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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 | 최저임금 쟁점 5문 5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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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진형 대표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썼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분들은 보수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재벌개혁을 지지하고,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진보 쪽에 있는 사람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우려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취지'를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좋은 취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나는 왜, 어떤 고민을 했기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반대하는지,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정리해 본 글이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실행하려면 3년 합계 56%를 인상해야 한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인상율은 16.4%였다.

(* [첨부그림-5]를 제외한 자료는 박영삼 연구위원의 〈한눈에 보는, 쟁점망라, 최저임금 PPT 종합보고서〉 자료 활용.)


이제 주요 논점 5가지를 살펴보자.

► 첫째,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인가?
► 둘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률 저하'와 정말 무관한가?
► 셋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저소득 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주장은 왜 그런가?
► 넷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산업구조 고도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인가?
► 다섯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럼 '더 좋은 대안'은 무엇인가?


◆ [쟁점 1] 적정 수준? : 원래 노동계 주장은 '중위임금 50% 법제화'였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와 비교할 때 낮지 않다. 2015년 경부터 '최저임금 1만원 구호'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계 주장은 '노동자 중위소득 50% 수준'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2013년 7월 5일 한겨레신문 기사에 의하면, 노동계는 "1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중위임금의 50% 법제화"까지 요구했다.

그런데, 2017년 6월 말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48.4%이다. 이는 프랑스, 호주보다는 낮지만, 독일(47.8%), 네덜란드(45.9%), 캐나다(44.5%), 일본(39.8%), 미국(35.8%)과 비교해서도 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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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기억하기로 2015년이다. 당시 최저임금이 5580원이었다. 그 전까지 '중위소득 50% 법제화'를 주장하던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럼, 최저임금 1만원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나온 것일까? 답은 뻔하다. 암기하기 쉬운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쟁점화시키기 위한 '사회운동 전략'의 일환이었다. (*결과적으로,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이 전략은 성공했다.) 즉, 노동계는 적정 최저임금을 중시여기는 전략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의 '쟁점화' 그 자체를 중시여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는 '왜 1만원인지'에 대한 합리적 기준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쟁점 2] 최저임금 아무리 올려도 고용률 위축 없다? : '최저임금 미만자'의 증가

1) 논리적 검토 : '극단적인' 최저임금 인상율도 고용량과 무관한가?
최저임금(P)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률(Q) 위축과 관계가 없을까? 먼저, 논리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논리적인 사고실험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가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일 때, 최저임금 인상 규모가 1060원이 아니라, 5천원, 1만원을 올려도 고용량의 축소와는 '완전히' 무관할까? 당연히 무관할 수 없다. 관계가 있다. '경우의 수'로 나누면 두 가지이다.

► 첫째, 고용주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경우이다.
► 둘째, 고용주가 '감담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경우이다.

전자(前者)는 고용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후자(後者)는 고용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고용량과 무관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그럼, 논점의 핵심은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가 된다.

2) 경향신문 팩트 체크의 오류 : '암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2017년 7월 21일, 최저임금과 일자리의 변화에 관한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 기사에 의하면,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 연구보고서는 "최저임금이 10% 늘면 1.1% 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우영 공주대 교수는 2010년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여성 청년층은 1.6%, 남성 청년층은 1.1% 고용이 줄어든다"고 결론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종합해볼 때,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팩트 체크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최저임금 증가율'과 '최저임금 미만자의 증가율'이 뚜렷한 개연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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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4.9%였다. 2016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3.6%까지 높아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3배 정도 높아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증가되었다는 것은 최저임금 미만 노동력을 고용하는 '암시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명목 인상율은 매우 높았지만, 암시장의 확대(=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증가)를 방치하는 방법으로 실질 인상율은 그보다 낮게 실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암시장 규모)는 2002년 68.2만명(4.9%)에서, 2012년 169.9만명(9.6%)으로 늘어났고, 2016년 266.4만명(13.6%)로 늘어났다. 최저임금 미만 암시장의 규모와 비율 증가는 '실질 최저임금'과 '명목 최저임금'의 갭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고용량'의 축소가 미미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핵심 이유이다. 동시에 '암시장'은 급격한 명목 최저임금 인상율에도 불구하고 '고용률 축소를 막는, 버퍼 역할'을 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 [쟁점 3]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왜, 어떻게, '저소득 서민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가?

법정 최저임금 미만자가 2016년 기준 266.4만명(13.6%)에 달한다면, '강력하게 단속'해서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강력한 단속이 미칠 영향을 판단하려면, '최저임금 미만자'가 주로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이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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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사업체 규모별 현황이다. 법정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46%가 있고, 5~9인 미만 사업장에 24%가 있고, 10~29인 미만 사업장에 18%가 있다. 이들의 합계는 8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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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들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위 그림은 '최저임금 미만자'의 산업별·직업별·연령별·성별 특징을 보여준다. '연령별' 특징을 중심으로 보면,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약 42만명이다. 그리고 50대가 21.5만명이다. 40대와 30대는 매우 적다. 그리고 20대가 21.1만명이다.

