그냥 집에서 그 재료값 500원으로 만들어 드시라. 아마 그 맛은 절대 나오지 않으리라. 왜 남의 원가, 이윤까지 간섭하려 드는가. 그저 비싸다고 생각하면 먹지 않으면 되시겠다. 끝.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