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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Redenomination] 바로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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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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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액면 단위를 바꾸는 화폐개혁 즉,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수단으로 자주 거론된다. 얼마 전 <더민주당>의 경제통이라는 국회의원도 "한국의 과도한 지하경제를 줄이고, 계산편의 등을 위해 리디노이네이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이들의 생각처럼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지하자금의 양성화가 가능한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화폐개혁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50년 8월 28일로 신․구 화폐의 교환비율이 1 : 1이었다. 6.25 때 한국은행 금고에 있던 현찰이 북한군의 수중에 넘어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돈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구화폐의 유통을 정지했다. 둘째는 1953년 2월 17일로 군비지출로 늘어난 유동성 흡수, 체납세금 회수 등이 목적이었다.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하고 교환비율을 100 : 1 로 하였다. 세 번째는 1962년 6월 9일로 지하자금을 끌어내 산업자금화 하고 물가오름세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화폐단위를 다시 환에서 원으로 바꾸고 교환비율을 10 : 1 로 하였다.

세 번의 화폐개혁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화폐의 액면단위를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이었다. 여기에서 세 번째 화폐개혁은 비밀리에 추진했고 신구화폐의 교환기간을 일차적으로 7일만 허용하여 지하자금을 끌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최종적인 입금 결과는 100만환(10만원) 이하가 90.5%를 차지해 거액 지하자금을 산업자금화 하려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면 1962년과 같이 비밀리에 준비하여 갑자기 시행하고, 교환기간을 아주 짧게 하여야 한다.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이 미리 알려지면 지하자금 등 시중의 현금이 급격히 금이나 외화매입, 부동산 등 실물투자로 이동하면서 경제가 대혼란에 빠지고 지하경제의 양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 교환기간이 길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한국에서 화폐개혁, 즉 리디노미네이션을 비밀리에 아주 짧은 교환기간 안에 할 수 있을까? 화폐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폐를 시행 날짜에 맞추어 미리 충분히 인쇄해 놓아야 한다. 새 화폐 제조에는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비밀을 지키기 쉽지 않다. 과거와 같이 외국에 발주해 비밀리에 인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날에 유통시키고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CD기나 ATM 등이 새 화폐를 인식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다. 바뀐 단위 때문에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금융, 은행 간 자금이체, 수표 사용, 증권거래 등이 불가능해진다. 은행전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통장을 수기로 발행해야 하고, 금융기관 마감이나 결산도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아마 한국경제가 마비될 것이다. 결국, 리디노미네이션은 새로운 화폐의 제작뿐 아니라 금융기관 전산 및 결제시스템의 수정, ATM기의 교체 등을 위해 공개적인 사전 준비기간을 충분히 갖지 않으면 시행할 수 없다.

화폐개혁이 미리 예고된 상태에서, 교환기간을 짧게 하고 일정액 이상의 현금은 강제 예치 등의 제한을 둔다면 어떻게 될까. 거액의 현금과 지하자금 등은 준비기간 중에 해외도피, 금이나 달러, 부동산 등으로 다 숨어 버릴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화폐개혁 이후에는 언제든 예전 화폐를 가져오면 새로운 화폐로 바꿔준다고 하여야 한다. 즉 교환기간의 제한을 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금액의 상한도 없어야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다. 1999년 유럽에서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나, 2005년 터어키의 100만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도 교환기간, 교환금액의 제한이 없었다.

이렇게 볼 때 지금 한국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단지, 돈이나 계산 단위의 동그라미 개수가 줄어 편해지고, 달러 당 환율이 1200 대 1이 아니고, 1.2 대 1이 되어 국격(?)이 조금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화폐제조, ATM기 교체 등에 비용이 많이 든다. 어찌 보면 거리를 멋있게 보이려고 전국의 보도블록을 일시에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디도미네이션은 정부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경제상황이 좀 더 여유가 생겼을 때 해볼 수 있는 정책이다.

* 이 글은 이투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