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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포괄주의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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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또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달이기도 하다. 사업자는 지난해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신고하고, 국세청에서 부과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소득만 있는 경우, 연 300만 원 이하의 기타 소득만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신고하게 되어 있다. 언뜻 보면 경제활동을 하고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모두 신고대상일 것으로 보이나 실제는 많이 다르다.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자는 505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종합소득세 신고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연소득이 100만 원 이하로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GDP대비 소득세 세수 비중은 4% 정도로 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이 조세 부담률이 낮고 재정기반이 취약한 것은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문제보다 대부분 소득세를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부 자영업자나 전문직 등의 세금탈루 관행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의적인 세무행정과 잘못된 소득세 제도에 주로 기인한다.

주택임대소득과 종교인소득 등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은 임대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비과세이고, 2주택 이상이나 오피스텔은 임대 여부의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과세되지 않는다. 종교인소득은 과세 계획이 있지만 정치적 사유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금융소득의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이자배당소득 등은 분리과세 대상이고, 소액주식 양도차익과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비과세 대상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소득세 체계는 열거주의로 되어 있어 과세할 수 없는 소득이 많다.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이 생겨나는 형태의 소득, 뇌물이나 범죄 등과 관련된 불법적 음성적 소득 등은 과세할 수 없다. 미국 등과 같이 소득세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면 불법적인 소득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소득이건 법상 비과세로 인정되는 소득 이외에는 모두 과세 대상이다. 소득세포괄주의 국가에서는 납세자는 언제든 자신이 보유한 자산과 지출한 돈에 대해 탈세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렇게 부실하고 잘못된 조세제도로 인해 지하경제 규모가 아주 큰 나라가 되었다. 지하경제는 성격상 국가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제이기 때문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세계적인 지하경제 전문가인 스위스의 슈나이더 교수의 추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1999~2010년 평균 26%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18% 보다 크게 높고 그리스 등과 비슷하다. 지하경제 비중이 적은 나라는 미국으로 GDP의 8.7%이다. 이에 비해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추정한 한국의 GDP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008년 17.1%이다. 슈나이더 교수와 한국조세연구원 수치 중 어느 것이 신뢰성이 높은지 평가하기 어렵지만, 조세연구원 자료에는 다른 나라의 수치가 없어 나라간 비교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하경제의 과다는 경제의 공정성 투명성 저하, 국민의 불만증가, 세수감소, 정책효율성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 초기에 조금 추진해 했던 것 같다. 임기 3년이 지났지만 5만 원권 발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등을 볼 때 지하경제는 오히려 커졌을지도 모른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제도 개혁보다는 세무조사나 캠페인 등에 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기본은 탈루되는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세제도를 구축하는 것, 즉 소득세포괄주의의 도입이다. 소득세포괄주의는 금융실명제가 그랬듯이 일부 기득권층의 반대가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포괄주의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시행하면 지금 금융실명제가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듯 쉽게 정착될 수 있고 한국경제의 틀을 선진화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의미 있는 개혁을 하나도 못하고 정권을 끝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당성이 떨어지는 노동개혁이나 알맹이 없는 금융개혁에 매달리지 말고, 소득세포괄주의의 도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소득세포괄주의는 금융실명제보다 개혁적인 과제로 역사에 남을 제도이다. 그리고 야당들도 반대하기 어려워 성공 가능성도 크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