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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시험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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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호 정책인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암초에 부딪혔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토론회 자리에서 정규직 직원들은 "힘든 취준생 시절을 거쳐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서 있는데, 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들이 너무 쉽게 정규직이 되려고 하느냐"며 '공정사회' 구호를 외쳤다. 서울지하철의 정규직화 방침도 난관에 부딪혔다. "20대 청춘을 몽땅 저당 잡혔던" 정규직 직원들은 "객관적 기준 없는 정규직화"에 반발하면서 자신들이 '역차별'당하는 일반직 전환은 중단하라고 외친다.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정부의 원칙과 의지는 바른 것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회의 평등', '정당한 차별'의 담론 앞에 '불공정한', '밀실야합'의 일종이 되고 말았다. 공기업들이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경비절감만을 위해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해온 지난 20여년의 '적폐'가 문제의 원인이다. 물론 공기업 입사를 위한 시험 준비를 합리적 '투자'로 여기면서 '희생의 대가'를 보상받으려는 공기업의 청년 정규직들에게 연대의 정신만 설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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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정규직화에는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우리는 이번 건으로 채용·승진 과정에서의 시험 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직 기능만이 요구되는 일이라면 분명히 자격시험이 필요한 직원을 선발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공공적 마인드가 약간이라도 필요한 자리는 시험과 짧은 면접으로만 직원을 선발할 수 없을 것이다. 입사 이전의 교육 및 사회활동 경력, 일에 대한 열의나 공익 마인드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윤추구와 거리가 있는 우리 사회의 어떤 공조직도 시험 외의 채용·승진 평가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실제로 시험을 없앤 경우 힘 있는 사람의 특혜와 연줄이 심하게 작용해서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시험은 정규직들이 주장한 것처럼, '흙수저'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당성과 객관성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시험이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과정의 '객관성'이 이후의 모든 성과를 보장할까? 사실 시험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대학도 그렇지만, 로스쿨이나 공무원 시험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람은 제대로 준비할 여유가 없다. 즉 성공한 정규직의 주장과 달리 기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교사 고시 이후 교사와 과거 배정 시절의 교사를 비교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경쟁적 시험에 통과한 사람이 반드시 공공 업무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보장도 없다. 시험은 오직 제한된 '기능'만 평가하기 때문에 숙련과 업무 적합성이 더 중요한 자격조건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을 통과한 정규직이 기능에서 뛰어나다고 해도,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반드시 정당한 것은 아니고, 그 격차가 십년, 아니 평생 지속되어야 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게다가 공기업의 비용절감 필요 때문에 정규직의 고임금과 특권은 상당 부분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경쟁적 시험은 채용과 승진을 위한 하나의 평가 방법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그래서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과도한 특권의식을, 실패한 사람은 패배감을 갖고 살아간다. 공무원, 공기업에는 필요한 기능과 더불어 공공 마인드도 갖춘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데, 높은 보상과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다 보니 그 업무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기능만이 뛰어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향도 있다. 그 결과 '시험 공화국'의 승리자들은 온 나라를 '경쟁'과 '능력'의 논리로 도배해 버렸다.

입직과 승진에서 평소의 업적과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토론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국가 주도의 한 번의 경쟁적 시험이 합리성의 마지노선이 된 이유도 기업 등 민간 조직에서의 평가 기준과 철학이 없고, 합리적 평가를 위한 비용을 국가나 기업이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던 결과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패자 부활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업적평가 체제 전체를 손봐야 한다. 시험에 한두 번 실패한 사람도 업적과 열의를 보여줌으로써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