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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원순씨'의 서울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은 '퀴어'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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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Jenny(도시학 연구자)

"함께해요, 도시재생!"

바야흐로 도시재생의 시대다. 시민과 함께하는 활동가도,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가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도,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도 모두가 대동단결로 도시재생을 외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무려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통해 매년 100곳씩, 5년 동안 50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지금도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은 무엇일까?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그렇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은 첫째, 한 지역을 인구 및 사업체의 감소 그리고 건축물의 노후화 정도를 통해 '도시재생활성화구역'으로 지정하고 둘째, 그 지역의 성격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서 민간의 활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공공의 '마중물' 예산으로 최대 50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진행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하듯 이미 '지자체의 돈 따먹기'로 변질된 도시재생의 사업 구조는 '선의'로 무장한 지역의 활동가부터 예술가, 정치인, 부동산 사업가까지 너도 나도 '내가 꿈꾸는 도시'에 필요한 예산을 따오기 위한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선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룬 채,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함께' 누려가기 위해서 마치 '절대 선이며 앞으로 우리가 나야가야 할 그 곳'인 것 마냥 도시재생을 외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이 서울(혹은 도심)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수도권으로, 신도시로, 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어메니티(amenity)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2.1 도시재생의 비전'국민이 행복한 경쟁력 있는 도시 재창조'
가. 소외·배제되는 사람 없이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행복'한 도시재생을 추구한다.
나. 도시의 창조적 역량 증진을 통한 '창조경제'형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한다.
다. 유·무형적 가치를 재발견하여 '경쟁력' 있는 새로운 '도시'로 재창조 한다.

-국토교통부, 2013,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

한편, 이와 같은 도시재생의 논의에서 철저하게 지워진 '것'이 있으니, 퀴어를 비롯한 도시의 각종 '더러운 것'이다. 박원순표 도시재생의 시작이라 찬양받고 있으며 서울역 역세권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출발점인 서울로 7017에서 계도와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시빈민, 영등포 일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서 초고층 복합빌딩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하는 영등포역 성매매 집창촌 일대, 그리고 '역사인문' 재생계획인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서 퀴어공간으로서 40년이 넘는 역사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낙원⋅익선동까지 도시의 헤테로규범성(heteronormativity)에서 벗어난 '더러운 것'들은 여전히 지워지기 일 수다. 즉,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community)에 대한 논의에서 노숙자는, 성매매여성은, 그리고 성소수자는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우리 속에 포함되어있지만 배제되어야만 하는 '불결한 것'들에 불과하다.

"시끌벅적한 익선동"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 빈민들과 성소수자들의 안식처였던 공간, 종로3가는 이미 여러모로 '핫'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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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_쓰러져있는 노인과 익선의 힙스터들_20170630

우선, 익선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익선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익선동 일대 한옥을 보존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행정의 지지부진함 속에서 주식회사 '익선다다'를 비롯한 '공생'을 추구하는 자영업자들 덕에 한옥이 난잡하게 개발되면서 익선동의 한옥은 '한옥으로서의 그 가치'를 빠르게 상실해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이 일대를 개발하고 싶은 주민들이 최근 서울시의회에 익선동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내 한옥보존정책 반대 청원을 제출하는 등, 익선동을 '재개발'하기 위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동네 안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이슈가 된 월인공방과 익선다다 간의 갈등은 단순히 '소음'으로 인해 촉발된 갈등이라고 보기에는 그 골이 매우 깊다. 그리고 이러한 골의 시작은 다름 아닌 익선동의 힙스터라 불리는 신(新)상인들이다. 필자가 마주했던, 익선다다를 필두로 한 '익선다락(구 익선포럼)'의 무자비한 개발논리는 과거의 도시 재개발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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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열린 여러 익선포럼 중 한 장면 (출처: 창덕궁 옆 열하나 동네)

지역의 가치를 제대로 못 살린 사람들이 무슨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에요?
그 사람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피해자죠. 이거 우리가 언론 대응을 잘해야 해요."

