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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헌법개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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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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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갑자기 헌법개정을 제안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얻어맞은 기분이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자. 이게 과연 타당한 제안인가. 단연코 말하건대 이건 아니다. 지금은 헌법개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헌법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 단임 대통령제는 독재를 경험한 나라에서 일시적 정치체제는 될 수 있어도 항구적 체제가 될 수 없다. 바꾸어야 한다. 국회도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 지금의 국회는 거의 절반의 국민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승자독식의 기형적 대의정치체제다. 바꾸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도 지금 헌법으론 부족하다. 1987년 헌법개정 당시 생각지 못한 기본권을 이제 헌법으로 수용해야 하고 그것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헌법개정에 찬성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대통령의 의도가 너무 고약하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 개헌이란 말만 나오면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던 사람이 왜 느닷없이 국회연설을 통해 그것을 제안하는가. 지금 최순실 게이트로 완전 코너로 몰리자 그것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우병우로 인해 국정이 비틀비틀하니 숨을 돌리고자 하는 게 아닌가. 지금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아니 세월호 사건 등으로 민심 점점 이반하자 그것에서 잠시 시간을 벌자는 것이 아닌가.

헌법개정이란 것이 대통령이 전광석화처럼 제안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헌법개정은 대통령 혹은 국회에 의한 발의, 국회의 결의 그리고 국민의 최종결정(국민투표) 이라는 3단계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하는 고난도의 국정행위다. 이런 국정행위를 대통령이 주도하려면 사전에 이에 걸 맞는 토론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민주주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절대반대를 외치던 사람이 갑자기 개헌을 하자고 한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손바닥에서 노는 공기돌인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개헌논의는 다른 중차대한 문제를 가리는 블랙홀이 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겐 개헌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가 질서를 세워야 한다. 개헌은 그것을 제대로 한 후 의도를 의심받지 않는 정권이 해야 한다. 내년이면 자연스레 개헌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토론에 들어가게 된다. 대선후보자들이 다들 거기에 대한 복안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선거공약으로 개헌에 관한 방안을 내놓고, 선거를 치른 다음, 당선된 새 대통령이 임기 중 개헌을 하는 게 순리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야권이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좌고우면하면 정국의 방향은 완전히 청와대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최순실, 우병우를 입에서 꺼내기도 어려워진다. 누구는 개헌논의를 하면서도 정부의 실정을 꾸짖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양수 겹장은 가능하지 않다. 논의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다른 하나는 완전히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게 한국정치의 특징 아닌가.

나는 이 시점에서 야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신속 정확하게, 이 개헌문제를 당론으로 정리하길 바란다. 그건 아주 간단하다. 이렇게 말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논의엔 반대한다. 개헌논의는 대선과정에서 하고 그 마무리는 다음 정권이 해야 한다. 지금은 정국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확고하게 정리를 하면 대통령이나 여당은 더 이상 개헌을 끌고 갈 수 없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국회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할 수 있는데, 국회 제1당이 이렇게 명확하게 반대하면 무슨 수로 개헌을 시도할 수 있겠는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