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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대한 어리둥절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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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일주일 넘게 쓰고 있는 중이다. 내 경우엔 아이패드와 아이팟에 앱을 깔고 크롬캐스트와 AV 어댑터로 텔레비전에 연결해 쓰고 있는데, 너무 손쉬워서 잠시 내가 기계치라는 사실을 까먹었다. 가입도 손쉬워서 카드번호 이외엔 개인정보를 넣을 필요도 없다. 진입장벽이 거의 유튜브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종종 자막 번역이 아쉽긴 한데,(시트콤인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의 경우는 농담의 뉘앙스가 많이 날아갈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영어 자막을 선택할 수 있으니 문제점은 반 이상 해결되었다고 봐야겠다.

거슬리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을 틀 때마다 늘 저해상도로 시작했다가 고해상도로 올라가는 건 신경이 쓰이는데 해결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제시카 존스]를 크롬캐스트로 볼 때는 프로그램이 중간에 끊겼고 아이패드로 볼 때도 화면이 종종 깨졌는데, 이후 다른 프로그램을 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프로그램에 따른 병목 현상이거나 이후 서비스가 개선되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느 게 답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매체에서 보도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그냥 어리둥절할 뿐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은 어이가 없다. 넷플릭스는 내 주민등록증 번호도 갖고 있지 않고 아이핀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도 요구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로 넘어간 정보에 걱정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이미 위험한 개인정보는 해킹당한 국내 서비스 때문에 오래 전에 탈탈 털리지 않았던가.

영화가 별로 없는 건 사실이다. 초창기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에는 동감을 못하겠다. 지금 넷플릭스엔 선택의 여지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제시카 존스]와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를 끝냈는데, 그 다음에도 고를 텔레비전 시리즈는 무궁무진하다. 내 경우는 연애와 자식들 걱정 이외에도 할 말이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이 고마워 죽을 지경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외에도 다큐멘터리와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고를 것이 예상 외로 많은데, 지금 있는 컨텐츠 중 취향에 맞는 것들만 소화해도 몇 년은 걸릴 것 같다.

국내 컨텐츠는 별 게 없다. 영화는 어떻게 그렇게 '망작'들만 골라 놓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미 그들을 볼 수 있는 통로는 많지 않던가? 넷플릭스에 들어와서 "[응팔]이 없네?"하고 투덜거리는 건 외국 식당에 와서 김치를 내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중요한 건 모두 갖고 있는 컨텐츠를 넷플릭스도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 다른 데에서 볼 수 없는 컨텐츠를 얼마나 편리하게 제공하느냐가 아닌가? 촌스러움을 일부러 대놓고 과시하는 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가 없다. 촌스러운 건 그냥 촌스러울 뿐이다.

노출 장면이나 담배 장면에 블러나 검열이 없다는 걸 비판하는 건 어이가 없다. 그런 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당신이 그런 블러가 사방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걸 봐야 만족한다면 그건 불필요한 자체 검열을 남발하는 대한민국 텔레비전의 인질이 된 상태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이런 걸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한다.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이런 걸 애들이 볼까봐 두려워 한다면, 일단 애들은 이미 그보다 더 심한 것들을 보고 있고, 넷플릭스의 성인용 컨텐츠를 애들이 보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건 당신의 신용카드 관리이다.

물론 이런 매체의 비판은 기자의 개인적 의견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시청자들이 이 새로운 서비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이다. 당연히 글의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시청자들은 얼마나 딱하고 처량한 존재인가. 그들은 취향과 의견이 없고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것이라면 뭐든지 꿀꺽꿀꺽 집어 삼킨다. 그들이 좋아하는 건 사디스틱한 시어머니가 떼로 나오는 막장 연속극이나 어느 채널에나 얼굴을 들이미는 비슷비슷한 중년 남자들이 모여 회사 회식 자리 부장님 농담이나 늘어놓고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뿐이다. 물론 그들은 정당한 컨텐츠를 위해 한끼 밥값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단지 한국 시청자들이 정말 그런가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한국 관객들은 다 이래'라는 굳건한 믿음이 깨진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뮤지컬 영화를 싫어해"는 수십년 동안 당연시된 상식이었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과 [레미제라블]의 흥행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한국인들은 SF를 싫어해"도 마찬가지로 수십년 동안 지속된 상식이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와 [마션]의 흥행 결과를 보라. "한국 사람들은 미국 애니메이션을 싫어해" 역시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의 흥행 성공 이전엔 상식이었는데...

그만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 관객, 독자, 시청자들은 그렇게 일반화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그들은 늘 어디로건 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리고 진짜로 진취적인 사업가나 창작자들이라면 게으르게 한국인 관객/독자/시청자의 기존 습관을 따르는 대신 그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노려야 한다. 그게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건 느리고 지겨운 퇴보뿐이다. 지루한 향수 팔이 컨텐츠들의 홍수를 겪으며 2015년을 겪은 나는 그런 퇴보가 무척 두렵고 짜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