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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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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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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임기내 개헌 추진'을 밝혔다.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한 회심의 카드라고 생각하며 던진 것일 테다. 개헌 이슈를 매개로 야당을 '갈라치기하려는' 이간계(離間計)인 셈이다.

혹자는 "개헌은 이불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박근혜의 개헌은 <이불 개헌>이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개헌"이다.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고, 같은 날 저녁 JTBC는 초대형 특종을 터뜨렸다.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고, 같은 날 저녁 JTBC는 초대형 특종을 터뜨렸다. 최순실이 황급히 도망치며 남겨두고 간 PC에서 파일 200여개를 찾아냈다. 그중 44개는 박근혜 발언 문건인데, 대통령이 공식 발표하기 전에 받았음을 입증하는 내용들이었다.

거기에는 대통령의 중요연설과 국무회의 자료, 비서진 교체 등의 '극비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청와대에서 전달한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일 가능성이 높고, 이 자료를 받은 최순실과 함께 '법률적 위반'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정유라에 대한 특종도 나왔다. 정유라가 고등학교 때부터 임신을 했고, 2015년 출산을 했고, 독일에서 결혼한 남편 및 한 살배기 아이와 함께 살았던 여러 가지 정황이 밝혀졌다. 정유라 출산설이 정치적-공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는,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출석을 하지 않고도 각종 특혜를 받은 이유, 그리고 독일 현지에서 삼성 등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유라에게 '감사합니다, 앗, 첨부파일을 보내주지 않으셨습니다. 멘토 언니를 알아봐주겠습니다.' 등의 극존칭을 썼던 이화여대 이인성 교수는 정부지원 연구용역 55억원을 따낸 것이 밝혀졌다. 이인성 교수의 극존칭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했는데, <55억원짜리 극존칭 아부>였던 셈이다. 이인성 교수는 최경희 총장의 측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정유라 관련, 해당교수에게 '특혜'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희 총장의 또 다른 최측근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은 1년에 1개 받기도 어려운 체육계의 정부수주를 정씨가 입학한 2015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개월에 1개꼴로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김경숙 학장의 남편인 김00 건국대 교수는 '말 전문가'인데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공모 신청을 했다가 언론에 노출되자 슬그머니 접는 분위기이다.


차은택과 고영태는 모두 '최순실 덕택에' 재벌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삥 뜯은 돈으로 만든 블루K 등의 이사를 하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최순실의 나이는 60세, 차은택은 47세, 고영태는 40세이다. 고영태와 최순실은 20세 차이가 나지만, 둘은 '반말'을 하는 사이이다. 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은 최서원이었는데, 그래서 둘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딴 '고.원. 기획'이라는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주 JTBC에서 보도된 최순실 관련 특종의 대부분은 고영태를 통해 알려진 것들이다. 최순실과 고영태의 '그렇고 그런 관계'의 정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들이다.

차은택과 고영태는 모두 '최순실 덕택에' 재벌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삥 뜯은 돈으로 만든 블루K 등의 이사를 하고 있다. 차은택의 후배 김성현은 재벌 대기업에 전화를 해서 수십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재벌돈은 자기네들 돈이라고 생각하던 모양이다. 차은택, 김성현의 이런 행태가 가능한 근본 이유는 청와대 경제수석 안종범이 전경련에게 전화를 해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순실의 애정행각과 정유라의 불장난 이후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최순실의 남자들'을 위해서, 전경련-재벌-이화여대 총장-최경희 총장 측근 교수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요 연구용역 사업 등이 총체적으로 노력하며, 수백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과 예산을 멋대로 활용하며 재벌들에게는 삥뜯기를 했다.

그리고 최순실은 '극비 사항'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서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수년간에 걸쳐서 보고받고, 수정했고, 그것을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인 20살 연하의 남자인 고영태에게 자랑하곤 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믿기지 않는 팩트와 사건들에 대해 최소한의 대국민 사과도 없이 개헌을 제안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200여명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개헌의 내용 또한 200여 종류에 달할 정도로 모두 제각각이다. <특정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2/3의 합의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애초 박근혜의 의도 역시 개헌이 되든지 말든지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단지, '최순실 이슈'를 '개헌 이슈'로 덮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국민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개헌 이슈'보다 '최순실 이슈'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분노하고, 의혹을 갖고, 황당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했지만 거꾸로 최순실 이슈가 회고록 이슈를 덮어버린 것처럼, 개헌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해도 결국 최순실 이슈가 다시 개헌 이슈를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최순실은? #이불개헌반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