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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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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aroo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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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미국 상류층에 진입하기 위해, 이를테면 ear와 year의 발음을 구별하는 것을 목표로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 아님을 밝혀둔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수준의 영어를 얘기하지만, executive position은 모르겠으나 VP 레벨까지는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공립학교에서 전통적인 문법과 독해 중심의 영어 교육을 받았다. 요즘도 이런 책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성문 기본/종합, 맨투맨 기본/종합으로 공부했다. 이런 방식의 영어 교육이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을 양산해낸다고 숱한 비난을 받았지만, 나는 그것이 과도한 비난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당시 native speaker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교사가 극히 적었다는 사실과 교실 환경을 고려하면 문법/독해 중심의 교육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국 땅에서 살아갈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인터넷의 영어로 된 고급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 즉 읽기가 제일 중요하다.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에서는 종종 (영어로 email) 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듣기/말하기는 그 다음이다.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살아남는 데도 독해와 문법 중심의 교육이 꽤 쓸모가 있었다. 쓰기나 말하기를 잘 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문법에 맞게 늘어놓으면 된다. 단어를 많이 알면 문장 만들어내는 것이 아주 쉬워진다. 그 상황에 적당한 단어를 모르니까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 내려고 하면서 점점 산으로 간다. 출국 전에 듣기 연습은 따로 하면 좋다. 취향에 맞는 미드(액션보다는 법정 드라마 같이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를 보는 것으로.

같은 값이면 발음까지 훌륭한 것이 당연히 더 좋지만, 그것을 위해 부모나 학생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내 영어 발음은 형편 없다. 억양이 중요하다는데 내 영어는 완전 모노톤이다. 내 아내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 한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고, 뉴욕 Columbia 대학에서 응용 언어학 석사를 받고, CUNY에서 박사 과정을 하다가 출산 등으로 그만 뒀다. 발음도 아주 유창하다.

그런데 중국, 인도, 프랑스, 러시아 억양이 강한 영어는 내가 훨씬 잘 알아 듣는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많이 접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진단은 달랐다. 내 영어 체계에는 억양이나 액센트 개념이 완전히 빠져있기 때문에, 낯선 억양의 영어를 들어도 그것을 모노톤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게다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는 인도인, 중국인을 합치면 이미 과반이고,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표준 영어의 norm이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헤게모니가 중요하다. 내가 아쉬운 입장일 때는 정확하게 얘기해도 못 들은 척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뭔가를 배우려고 할 때는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러니 영어 발음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전공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엔지니어는 표나 그래프를 보면서 얘기하기 때문에, 'This shows that ...' 과 같은 표현 만으로도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발음이 유창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지만, 채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컨텐츠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