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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대통령 업무 관여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법적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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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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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를 비롯한 언론사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 중 가장 충격적 내용은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단순히 조언을 한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을 뒤에서 조정했다는 것입니다. 연설문을 미리보고 고치고 각종 대통령의 국정행위에 무소불위로 개입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하의 글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사실로 간주할 때 그게 어떤 법률적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공무원의 권한'이 무엇인가.

대통령의 권한을 말하기 전에 공무원의 권한 일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한도 이런 일반적 이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이 업무집행을 함에 있어 사용하는 힘을 우리는 '권한'이라고 합니다. 법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통상 이 권한과 권리라는 말을 혼용하는데, 법률적으론 엄격히 구별됩니다.

권리는 법이 보호하는 개인의 힘을 말하는 것으로 공법상 권리(헌법상의 각종 기본권을 생각하십시오)와 사법상의 권리가 있습니다. 공법상의 권리와 사법상의 권리는 양자 간 법적 성격에서 차이가 있지만,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행사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사법상 권리는 제3자도 권리행사에 개입(권리의 이전 및 권리의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공무원의 권한은 그 지위에서 나오는 터라, 공무원이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당해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그 행사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서울에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집의 소유권자입니다. 저는 이 집을 제3자에게 세를 놓을 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제3자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죠? 이게 바로 권리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지금 서초구의 재건축 담당 공무원입니다. 이게 만만한 지위가 아닙니다. 재건축과 관련해 각종 권한이 있습니다. 이 권한을 제 자식에게 물려줄 수가 있습니까? 이 권한을 제 자식에게 잠시 빌려줄 수 있습니까? 없죠? 당연합니다. 제 아들이 이런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어, 이런 보직에 임명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권한입니다.

다만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권한위임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위임의 원칙에 따라 해야 합니다. 공무원의 권한위임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것 없이 하는 권한위임은 무효입니다.


2.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을 바탕으로 대통령 권한행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그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 지위에 있지 않은 자는 누구도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이는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 아닙니까?

다음으로 최순실이 했다는 대통령 연설문 첨삭행위를 보겠습니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은 대통령의 업무이자 권한입니다. 대통령은 이 업무와 권한을 원칙적으로 직접 행사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보좌진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하는 게 청와대 비서실의 임무입니다.

대통령이 연설문을 작성함에 있어 여러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조언이지 대통령 연설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이 될 수 없습니다.만일 그 수준에 이른다면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대통령 업무에 실제 관여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론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최순실이 수십 회에 걸쳐 대통령 연설 전에 청와대로부터 연설문 초고를 전달받고 거기에 첨삭을 가해 대통령 연설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단순히 여론을 수집한 게 아니라 최순실로부터 연설문을 점검 받은 것으로 대통령의 국정행위인 연설의 본질적 내용에 개입·관여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최순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 권한의 일부를 행사한 것입니다.


3. 최순실의 행위에 어떤 헌법적 문제가 있는가

어떤 사람도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의 업무에 헌법이나 법률의 근거 없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임의로 그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즉 국민은 헌법에 따라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그에게 헌법적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주권자인 우리 국민은 박근혜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그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준 것이지, 결코 제3자로서 헌법상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게 아닙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헌법적 근거 없이 타인의 감독 하에 두거나 간섭을 허용하였다면, 그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권재민원리(헌법 제1조2항)와 대통령선거제도(헌법 제67조)를 실질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헌법위반입니다.


4.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1) 위에서 본대로 대통령은 헌법위반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책임은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헌법적 책임으론 대통령은 헌법위반을 이유로 탄핵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탄핵을 면하는 대신 진솔한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전반적인 국정쇄신을 해야 합니다. 내각 총사태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사태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이런 책임 외에 이 사건은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대통령의 연설문 초고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그것을 담당 비서관이 유출시켰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순실이 그런 자료를 요구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부정적임). 나아가 연설문 초고가 아닌 다른 청와대의 기록물이 유출된 경우 관련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의 유출과정에서 지시나 묵인이 있었다면 그 또한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으므로 임기 내에서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1년 4개월 후 임기가 종료되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겁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