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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고위공직자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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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머리에 롤을 말고 출근했다.

자신의 모습을 전국민이 집중하여 쳐다볼 것이며 최소한 몇 달간은 이 모습이 유명연예인보다 자주 텔레비전에 나올 것이며 대한민국 역사 기록이 존재하는 한 빠짐 없이 등장할 모습임을 그녀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졸업하면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졸업사진 찍는다고 아침부터 미용실에서 난리법석인 일반적인 사람들만 생각한다 해도 이런 중대한 사건 앞에서 그 정도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미용실을 다녀오거나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를 하고 와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인데, 그녀가 뒤통수의 롤을 빼지 않고 출근한 걸 보니 그녀는 아침에 혼자 머리를 했나 보다.

머리에 롤을 마는 것조차도 평소에 하지 않던 나름 특별한 출근 준비였기에 이런 실수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중요한 날, 그는 혼자 머리를 하고 최소한 자신의 뒤통수를 봐 줄 가족들의 배웅조차도 없이 서둘러 출근을 했나 보다. 결국 누구도 그녀의 뒷머리 롤을 지적해주지 않은 채 직장까지 출근했고 전 국민은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칠칠찮다'느니 '여자가 자기 관리를 못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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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고위 공직자인 한 여인은 그날 직장에 출근하지도 않은 채 집에 퍼질러 있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성실히 임무를 수행해야 할 국가 최고 책임자인 그녀는 300명이 넘는 어린 생명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때 느지막이 출근하겠다고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를 올렸다. 그 잘난 머리스타일 준비하느라, 게다가 경호준비를 한답시고 코 앞에 있는 직장을 7시간이나 걸려 출근했다. 이걸 가지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여인의 사생활이니 건드리지 말라했다. 조명까지 가지고 다니며 해외순방을 다닐 정도로 자기를 가꾸는데 철저한 사람이라 그런 건 이해해 줘야 한단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애써 단장한 그녀의 단정한 머리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거나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느낀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도 진정한 여인의 아름다움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지극히 성차별적인 '여인의 사생활'같을 말 따위로 구별 지어질 수 없는, 여인에게만 국한되어 존재하고 여인만이 특별히 관리해야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공통으로 추구해야할 아름다움이며 사람들은 이 아름다움이 허탄한 육체에 몰두하는 이의 아름다움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진리가 증명되는 그 언젠가를 기다려왔다.

그래서 나는 그 한 여인이 다른 한 여인을 파면 선고하는 모습을 통괘하게 바라봤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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