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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리틀 잉글랜드 | 다시 '격변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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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AND FLAG
Phil Noble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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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EU탈퇴로 인해 스코틀랜드의 독립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스코틀랜드가 재작년에 있었던 독립 국민투표에서 강한 독립 열망과 반영국 정서에도 불구하고 55%의 지지로 '잔류'를 선택했던 것은 '경제적 고립 가능성'이 핵심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럽연합(EU)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스코틀랜드는 독립투표를 주도한 스코틀랜드 국민당에게 전체 59석 중 56석을 몰아줄 정도로 압도적인 독립열망을 갖고 있다.

결국 영국은 복고주의에 기반한 '대영제국'을 열망하며 브렉시트를 선택했지만, 조만간에 '소영제국'(=리틀 앵글랜드)으로의 전락이 불가피한 자충수를 둔 셈이다.

영국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만 본다면, 스코틀랜드는 마치 한국의 호남처럼 전통적으로 영국노동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지역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영국 노동당 지지기반의 한축이 허물어지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노동당 내부의 좌파이든, 우파이든 총파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브렉시트를 환영하는 영국과 한국의 일부 좌파 입장은 소탐대실이 아닌가 싶다.)

브렉시트 → 스코틀랜드 독립 → 리틀 잉글랜드로의 전락은 거의 자동적이고 연쇄적인 알고리즘에 가까운 순서일 듯한데, 문제는 그간 세계질서를 유지하던 <정치-군사적인 균형>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첫째, 영국은 유럽연합 내부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프랑스-독일 두 나라가 갈등할 경우 균형자 역할이 부재하며 갈등의 진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독일은 유럽단일통화체제 이후 최대수혜자로 거론되는데, 두차례 전쟁을 일으킨 경험이 있어 주변국의 견제와 불신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 그럼, 다시 독일 내부에서도 신나치 등 우익민족주의 대두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둘째, 러시아의 위협 가능성이다.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과 군사공동체인 나토는 서로를 보완하는 양날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축의 하나가 무너졌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러시아의 구소련 영토의 팽창, 그리고 동유럽 지역에 대한 정치군사적인 패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셋째, 반난민 정서, 우익 민족주의의 강화 등은 '배타성'의 정서가 확대되는 것인데, 이는 역시 배타성을 강조하는 IS 등의 테러위협, 세력 확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1929년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는 보호무역주의의 강화가 있었다.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공동체는 자유무역 확대와 함께 총수요 확대를 통한 경제적 번영이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자본-노동의 세계화는 자국내 비교열위에 있는 하층-서민층-고연령층에게 경제적 소외감을 증가시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정서 확대와 함께, 다시 보호무역주의 대두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엄청난 기술의 변화와 함께 진행된 20세기 초반의 세계화는 국제적 갈등과 국내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인류에게 양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아픈 경험을 만들었다. 21세기 초반 자본-노동의 세계화 역시 그 양상이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2016년 연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20세기 초반 그마나 주축국과 나치즘-파시즘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갖고 있었던 미국의 개입 및 균형자 역할 때문이었다. '천조국'이 트럼프에 넘어가면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멘붕이 올 듯하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