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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독립' 없이 '독립 언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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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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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기사는 문화일보가 삼성 광고비와 기사를 어떻게 '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행태는 문화일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언론 대부분이 이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문화일보가 그중에서도 특히 심한 것은 명백해보인다.)

한국 언론 지형에서 보수 성향이 압도적인 이유는,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이유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언론에 투입되는 돈의 출처'에서 재벌=삼성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삼성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면, 그 법안이 논리적으로 단단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일수록, 그날은 '삼성 광고비가 언론사에 풀리는 날'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래서 '삼성 관련법'은 사실상 '언론사 광고비 활성화법'으로만 작동된다. 물론, 삼성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는 실리지 않는다. 삼성 광고팀은 부지런히 광고비 지출을 대가로 해당 기사를 디펜스해내기 때문이다.

즉, 한국 언론은 '이념 보수'가 아니라 '돈 보수'이다. 돈의 출처에서 4대 재벌이 압도적이고, 그중에서도 삼성 광고비가 압도적이다.

지난 겨울, JTBC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각종 단독을 거침없이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홍석현 회장의 '돈'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이슬람의 독립 언론 역할을 하는 알 자지라 방송이 카타르 왕정의 재정으로 운영되던 것과 유사한 이치이다.

우리는 흔히 언론 독립성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으로 이해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이슬만 먹고 살지 않듯, 기자들도 이슬만 먹고 사는 존재는 아니다. 결국, '독립 언론'의 전제조건은 '돈의 독립'이다. 정치권력, 자본권력 모두로부터 독립적인 재정구조를 갖추지 못하는 한, 독립 언론은 안정적-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 첫째, 정치권력과 재벌권력 모두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얼마 안되는' 한국 독립 언론들의 존재가 소중하다.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내일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뉴스타파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둘째, 장기적으로는 '재벌과 독립적인, 자본생태계'의 조성이 중요하다. 한국의 자본권력은 '재벌 자본'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들과 '독립적인 자본생태계'가 커질수록, 독립 언론의 물적 토대가 다원화된다고 볼 수 있다.

재벌자본이 권위주의와 친화성을 갖는다면, 상대적으로 벤처와 스타트업의 경우 자유주의와 친화성을 갖는다. 결국, '재벌과 독립적인' 자본생태계의 비중이 재벌생태계와 규모 및 영향력에서 비슷해질 때가 되어서야, 광고비를 받는 대가로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는" 한국 언론의 싸구려 보수 행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