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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트라이앵글〉은 역대급 망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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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배틀 프로그램 SBS 〈트라이앵글〉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최근 화두인 EDM과 디제이 소재 방송이 최초로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된다 해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첫 방송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프로그램 전문성은 물론이고 재미까지 놓쳐 너무도 아쉬웠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이어야 할 디제이가 조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디제이 믹스가 대중적으로 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가수 및 래퍼들과의 콜라보를 대거 기획했는데, 결과적으로 디제이가 뒤로 밀려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출연한 디제이들은 최종 편집본에서 본인들 비중이 이렇게 작다는 걸 알고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어려운 소재의 방송인 만큼 출연 디제이에 대한 친절한 해설과 스토리텔링도 필요했다. 그런데 방송 초반 아무 설명 없이 배틀부터 들어가 너무 어색했다. 솔직히 말해 성의 없게 느껴졌다. 선보일 셋을 준비하는 과정과 리믹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출연 디제이에 대한 호감도 높이고 EDM에 대한 자연스런 해설도 이끌어내야 했는데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연출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출연 디제이 일부가 '디제이 쇼'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공연을 펼쳤다. 전통적으로 디제이 배틀이란 믹스 기교를 뽐내거나 누가 더 플로어를 붐업시키는지 겨루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라이앵글 출연자 일부는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를 보조하는 백업 역할에 머물렀다. 노래할 수 있게 반주 음악을 틀어주는 'MR 재생'을 배틀이라 할 수는 없다. 강남 팀으로 출연한 데이 워커는 현장에서 디제이적으로 한 것은 거의 없고 스튜디오에서 작업해온 음악을 길게 재생했을 뿐이다. 디제이 믹스 없는 디제이 쇼라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연예인 패널의 전문성도 꽝이다. 프로듀서인 뮤지가 그나마 전문적 해설을 안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훌륭한 프로듀서이긴 해도 한국 디제이 씬에 밝진 않은 것 같다. 최근 흐름을 기준으로 할 때 강남과 홍대는 EDM, 이태원은 언더그라운드 성향이라고 봐야 한다. '홍대는 힙합'이라는 있지도 않은 트렌드를 제작진이 우격다짐으로 만든 것도 이상하고, 그 컨셉을 살려주느라 패널들이 애쓰는 모습도 보기 안 좋았다.

디제이 관련 전문성을 떠나서도 트라이앵글은 그냥 재미가 없다. 투표를 통해 우승을 가리는 배틀 컨셉인데 대결 내내 아무런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패널들의 리액션도 칭찬 밖에 없고 그마저도 진심이 아닌 게 눈에 보여서 최소한의 리얼함마저 상실했다. 오죽하면 1회 우승이 결정됐을 때 강남 팀의 좋아하는 모습이 전혀 좋아보이지 않았다.

디제이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성토가 넘친다. 한때 힐난에 시달렸던 엠넷 〈헤드라이너〉가 다시 보니 명작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방영 시간대가 월요일 새벽 12시 10분이라 일반 시청자들은 거의 보지 않을 텐데, 마니아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으니 앞날이 어둡다.

일반 시청자를 너무 의식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 같다. 조금 더 과감했으면 차라리 재밌는 포인트가 꽤 생겼을 것이다. 〈헤드라이너〉보다 연예인 패널들을 훨씬 많이 모셔놓고도 재미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첫 방송이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어쩌면 SBS 〈트라이앵글〉은 역대급 망작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