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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해지는 국내 음악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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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열린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이하 스타디움)은 그동안의 국내 음악 페스티벌들과 확연히 달랐다. 우리 페스티벌 시장이 달라지고 있음을, 이번 스타디움을 보며 확실히 체감했다.

그 차별화는 바로 '컨셉'이다. 스타디움은 이번 3회의 테마를 '신화(Mythology)'로 잡았다. 그냥 단어만 내건 것이 아니었다. 무대는 돌 질감의 고대 신전처럼 꾸몄고, 기원전 전쟁 병사로 분장한 모델들이 필드 중앙에 배치됐으며, 스크린엔 반지의 제왕 스케일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라인업 다섯 명이 세상을 구한 다섯 명의 용사라는 컨셉이었다. 공연 전마다 각 용사들의 스토리가 영화 예고편 같은 비장한 목소리로 시를 읊듯 방송됐다.

얼핏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네 번째 라인업 우멧 오즈칸(Ummet Ozcan)이 끝나자 주경기장 조명 전체가 암전되고 필드 중앙에 불타는 무기를 든 고대 전사가 나타났다. 나이프 파티(Knife Party)의 공격적인 EDM이 흐르는 가운데 전사의 몸 주변에 (어떻게 가능했는진 모르겠지만) 기다란 플라즈마 스파크가 감돌았다. 관객들은 '우와'를 연발하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기 바빴다. 그리스 여신 복장을 한 여성 모델들이 빙 둘러 우아하게 팔을 휘젓기도 했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빗장처럼 촘촘한 레이저가 관객들을 향해 일제히 분사될 때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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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BEPCTangent

불꾳놀이도 차원이 달랐다. 보통 페스티벌에서 불꽃을 터트린다고 하면 절정의 순간에 펑! 한 번 터지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스타디움은 아예 '하이네켄 모먼츠(Heineken Moments)'라는 타임을 따로 빼서 5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십자포화를 날렸다. 각양각색의 불꽃들이 하이네켄의 브랜드 마크인 별 모양으로 쉴 새 없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졌다. 불꽃놀이를 공연의 보조가 아니라 독립적인 쇼로 만든 것이다. 그밖에도 족히 4m는 넘을 거대한 인형들이 필드 안을 걸어 다니거나, 그 인형들이 서로 붙잡고 춤을 추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스타디움은 공연은 기본이고 특정 테마의 '쇼'를 크게 부각시켰다. 공연만큼이나 연출과 프로덕션(장비)에 과감히 투자해 페스티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타디움은 2014년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다른 페스티벌들과 차별점이 뚜렷했다. 다섯 개의 무대를 오각형으로 연결해 그 안에 관객들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360도 방향에 스피커가 위치한 덕분에 입체적이고 집중된 사운드가 가능했고, 조명 역시 360도 방향에서 분사되기 때문에 현란하고 스펙터클했다.

스타디움의 명성은 회가 갈수록 거듭되더니 올해 3회는 매진을 기록했다. 이미 사전에 다 팔렸기 때문에 현장 판매가 없었다. 매진의 파워는 현장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30도가 넘는 폭염에 그 많은 관중이 꽉 들어차자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찜통이 연출됐다. 좁은 공간에 워낙 사람이 많아서 LTE는 아예 먹통이 됐다. 관객들이 워낙 꽉 붙어 있어 밖으로 나가려면 한참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그동안 '페스티벌' 하면 다들 '라인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누가 오는데?'가 티켓 파워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스타디움은 '주최측이 뭘 보여주는데?'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스타디움은 라인업만 보면 준 헤드라이너급 다섯 명에 불과하다. 여러 스테이지에서 수십 명의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다른 페스티벌에 비하면 '애걔걔' 수준이다. 대신에 음악 이외에 즐길 것이 많다. 저절로 스마트폰을 치켜 올리게 만드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이젠 페스티벌 기획자들에게 '섭외력' 뿐만 아니라 '연출력'도 요구되고 있다. 관객들에게 얼마나 '전에 없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가가 앞으로의 페스티벌의 초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