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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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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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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남일 기자가 지난 23일치에 쓴 칼럼인 '황교안, 그 입 다물라'의 뒤를 잇는 시리즈가 되길 자청하며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지난 몇 달간 어지러울 정도로 신문 지상을 통해 온갖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졌다. 학교 급식 조리사를 '밥하는 아줌마'로 폄하한 이언주 국회의원, 공관병을 자신의 사적인 모든 수발을 들도록 착취했으면서도 '아들같이 대했다'고 하는 박찬주 대장 부부, 그리고 자신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아야 하는 이유를 '구국의 심정'으로 묘사한 박기영 교수가 있었다. 여기에 몇 달째 문재인 정부의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탁현민 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거는 일까지 있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들은 '아무 말' 중의 하나는 올여름 가뭄이 심했던 이유는 '하늘의 용'이 감금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을 두고 나온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천기를 거스르는 일로 해석이 되는 모양이다. 모든 '아무 말'의 공통점은 '염치없음'과 '맥락 없음'에 있다.

며칠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포함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동성애에 대해 '반대'를 명백히 했으므로 어찌 보면 이런 혐오 발언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하늘의 섭리와 헌법을 엮었다는 점이다. 이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하늘의 섭리에서 '섭리'란 무슨 뜻일까? 섭리에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이라는 의미와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종교적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홍 대표가 말한 하늘의 섭리는 둘 중의 어디에 해당하는 '섭리'인가. 종교적 의미의 섭리라면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 한국은 국교가 없는 나라다. 만약 자연계의 원리라는 의미로서의 섭리라면 이 역시 헌법과 상관없다. 자연계의 원리대로 하자면 인간들이 헌법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원리를 벗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홍준표 대표는 "헌법 개정을 통해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며 "우리 당 헌법개정 심의위원들은 이런 시도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적극적 행동 지침까지 내렸다. 이미 대선 방송 토론회 때 그는 보수 개신교의 지지를 끌어오는 동시에 경쟁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는 지금 또 하늘의 섭리라는 말까지 끌어오며 비슷한 수를 두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유권자들을 흔들어놓기 위해 '동성애 카드'를 꺼내들었다.

군형법부터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법과 인권조례 등 모든 법이 만들어지거나 개정을 요구할 때마다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음모라고 공격당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한국에서 불법이었던 적이 없다. 합법화가 필요 없다. 부당하게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성평등이나 양성평등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의 번역어이며, 처음에 양성평등으로 잘못 번역해서 성평등으로 정확히 쓰자는 것이 그동안의 추세였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이걸 구분하지 못하고 동성애 혐오 세력과 함께 부화뇌동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힘입어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한술 더 떠서 '헌법은 최고의 도덕률'이라며 동성애 합법화 시도를 적극 저지하겠다고 논평을 냈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원리와 국민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을 규정하는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삶의 규율을 강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도덕률은 성직자들과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다. 50여년간 미루어온 종교인 과세를 다시 2년간 유예하기 위해 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들이밀어야 할 규정이 아닌가. 입을 다물어야 할 정치인이 많다. 정치인들에게 입을 다물라는 것이 가장 힘든 일임을 안다. 그래서 요구한다. 적어도 이거 하나만은 하자.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