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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 위안부,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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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ORT WOMEN KOREA
Kim Kyung Hoon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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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약탈과 강간이 매우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군장(君長)을 위한 순장(殉葬)이 부장(副葬)으로 대체된 것처럼, 전리품은 훈장으로 대체되었고 전장 강간은 종군 위안부로 대체되었다. 그러니까 강간만큼이나 종군 위안부도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이 중에서 부장과 훈장은 명백히 더 문명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군 위안부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종군 위안부는 원래 전장 강간을 예방함으로써 병사들의 손실(?)을 막고 적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의 야만적 행위를 또 다른 야만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전쟁 주체의 합리적인 대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국가는 수훈한 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예전이었다면 그가 전쟁에서 직접 획득했을 것을 대체해준다. 그러나 종군 위안부의 경우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종군 위안부는 여성에 대한 성적 유린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그 방식을 거꾸로 전장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종군 위안부는 사후 보상이 아니라, 전장 강간에 대한 사전 현지 즉각 대체 보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순장을 대체한 부장이나 전장 약탈을 대신한 훈장과 달리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의 지배적인 제도를 전쟁의 상황에 되먹임하여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찰의 핵심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반화된 문제(여성 착취)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오로지 일본의 야만적인 행위로 비난하는 방식 이외에, 자신의 현재적 모순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사태의 원인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