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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 '을의 입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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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 JINPING GREAT HALL PARTY
Jason Lee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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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드 문제를 대응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결국 따지고 보면 중국의 막가파식 보복으로 초래되는 한중 양국간의 피해가 비대칭적이라는 데 있다. 한중간의 무역이 한국과 중국 각자의 전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한국이 같은 방식의 맞불 대응으로 전면적 무역 전쟁을 불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이 아니더라도 현재 중국의 막장 보복은 중국 자신에게도 분명 피해를 가져다 주지만 그 또한 한국이 받는 피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는 데 문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우리가 을의 입장에서 갑인 중국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처지에 있다는 게 원통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인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 민족적 감정과 체면도 중요하지만 을의 입장에서 일단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것도 함께 중시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사드 관련 중국의 막장 보복에 대해 일단 조금은 감정을 억누르고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대응으로 나누어 최대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가적 민족적 감정과 체면도 중요하지만 을의 입장에서 일단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것도 함께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왜 저렇게 중국이 비이성적으로 광분하는 지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관련 전문가들도 사드의 목적은 북한 안보 위험에 대한 대처이며 자신들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이 아니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게 최고지도자의 체면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박통와 절친이 되면서 한중관계는 한중 수교 이후 가장 최상의 우호관계를 맞이하게 된다. 아마도 시진핑은 박통과의 개인적인 깊은 친분과 최상의 한중 관계에 본인이 도취가 되었는지 어쩌면 본인 임기 동안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좀더 떼어내서 중국 쪽으로 가까이 붙이는 게 가능하다고 과신했을지도 모른다. 임기 이후 지속적으로 친중행보를 보인 박통 정권을 보며 충분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듯 싶다. 그러한 자기 과신을 테스트해 보는 계기로 아마도 사드 배치 이슈를 선택했던 것 같다. 만약 한국으로부터 사드 배치 철회를 관철시킨다면 중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흔들어놓고 한국이 좀 더 중국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 것인 만큼 시진핑에게는 중대한 외교적 업적으로 남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택동, 등소평 이후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것으로 평가받은 시진핑은 등소평이 정한 최고 지도자 10년 임기제까지 무시하고 장기 집권을 노리는 만큼 여러 방면에서 2017년 전국대표대회 전까지는 실적을 남기고 싶어했을 테고 외교적으로는 한국이 타깃이지 않았을까 싶다.

xi park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11월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치 외교 관행과는 달리 시진핑 본인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약간의 모험을 걸어본 것 같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치 외교 관행과는 달리 해당 부서 장관이나 차관급이 아니라 시진핑 본인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아마도 당시 박통도 중국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 궁극적으로는 통일까지 성취할 수 있을 거라고 과신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과 시주석 간의 개인적 친분 등을 활용, 최대한 친중행보를 보인다면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켜 북한 핵문제에 중대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반대에 대해 계속해서 고의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했으며 이에 고무된 시진핑은 몇 차례나 반복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사드 배치가 관철될 경우 중국 정치 문화에서 고려해 본다면 크게 체면을 상실하는 위험성은 있었지만 시진핑도 약간의 모험을 무릅쓴 것이라 생각된다. 북한 핵실험 전까지 시주석과 박통의 계산은 나름 잘 먹혔던 것 같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과 함께 뒤이은 박통 예상 밖의 시주석과 중국의 소극적 태도, 그리고 박통의 배신감과 분노는 이 모든 애초의 계산이 결정적으로 파탄 나는 계기가 된다. 체면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생각한 시진핑의 진노는 중국 정부 내 어떠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견 개진을 억누르게 되었고 시진핑의 의중을 만족시키려는 강경파들만 득세하여 칼춤을 추게 되는 계기가 된다.


사드 배치를 금년 하반기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단기적 대응책은 어찌되었든 일단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과 중국 소비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여행업, 도소매업, 뷰티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나는 일단 새 정권이 출범하면 시주석의 구겨진 체면을 약간이나마 회복시켜 줄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바로 사드 배치를 금년 하반기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제19차 전국대표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로 중국 차기 권력의 향방을 정하는 중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번 전국대회에서 시진핑은 관례에 따라 연임되지만 시진핑으로서는 차차지 임기까지 노리는 만큼 자신의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하는 데 매우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한중외교회담에서 사드 배치 반대보다는 조속한 설치에 반대한다는 것에 뭔가 암시하는 게 있다고 추측한다. 즉 중국도 이미 기정사실화 된 사드 배치를 전면 무효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어느 정도는 인지하는 만큼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년 5~7월 배치 예정인 사드를 반년 정도 연기하여 전국대표대회 이후로 일정을 잡는다면 시진핑의 체면을 상당히 살려 줄 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만약 반년 연기 후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 정부가 또 반발하고 대응 조치를 취한다면 그 강도는 현재와 비교해서 상당히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한국으로서는 해줄 수 있는 성의를 다해서 중국과 시진핑의 체면을 고려해 줬기 때문에 중국의 감정적 반발에 김이 빠질 것이고 파국을 원치 않는 중국 정부 내 온건파의 발언력이 커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이런 방안을 실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를 사전에 잘 달래서 사드 반년 연기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다. 이는 반년 연기 대응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며 이 대응책을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를 얻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잘 설명하여 납득시키고 정 어렵다면 주한미군 분담금을 소폭 인상해주는 양보안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국이 그 동안 주한미군 요청에 따른 사드 배치 강행을 위해 얻는 상당한 피해를 생각해 본다면 반년 연기 배치 정도는 미국에서도 충분히 양해 가능한 카드라 생각한다.


일본이 2012년 극심한 중국의 반일 시위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후 했던 고민을 이제 한국이 할 차례가 된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렇게 대응하더라도 장기적 대응책 또한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민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하여 외교 분쟁이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희토류 일본 수출 금지 카드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다. 일본 정부가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어민들을 조건 없이 석방한 것이었다. 희토류는 각종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소재로 당시 중국에서 97% 정도를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하다 보니 일본으로서도 굴욕적 항복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희토류 사태 이후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절대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책을 강구하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희토류 재활용, 희토류 대체 소재 개발, 인도 등 희토류 수입 다변화를 통해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줄였고, 이를 통해 희토류 가격이 절반으로 폭락하며 중국에게도 큰 한방을 먹이게 된다.

나는 이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드 사태 이후 우리가 다시는 이런 중국의 막장 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중 간 의존도가 갖고 있는 비대칭성을 최대한 완화하고 중국에 노출된 약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민관 구분 없이 거국적 고민과 연구를 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해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헤지(hedge)는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의 핀란드가 되기 쉬운 한국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취해야 했을 국가적 방책이었다. 사드 사태가 발생 한 뒤 고민하게 된 것은 어쩌면 늦은 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2012년 극심한 중국의 반일 시위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후 했던 고민과 조치를 이제 한국이 할 차례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 한중 상대 의존도에 대한 비대칭적 관계와 중국에 노출된 약점이 최소화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그때야말로 한중관계가 진정 우호관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갑을 관계가 어느 정도 완화될 때 중국이 한국을 일방적 시혜의 대상로 보고 함부로 자신의 의지를 일방적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도 잦아들 것이다. 그런 건전한 관계 기초 위에 진정한 국가적 우호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