-2016년 익선포럼 회의 中 재구성-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이 모든 이슈는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고, 많은 전문가가 관심을 보내고 있기에 필자의 입장에선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충분히 사회적인 공론의 장에서 '배제'됨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렇게 사회적으로 공인된 '배제'받는 집단이기에 여러 법⋅제도적 혜택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 피해를 입고 있는 분들은 그 제도의 혜택을 보기 힘들겠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 포함되어 있지만 배제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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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돈화문로 11길 일대

그렇다면 퀴어의 존재는 어떠할까? 주말밤 포장마차를 가득 채운 일반 커플들 사이에서 덩치 큰 언니들이 '내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자릴 찾아 헤매는 모양새는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게이 술집인지도 모르고 불쑥 들어오는 일반 커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당황스런 눈빛,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일반 커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눈빛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그런 눈빛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퀴어의 전유공간이었던 종로3가는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익선동의 '핫'함은 겨우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돌아가 보자. 도시재생 전문가 집단에 의해 '규정된 역사'는 곧 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의 거대한 비전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역사인문 도시재생을 모토로 삼고 있는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계획은 종로구청은 물론이고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역사도심재생과, SAK건축사무소, PMA엔지니어링, 동해엔지니어링, 두꺼비하우징 등 여러 주체 간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일부 구성원은 바뀌었지만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럼 이 즈음되면 그 내용이 궁금해지기 마련, 종로3가 일대의 도시재창조'계획'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요즘 그 딴 것도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보면 어이가 없어요.
밤에 술먹고 여기저기 오줌싸고, 주말 대 낮에 남자끼리 키스하는건 또 무슨 짓거린지."

"카페에 이상한 이름 붙어있는건 다 게이바니까, 이걸 어떤 형태로든 정비해야할거 아니에요?"

-2016년 거버넌스 회의 中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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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 기자설명회 PPT (최종)_20160926'의 일부

우선, 대중에게 공개된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언급되는 성소수자는 속된 말로 '1'도 없다. 그럼 이제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 총괄계획가 김선아(Studio SAK)를 중심으로 2015년에 수립된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은 우선, 돈화문로 일대를 70년대-90년대 정체성이 없는 공간으로 변질되기 시작했으며, 00년대 이후 물리적 단절과 부정적인 지역이미지로 인해 정체성 없는 모호한 도심부의 사각지대로 인식되어왔다고 정의한다(pp.25-26.). 또한 장기적 접근을 통해 개선해야 하는 지역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성소수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p.232.) 불행인지 다행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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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의 일부

그들이 아무리 부정하고 싶다고 한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불리는 도심 내 광범위한 '계층의 재생산(class remake)'은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부여되는 '글로벌', '혁신(혹은 창조)', '기능 재조정', '이동성(혹은 접근성)', '도시의 질'과 같은 상상된 이미지를 활용한 플래그십(flagship)형 도시개발의 성공 지표이자 최종적인 결과물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이미 정량화된 근거에 기반해 수립되는 도시재생정책에서, 정량화되지 않은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을 기대하긴 어렵다. 설사 이러한 이슈를 위해 도시재생 사후에 연구자들이 투입된다 한들 해당 계층이 이미 오래 전 쫓겨난 장소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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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아씨의 Facebook(좌), 서울 10년 도시재생비전(우)

혹자의 말처럼 익선동은 그저 잠깐 지나가는 한옥병 걸린 사람들의 '핫'한 공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권이 바뀌었으니, 인권을 배운 지식인들이 알아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바꾸어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는 퀴어라는 존재가 도시 속에서 당당하게 그 주체성을 드러내고 종로3가 일대의 가시성을 천명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지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중 4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자리 잡게 된 종로3가 일대를 다루는 계획으로, 무려 404쪽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에서 왜 성소수자는 지워질 수밖에 없었을까? 심지어 시민의 대리인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아 "Equality by micro urbanism"을 내세운 총괄계획가 김선아와, "함께 만들고",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한" 도시라는 기본방향을 내세운 박원순의 서울특별시를 필두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결국 도시 공간 내 소수자 공간의 끊임없는 사회적 배제를 촉진하는 공공의 정책으로 나타났다면, 도대체 그들이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였으며, 도시의 '평등'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평등'이었을까? 물론,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 설사 실행된다 한들 서울특별시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실패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의 주체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사이를 비롯한 퀴어 커뮤니티가 지역의 협치에서, 계획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실에서부터 이미 이 '역사인문' 계획은 정당성을 잃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박원순의 서울에서 지워지고 있는 사람은 과연 '퀴어'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