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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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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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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이인호 KBS 이사장의, 김구는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인물로서 건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김구를 부정하는 자는 친일파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과연 김구는 반대한민국 인물이며 이인호는 친일파인가.

사실 여기에는 민족과 국가의 불일치라는 한국 근대사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근대사에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일치하지 않는다. 김구는 분명히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가 아닌 것이 맞다. 김구는 이승만을 비롯한 남한 단독정부 수립 세력을 반민족으로 보고 반대한 것이다. 그러니까 김구가 보기에 이승만은 반민족 세력이며, 이승만이 보기에 김구는 반국가 세력이다. 이처럼 우리 근대사에서 민족과 국가는 완전히 대립한다.

물론 이러한 혼란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기에는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세력들은 소위 친일파, 즉 반민족주의자들이었다. 이 모순을 어찌 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지지하면 반민족 세력이 되고, 민족을 주장하면 반국가 세력이 되는 것인가. 그리하여 국가주의 세력은 친일이든 친미든 가리지 않고 국가 이익(이라 쓰고 계급적 이익)을 추구하고, 민족주의 세력은 일본이든 미국이든 무조건 반대하며, 같은 민족인 북한에 대해 동질감을 가지는 것인가.

이러한 민족과 국가의 불일치는 대한민국의 태생적 모순이며 짊어지고 가야 할 원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모순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나는 이제 민족과 국가라는 구도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족과 국가 중 어느 편을 들 것인가 하는 문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그 둘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할 가치도 없다. 대신에 계급과 젠더의 관점에서 민족과 국가를 심문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존엄과 주체성을 삶과 역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더 이상 한국이냐 일본이냐, 독립운동가냐 친일파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인간이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어떤 공동체에 속할 수밖에 없지만, 어떤 공동체에 속할 것인가 하는 것은 자연적이거나 발생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사후적이고 인식적인 의미에서, 공동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주체성에 의해 구성되고 승인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국가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개인주의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반민족 세력이며 반대한민국 세력이다. 나의 공동체는, 내가 생각하기에 인류 최고의 성취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간 공동체 전체이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말이다. 적어도 민족과 국가는 아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