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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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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loel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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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향후 수 년 내에 수사절차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어제는 이 관련 뉴스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에 이어 변호처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거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을 접한 많은 변호사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급기야는 변협이 반대성명까지 냈다.

상황이 이러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생소한 이 제도에 대해 이게 뭐야 하고 있고, 변호사들 사이에선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기에, 이 문제를 오래 동안 연구해 온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란 수사절차에서 국선변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서나 검찰청에 유능한 변호사를 대동해 들어가 조사를 받지만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은 언감생심 상상할 수 없다. 정의를 구현하는 수사절차에서마저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제일 필요한 시점은 사건이 경찰서나 검찰청에 있을 때다. 인권침해가 번번이 일어나고, 사실상 유무죄가 갈리는 게 이때이기 때문이다. 자백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잘못 발을 디디면 법원에 간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권리는 이 과정에서 특별히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돈 없는 피의자에게는 국선변호가 제공되어야 한다. 인권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구사회는 벌써부터 이것을 인식하고 수사단계 국선변호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국선변호는 공소 이후 재판받을 때나 가능했다. 억울한 사람 입장에선 이미 늦은 셈이다. 변호사 단체에선 20여 년 전부터 국선변호제도를 재판단계에서만 하지 말고 수사단계에서도 하자고 주장을 했다. 지금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당직변호사제도라는 게 바로 그것을 대비한 제도다. 국가가 수사절차에서 국선변호를 만들지 않으니 변호사들이 스스로 자원 활동이라도 해서 수사절차에서 변호를 하자는 것이다. 나는 이 제도의 입안자였다.

오래 동안 수사절차 국선변호 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전국적으로 변호사 수가 너무 적어 재판절차 이외의 절차에서까지 국선변호인을 임명할 수 없었다. 또 하나는 이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상당한 정도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로선 그런 재원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변호사 수는 이미 2만 명이 넘었다. 필요재원도 우리나라의 국력에 비추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수사단계까지 국선변호를 확대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기본권은 형사절차 전체에 걸쳐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이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발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사공공변호인을 어떻게 제도화하는가는 아직 미정이다. 일부 신문에서 나온 변호처라는 새로운 국가기관 이야기는 너무 앞서 나간 기사다. 어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박범계 의원도 이 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다. 내가 요로 요로에 확인한 바도 같다. 확실한 것은 수사절차에서의 국선변호를 하겠다는 것이지 그 방법론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 검찰을 견제하는 새로운 국가기관 운운하며 이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허공에다 대고 비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형사공공변호인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선진국의 예를 보면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미국식 퍼블릭 디펜더(public defender) 모델이다. 미국은 연방 국가이기 때문에 연방과 주가 퍼블릭 디펜더를 별도로 운영하고, 구 방법도 단일하지 않다. 다만 연방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연방항소법원이 임명하는 퍼블릭 디펜더로 보통 연방 1심 법원 단위로 사무실이 만들어진다. 지금 이 사무실에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변호사들이 일하면서 국선변호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또 하나의 모델은 영국의 듀티 솔리시터(duty solicitor)라고 하는 제도다. 이것은 사무변호사(솔리시터)협회인 로 소사이어티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것인데, 각 경찰서에 당번 사무변호사 명부를 비치하여 놓고, 조사받는 피의자가 그날의 당번(duty) 변호사에게 연락하면 그 변호사가 달려가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수사절차에서 국선변호제도를 만든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이들 나라의 운용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현실에 가장 맞는 제도를 결정해야 한다. 주무부서인 법무부도 곧 한국형 공공형사변호인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최근 만들어진 경찰개혁위원회도 경찰 수사에서 인권보장책의 하나로 이 제도를 논의한다.

변호사들이 이 제도를 만드는 데 소외될 수 없다. 어차피 이 제도가 만들어지면 일할 사람들은 변호사니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변호사들이 주체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변호사들은 형사공공변호인이 관 중심의 제도가 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리 있는 걱정이다. 그러니 이 제도를 논의함에 있어 변호사 단체는 선진국의 좋은 선례를 조사해 변호사들이 가장 잘 참여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이 제도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이 제도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 당신이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흑기사 변호사가 달려와 옆에 앉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나는 그게 명실상부한 인권선진국이라고 믿는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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