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병철 Headshot

[허핑턴 인터뷰] 선대인 "지금은 집 살 때 아니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D
허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인쇄

아파트 청약, 봄이 왔다(한국경제)

"차라리 집사자" 15만명 줄섰다(매일경제)

미친 전셋값... 비상구는 없나(국민일보)

수도권 아파트 100채 중 1채 전셋값이 집값 90% 넘었다(경향신문)

3월9일 일간지 부동산 기사 중 일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 전셋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 비싼 전세가 때문에 차라리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아파트 청약이 잘되고 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 2월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각 월별)다.

여기에 맞춰 건설업체들은 지난 주말 '모델 하우스'에 2만여명이 몰렸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지난해 8월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한 정부 입장에선 신바람 나는 소식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반론도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 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지난 4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을 만나 그의 분석을 들어봤다.

default

- 요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언론은 이렇게 말한다. 2006년 거래량이 집계된 이래로 1, 2월 거래량이 사상 최대라고.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안 한다. 사상 최고의 주택담보대출을 동반한다는 것. 그 어떤 언론도 말하지 않는다.

- 말 그대로 '빚 내서, 집 사고 있다'는 건가.

= 지금 집을 사면 2006년 말 폭등기 때 집을 샀던 사람보다, 나중에 집값이 하락한다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4배 가량 더 높다.

가장 거래량이 많다는 두 시기를 비교해 보자. 2006년 수도권 폭등기(9~12월) 4개월에 비해 2014년 (8~11월) 4개월은 거래량이 64% 늘어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액은 128% 늘었다.

default

주택 거래 건당 약 1.9배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집을 살 여력이 안되는 데 억지로 빚을 내서 산다는 의미다. 보통 부동산 폭등기엔 거래 건당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난다. 원래 집 살 사람이 아닌데 분위기에 몰려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을 보자. 폭등기 아닌 시기와 비교하면 주택 건당 담보대출이 3, 4배 가까이 늘어난 거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가.

-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인데다 '1% 수익공유형 대출' 등 정책이 계속 나온다. 게다가 어떤 지역은 전셋값이 거의 매맷값에 육박한다. 집을 사기에 적기가 아닌가.

= 이자 부담이 적은 건 맞다. 하지만 길게 봐야 한다.

수도권에서 집값이 하락하면서 많은 사람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고통을 겪었다. 2006년 고점에 샀을 때는 10%가 올랐으니 '버퍼'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버퍼'가 없다. 게다가 빚은 평균적으로 2배 정도 늘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가 오고, 국내 경제 여건이 나빠질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

거시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러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2~4배 가까이 높아진다. 만약 이자가 지금의 2배 수준이 된다면 '하우스 푸어'의 고통도 2배가 된다.

내가 보기엔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집값이)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다.

default

- 허핑턴포스트 독자들은 젊은 층이 많다. 20, 30대에게 제일 좋은 주택 정책은 무엇인가. 공공임대주택 확대인가?

= 집값 거품이 빠지는 게 제일 좋다. 집값이 오르면 평균적인 주거비용이 높아진다. 모두 비싼 주거비용을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축구장에서 편하게 앉아서 봐도 되는 걸 다 같이 서서 보는 것이다. '축구장의 바보들'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우화로 인용된다.

고연령대는 주거 비용이 높아져도, 높아진 '자산 가치(집값)'가 상회하니깐 유리하다. 그런데 청년층은 그렇지 않다.

20, 30대가 왜 결혼을 못하나. 2000년 내내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돈이 묶여있다. 이른바 생산 경제 쪽에 돈이 돌지 않으니까, 일자리가 늘지 않고, 소득도 늘지 않는 구조다.

결국 청년층이 연애, 결혼도 늦추고 아기가 안 태어나는 나라가 됐다. 이런 구조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집값 거품이 빠지는 게 맞다.

-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많이 준 것 같지만, 짧은 기간에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지는 않다. 정부는 줄곧 '집값 떠받치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상당히 오래 걸리지 않겠나.

= 급격한 폭락은 좋지 않다. 하지만 집값 거품이 빠지는 게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2년 이상을 안 넘어갈 것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는 분명히 불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한국에 들어온 막대한 외국인 투자금 1100조원 중 650조원 정도가 단기성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그 돈이 빠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서 채권시장의 금리와 환율을 올린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유럽이나 중국처럼 거대 경제권이어서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면 모르겠다. 한국은 기축통화국, 준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그런 식으로 양적완화를 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정말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가계가 버틸 수 있겠나.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 부채가 1860조원이다.

- 수년 동안 가계 빚이 사상 최대라고 하고, '폭탄 돌리기'에 대한 경고가 나온 지도 꽤 오래됐다.

= 이제 만성이 돼서 지겨워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경고는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건 갈수록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수류탄으로 끝날 게 대형 폭탄, 핵 폭탄이 될 수 있다.

내가 PD수첩, 뉴스타파와 수도권의 주요 아파트 단지 별로 주택 담보대출이 어느 정도이지 확인해 봤다.

평균적으로 파주 교하 신도시, 파주 원마을 아파트, 강남 은마 아파트 소유주의 70%는 부채가 있고, 평균액은 3억원이 넘는다. 지금 저금리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바뀌면 위험할 수 있다.

