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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스펙터클은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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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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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놀랄 만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가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악당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동안 런던과 뉴욕의 고층건물이 종이처럼 휘어지고 접혀지고 뒤틀린다. 화면 비율이 확장된 입체 아이맥스로 보면 더 근사해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이게 영 밍밍했다. 일단 뒤틀리는 도시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다. <인셉션>에서 한 번 보았으니까.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아이디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아무래도 재방송이라는 느낌이 남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준수하게 잘 만들었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마블 히어로 기원담의 데자뷰 속에서 이미 익숙해져버린 스펙터클의 도입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장점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이미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스펙터클 자체가 이전만큼 흥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0, 90년대만 해도 에스에프·판타지 영화의 특수효과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티(E.T.)와 엘리엇이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고, 남극기지의 과학자들이 외계괴물로 변신하고, 애니메이션 토끼가 진짜 배우와 함께 액션을 펼치고. 기술 자체는 지금 관점에서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당시 그 영화들은 매순간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고 새 영토의 탐험이었다. 그 모든 기술에 익숙해진 지금 와서 보더라도 그 도전의 흥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도 기술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80년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문가들도 늘 하던 일만 반복하고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도전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이 정도의 스펙터클을 보여주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가 오히려 더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 결과 모든 게 평준화되어버렸다. 대자본을 들여 만든 할리우드 스펙터클은 이제 이전만큼의 특별함이 없다.

이 특별함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조금 다른 시도들이 있다. 아마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펙터클은 화면비율이 늘어나는 3디(D) 아이맥스로 보면 조금 더 근사해보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극장을 유원지화시키는 포디엑스(4DX)라는 것이 있다. 프레임 수와 해상도를 높이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개봉 준비 중인 이안 감독의 <빌리 린스 롱 하프타임 워크>(Billy Lynn's Long Halftime Walk)도 그런 영화인데,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비평가들은 오히려 그렇게 만들어진 너무 사실적인 영상에 오히려 질려하는 것 같다. 프레임 수를 높인 <호빗> 삼부작 때 경험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왜 그러는 지 알 것 같다.

영화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직사각형의 한계를 초월할 것이다. 그건 바꿀 수 없는 미래이다. 하지만 기술과 그 신기함에 의지하며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그리고 그건 할리우드 밖에서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희망적인 일이다. 대자본 스펙터클이 일상화되었다면 다른 일상이 그 스펙터클과 일대일 대결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