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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고 섹시한 내각'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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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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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권혁기 춘추관장이 인선되었다. 이러한 인선은 각기 '컨셉'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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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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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주요수석비서관들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선발표내용을 듣고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부터)에는 조국 서울 대법학전문대학 교수, 인사수석비서관에는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 홍보수석비서관에는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 총무비서관에는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임명했다.

1) 이낙연 국무총리 ⇒ 호남 총리, 안정감 있는 총리를 상징한다.
2) 임종석 비서실장 ⇒ 김기춘 비서실장에 비하면 30년 정도 젊은 비서실장이다. 그리고 비문(非文) 비서실장의 컨셉을 담고 있다.
3) 서훈 국정원장 ⇒ 국정원 출신을 통해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4) 조국 민정수석 ⇒ 모두가 알고 있듯, 검찰개혁의 의지를 담고 있다. 검찰 출신이 아닌 진보성향 법대 교수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법조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조국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기에 검찰-판사-법조계에 두터운 사적 인맥을 갖고 있다. 두터운 사적 인맥은 순기능-긍정적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고 본다.
5) 조현옥 인사수석 ⇒ '여성-성평등 내각'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한국정치사에서 최초의 여성 청와대 인사수석이다.
6) 윤영찬 홍보수석 ⇒ 네이버 출신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언론 인맥과 감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기획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췄다.
7) 이정도 총무비서관 ⇒ 지방대를 졸업한 비(非)고시 출신으로, 대표적인 '흙수저' 공무원이며, 예산분야에 오래 있었던 공무원이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 '문고리 권력'을 휘두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표현이다.
8)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 정통 관료출신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오랜시간 근무했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출신이다. 정책적 감각이 있는, 그러나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다. '유능한 관료'를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을 것이다.
9) 권혁기 춘추관장 ⇒ 문재인 캠프 및 선대본 대변인실 출신이다. 동시에 당직자 출신이다. 오랜 기간의 동고동락 및 '당'(출신)에 대한 존중 메시지를 담았다고 본다.

현재까지의 인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로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인선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잘해보려는 마음가짐'과 '실제로 좋은 결과는 만드는 것'은 별개이다. 심지어 막스베버는 '신념윤리'와 구분되는 '책임윤리'라는 신조어-새로운 개념을 만들 정도였다. 이는 '좋은 취지'와 '좋은 결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의 출범은 한국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왜? 1961년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이후에, 32년 만에 등장한 최초의 문민정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하나회 해체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 등을 통해 임기 초반 한때 지지율이 90%에 달했다.

김영삼은 '통일부'라는 부처를 처음 만든 대통령이기도 하다. 초대 통일부 장관은 한완상이었다. 한완상 교수는 7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유명한 분이었다. 근데, 그러다 보니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한완상 통일부 장관이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이, 이인모씨 등의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北送)한 것이다. (*비전향 장기수란, 한국전쟁 및 북에서 파견된 남파간첩 출신인데, 전향을 거부한, 장기수들을 의미한다.) 한완상 통일부 장관은 '진보 색깔'이 강한 분이어서,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그래서 결국 단명(短命)한 장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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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영상역사관

반면, 1998년 2월에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으로 '국가정보원 출신' 관료를 임명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당시 통일운동단체들은 '통일부 장관 임명'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바로 그 통일부 장관이 '임동원 장관'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가치와 비슷하지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다. 그렇게 물색의 물색 끝에 발견한 사람이 당시 국정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동원 장관이었다.

김영삼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한완상씨와 김대중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었던 임동원씨는 매우 의미심장한 교훈을 준다. 김영삼-한완상 조합은 진보성향의 통일부 장관이었기에, 보수파-반대세력의 정서적 반감을 극대화해서 실질적인 개혁을 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게 됐다. 반면, 김대중-임동원 조합은, 국정원 출신의, 햇볕 정책 지지론자였기 때문에 보수-반대파가 반대할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중에서 무엇이 더 '실질적인 개혁'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일까? 나는 김대중-임동원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삼-한완상 조합의 오류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반에도 재현되었다. 검찰개혁-법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의 연장으로, 사법연수원 기수로 한참 젊은 축에 속했던 강금실을 법무부 장관으로 인선했다. 그러자, 법무부-검찰에 있던 기수가 높은 선배그룹들이 집단사퇴하며 항의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련됐던 자리가 '평검사와의 대화'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수평적 리더십을 중시여겼기에 평검사와 격의 없이 대화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들과 대화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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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캡처

대통령은 '가오-권위'가 있어야 한다. 가오-권위는 그 자체 선/악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고, 오히려 가오-권위를 수단으로, 선용(善用)했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 목적은 잊어버리고, 수단-방법-소통방식에 연연했다. 결과적으로, 참여정부는 집권초기에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탈권위주의-수평적 의사소통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수단과 목적이 뒤엉키면 안된다. 극단적으로 대비해서, '탈권위주의적 의사소통을 통해 + 반대파를 결집시키며 + 무능하게 + 검찰개혁을 실패하는 것'보다는 '권위주의적 의사소통을 통해 + 반대파의 결집을 최소화시키며 + 유능하게 + 검찰개혁을 성공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제, 논의를 정리해보자. 한완상-임동원-강금실 인선의 교훈은 무엇인가?

이를 정리해보면, '문화는 보수적으로, 컨텐츠는 중도진보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하는 개혁에 더욱 다가설 수 있다. 이는 같은 말의 다른 표현으로, '내각의 리더는 보수적으로, 컨텐츠는 중도진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현직 검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되 + 검찰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존경받고, 연배도 지긋한 검찰 출신'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의지가 높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검찰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서적 반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서적 반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명분'을 이쪽이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마지못해 검찰개혁을 수용하는 모양새라도 취할 수 있고, 검찰 내부에 있는 검찰개혁 세력이 운신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것이다.

보수적 정서를 고려해서, 반대파의 최소화를 위해, 보수적 방법을 채택하되, 실제로는 진보개혁적 성과를 내는 것. 바로 이 지점이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정치력'의 진짜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정부 3기이다. '기분 좋고 섹시한' 내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던 '지혜로운-전략적 인사'에서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러자면, '직선의 정치학'이 아니라, '곡선의 정치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