KDI 윤희숙 박사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와 빈곤의 관계를 실증 분석했는데, 최저임금 미만자중 30%만 '빈곤가구'에 해당한다. 나머지 70%는 '보조소득자'이다.

세대별 빈곤율 자료에 의하면 '나이먹은' 사람일수록 빈곤하다. 70대 이상, 60대, 50대 순서로 빈곤이 심하다. 20대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①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②최저임금 미만자에 대한 단속 강화가 한꺼번에 실현될 경우, 60대 이상 고령 노동자와 50대 장년 노동자가 '노동시장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쟁점 4]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산업구조 고도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

진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1만원을 통해 '자영업 구조 고도화'를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시급 1만원도 못줄 자영업자는 망하는게 낫다"라는 주장도 한다.

이런 주장은 타당할까? 경제 이슈의 특징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풍선효과'가 작동한다. 풍선효과의 발생은 예외가 아니라 상수이다. 자영업의 산업구조 고도화론이 타당한지는, 풍선효과를 포함하여, '경제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에서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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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경제생태계와 노동시장, 사회생태계의 관계를 정리해본 도표이다. 한국경제의 주축은 3번 경제권인 '재벌경제 생태계'이다. 재벌원청, 공공부문 원청, 그리고 이들에게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이 해당한다. 4번 경제권은 '재벌과 독립적인 경제생태계'이다. 기술력을 갖춘, 미래지향적, 혁신형 중소기업 생태계가 해당한다. 2번 경제권이 '최저임금 적용집단'이다. 그런데, 2번 경제권은 근대적인 자본-임노동 관계가 수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여집합(餘集合) 경제 생태계'로 봐야 한다. 즉, 3번-4번 경제생태계가 '덜 발달해서' 생긴 경제권이다.

'여집합(餘集合) 경제생태계'인 2번 경제권에 대해 감당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집합 경제생태계에서 낙후된 사람들은 3번 경제권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1번 영역(=비경제활동인구)로 튕겨져 나가게 된다. 이때 '튕겨져'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타깃은 [쟁점 3]에서 설명했듯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중, 약 42만명에 달하는 60대 이상 노동자들과 약 21만명에 달하는 50대 노동자들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율이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1등인 나라이다. 노인빈곤율의 경우 2015년 기준, 시장소득 61%, 가처분소득 기준 47%이다. 65세 이상 어르신 두 명 중 한명은 빈곤자이다. 50대 장년층, 60대 어르신 세대의 일부가 '최저임금 노동시장'(=2번 경제권)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데,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이들은 '2번 경제권'에서 ⇒ 해고를 통해 ⇒ '1번 영역'으로 튕겨져 나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하는 사업 중 '노인 일자리사업'이 있다. 연간 약 40만명(노인인구의 4.5%)을 대상으로, 월 22만원 정도를 준다. 그래도 '폭발적인' 경쟁률을 보인다. 왜? 이마저도 없으면 '자살할 정도로' 위협적인 빈곤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60대 어르신 노동자, 50대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①1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시장[=2번 경제권]이 가장 좋고, ⇒ ②'법정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2번 경제권 암시장]이 그 다음으로 좋고 ⇒ ③월 22만원 받는 노인 일자리 사업(=대상자 4.5%)이라도 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좋고 ⇒ ④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겨, 빈곤상태가 되는 것[=1번 영역]이 최악이다.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은 50대 장년노동자와 60대 어르신 노동자를 '2번 경제권'에서 '1번 비경제활동 영역'으로 내모는 효과로 귀결될 것이다. 내가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결과적으로 '빈곤촉진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 [쟁점-5]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영역은 '2번 경제권'이며, 이는 여집합(餘集合) 경제생태계이다. 이런 경우, 해법은 ①중장기적 해법과 ②단기적 해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 중장기적 해법은, 그리고 근본적인 해법은 '3번 경제권'과 '4번 경제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골목상권=소상공인=자영업(=2번 경제권)은 여집합 경제생태계이다.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근대적인-미래지향적인' 자본-임노동 관계가 덜 발달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2번 경제'을 함부로 없애려고 해서도 안되고, 거꾸로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처럼 과잉 보호하거나 발전시키려고 해서도 안된다. 왜냐면, 골목상권=소상공인들=자영업은 대안적 경제생태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4번 경제권과 3번 경제권의 크기가 커질수록 2번 경제권을 흡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정책은 4번 경제권과 3번 경제권의 혁신을 촉진하는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단기적인 해법은, EITC(근로소득공제)를 통해 ‘고용촉진형’ 근로빈곤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EITC는 고용 확대와 워킹푸어 지원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신청한 노동자에게 재정지원을 해주는 정책이다. '가구주'일수록 혜택을 받게 된다. 자연스레 '빈곤가구의 주소득원자'에 정책적 혜택이 집중된다.

정부는 16.4%라는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율 대책으로 '4조원 + 알파'를 투입하기로 했다. 차라리 그 '4조원 + 알파'를 EITC(근로소득공제) 정책으로 쓰면 된다. 그럼,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고용률 확대' 모두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