- 강남 은마 아파트 소유주에게 부채 3억원은 전체 자산에서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는 극단에서 온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데 그 비중이 몇 십%가 아니라 5~10%였다. 그게 도화선이 돼서 부실 채권이 되고 연쇄적으로 폭락한 것이다.

자산 시장도 평균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10만주가 있다고 하면 그 중에 5천주가 거래돼서 상한가를 치면 상한가가 되고, 하한가를 치면 하한가가 된다.

부동산에선 100채 중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5채가 거래돼서 가격대가 떨어지면 나머지도 다 그 가격으로 수렴된다.

만약 은마 아파트가 10억원인데 6억원으로 떨어졌다. 6억원 매물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10억원에 팔려고 버텨도 아무도 그 가격에 사지 않는다. 거래는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한계가격에서 체결된다. 그 가격으로 수렴되어 버린다.

d

- 정부 부동산 정책의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 정부가 2008년부터 7년째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90% 이상이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그게 끝나면 일시 상환하거나 20년 동안 원리금을 분할상환하게 되어 있다.

지금 주택담보대출을 빌린 사람 중에 이자만 내는 사람이 70%다. 예를 들어서 보통 3년 정도 거치기관이 끝나면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대출 갈아타기'로 다시 거치기간으로 이자만 내고 있다.

그런데 2008년처럼 은행이 더 이상 거치기관을 연장해주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되겠나. 3억원을 빌렸는데 금리를 3%로 잡으면 이자가 900만원밖에 안 된다. 월 80만원정도다. 근데 원리금까지 같이 내면 월 250만원으로 뛴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가계가 얼마나 있나. 이걸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그럴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거세게 '빚내서 집 사라' 분위기라 이런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만약 어느 순간 거치기간을 연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더 위험해진다. 시한폭탄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지금 한국은 일본의 1994~1996년과 비슷해 보인다. 인구구조로 보면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고, 주축 수요 연령대라는 30~55세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이 부동산 부양책을 구사한 시기와 비슷하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했다. 일순간 급락하자, 일본 정부가 4대강처럼 엄청난 토건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그거로도 모든 건설업체가 못 먹고 사니깐 정부 호흡기에 매달린 채로 좀비 상태가 된 게 부지기수였다. 그 몇 년 동안 일본 국가 채무가 폭증했다.

1994년부터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로금리로 들어갔다. 그 다음에 지금 우리 정부처럼 각종 세제혜택을 줬다. 그렇게 가계 부채를 이용해서 민간 부동산을 사게 했다. 그러면 주택 분양 물량이 부동산 폭등기 때처럼 늘어난다.

default

- 우리처럼 담보대출도 같이 늘어났나.

= 그렇다. 오히려 일본은 상업용 부동산 거품이었기 때문에 가계 부채는 심각하지 않았는데 1994, 1996년 지나면서 상당히 늘어났다.

일반 가계 입장에서도 고점 대비해서 집값도 좀 떨어진 것 같고, 건설업체들이 분양 물량 밀어내기를 하고, 정부도 저금리에 세제 혜택을 주니깐 분양 대열에 많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로 2차 부동산 급락하면서 그때 들어간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가 됐다.

- 한국 상황은 어떤가.

= 한국은 2008년 말(미국발 금융위기)에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그게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급 반등했으나, 2009년 10월정도를 고점으로(수도권 기준) 계속 빠졌다. 실거래가 기준 2012년 말 가까이 가면 고점에서 15%정도 빠진다. 물가상승률을 감암하면 25% 정도 빠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대대적 부양책을 썼다. 다른 점은 이명박 정부는 토건 부양책(경인운하 등)을 쓰는데, 이게 '약발'이 떨어지니깐 박근혜 정부는 가계 부채를 통한 부양책을 쓴다는 것이다.

그게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게 주택담보대출 규제(LTV•DTI)를 푼 '최경환 노믹스'다. 건설업체들도 저금리, 세제혜택으로 사상 최대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1994, 1996년과 되게 비슷하다.

- 지금 건설업체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다.

= 사상 최대로 분양 물량이 많았던 게 2007년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이 경기 판단을 늦게 한다. 2006년 부동산 호황이 오니 '이거 장사 되는 구나'하고 택지를 엄청나게 샀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분양제 상한선을 도입하니까, 그걸 앞두고 2007년 하반기에 엄청나게 밀어냈다. 그때 쏟아낸 게 2008~2009년 한꺼번에 밀리면서 역전세난이 일어나고 물량 폭탄으로 난리가 났다. 그때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 전세난과 월세전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70%로 상승했고, 일부 지역에선 90%를 육박했다. 다수 언론은 전세에서 매매로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 정부가 전세가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다. 전세난은 (부채가 없는) '안전한 전세'가 없는 게 문제다. 집값이 일정하게 빠지면서 깨끗한 전세로 탈바꿈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걸 계속 지연시키면서 '집값 떠받치기'를 하고 있다.

거기에 기댄 집 주인들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가뜩이나 안전한 전세 물량이 부족한데 계속 전환하니까 전세난이 더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난은 일정하게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된다. 정부 정책이나 구조적인 환경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면 선택지가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는 매매나 월세 쪽으로 투기몰이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더라도 전세로 버티는 게 좋다.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지금은 빚이 많은 하우스 푸어라면 집을 팔 타이밍이지, 살 타이밍이 아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위험한 국면으로 가는 막바지처럼 보인다. 정말 조심해야 할 때다.

 
PRESENTED BY 덕혜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