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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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평론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 편집장을 역임했다.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 이론을 강의하는 한편 출판, 전시, 공공 부문 등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디자인인문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평론집으로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공예문화 비평>이 있다.

최범 블로그 목록

의병은 부끄러운 것이다

(1)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17일 | 23시 32분

마을에서 혼례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지축이 흔들린다. 후금(청)의 기병대가 쳐들어온다.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례를 올리던 신랑과 신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끌려간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시작 부분이다. 이 장면이 시종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왜, 국경도 변방도 아닌 조선의 한 마을 코앞까지 외적이 쳐들어오는데도, 관군은 그것을 막지 못하고 민중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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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의 근대적 주체, 그들은 누구인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12일 | 06시 16분

영화 <엘르>에서 여주인공(이자벨 위페르)은 어릴적 아버지가 이웃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살인극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고 게임회사의 CEO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지만,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괴한으로부터도 강간을 당하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녀의 어머니, 즉 살인범인 아버지의 아내는 생뚱맞은 청년과 당당하게(?) 정을 통하다가 종종 그녀에게 들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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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 위안부,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09일 | 01시 05분

옛날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약탈과 강간이 매우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군장(君長)을 위한 순장(殉葬)이 부장(副葬)으로 대체된 것처럼, 전리품은 훈장으로 대체되었고 전장 강간은 종군 위안부로 대체되었다. 그러니까 강간만큼이나 종군 위안부도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이 중에서 부장과 훈장은 명백히 더 문명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군 위안부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종군 위안부는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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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트리〉 위반의 미학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30일 | 00시 42분

서울역 앞 〈슈즈 트리〉가 명백히 실패한 공공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미적 장(場)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과연 이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었으면 이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단지 스캔들로 인한 대중의 관심만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이슈가 되기까지 한 그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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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트리〉는 흉물인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24일 | 04시 45분

〈서울로 7017〉의 개장과 더불어 연관 작업인 〈슈즈 트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흉물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 작업의 일차적인 반응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보았다. 나는 〈슈즈 트리〉가 흉물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흉물과 괴물의 차이를, 나는 메시지의 중심성과 코드의 구조로 구별하고 싶다. 그러니까 흉물은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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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표준'과 동아시아의 근대화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01일 | 02시 07분

대만을 여행하는 내내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대해 생각했다. 대만은 시민 의식이나 사회의 합리성으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근대화 된 나라였다. 그런 점에서 대만은 동아시아 근대화에 또하나의 척도를 제공해주었다. 흔히 대만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대만은 중국과 일본의 성공적인(?) 혼종이었다. 그러면 대만의 높은 근대화 수준은 결국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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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선'이라는 악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3월 30일 | 00시 58분

'강/약'과 '선/악'은 다른 범주이다. 전자는 물리적인 개념이고 후자는 윤리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주 상호결합한다. '강'이 '선' 또는 '악'과 결합하기도 하고, '약'이 '선' 또는 '악'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강한 선'이나 '강한 악'이 생기기도 하고, '약한 선'이나 '약한 악'이 생기기도 한다.

'강한 선'이 예컨대 붓다나 예수에게서 보듯이 강력한 종교적, 도덕적 신념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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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과 예술, 그리고 아방가르드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2월 04일 | 00시 57분

2017-02-03-1486091653-9649273-XWG1jkubKMPUCrZioCS1lUP4VbC.jpg 〈자유부인〉 (정비석 지음, 정음사, 1954년)


한국 사회는 외설적인(?) 예술을 규제해왔다. 멀리는 195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에서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염재만의 〈반노〉, 가까이는 장정일의 〈아담이 눈들 때〉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고발 내지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외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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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와 나체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1월 31일 | 00시 51분

영국의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는 '누드(The Nude)'와 '나체(The Naked)'를 구분한다. 그는 누드란 나체와 달리 옷(Costume)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나체는 말 그대로 벌거벗은 것이다. 그러나 누드는 그냥 벌거벗은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정교한 문법을 가진 미술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고도로 계산된 의상이다. 서구 미술사에서 누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동양에서 산수화가 차지하는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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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중국인이었다

(5) 댓글 | 게시됨 2016년 12월 30일 | 06시 30분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었다.


"심지어는 일본이 온 강토를 짓밟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당시 우국지사로 온 국민의 추앙을 받던 면암 최익현이 일본에 쫒겨 흑산도로 귀양을 가서 흑산도 바위벽에 새겨놓은 글도 '기봉강산(箕封江山) 홍무일월(洪武日月)'이라 할 정도로 실존하지 않는 명(明)이 실존하는 그 어떤 대국보다 더 실존적이었다. 기봉강산은 중국인 은나라 기자가 만들어준 나라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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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이유

(11) 댓글 | 게시됨 2016년 09월 15일 | 01시 21분

어릴 적 제사라고 하면 친척들이 모여서 싸우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누구 산소를 잘 썼느니 잘못 썼느니 하면서 말이다. 비록 '도구적 합리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것을 배우던, 박정희 레짐하의 나에게 그러한 명절 풍경은 미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은 굿이 미신이라고 하면서 주위에 무당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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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원이 아닌 인간의 근원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8월 17일 | 00시 28분

내게는 건국절 논란도 우파 국가주의와 좌파 민족주의의 자존심 대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파 국가주의자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1948년 8.15가 사실상 대한민국의 성립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좌파 민족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우파 국가주의자들의 친일 경력을 지우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그러므로 건국절 논란은 단지 건국과 정부 수립을 둘러싼 형식적, 법률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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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만들기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8월 08일 | 23시 21분

조선시대의 지배층은 우리 종족의 시조를 기자(箕子)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고대 중국 은나라의 왕족으로서 은이 멸망하자 무리를 이끌고 조선에 도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사실상 기자의 무리에 의한 (고)조선의 정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조선의 지배층은 스스로를 중국 유민의 후손(정복민)으로 간주했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LA 교민들이 한반도를 본토로 생각하듯이,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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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1) 댓글 | 게시됨 2016년 07월 21일 | 03시 08분

일전에 이인호 KBS 이사장의, 김구는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인물로서 건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김구를 부정하는 자는 친일파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과연 김구는 반대한민국 인물이며 이인호는 친일파인가.

사실 여기에는 민족과 국가의 불일치라는 한국 근대사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근대사에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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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養民)인가, 기민(棄民)인가?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7월 14일 | 03시 41분

99퍼센트는 개돼지라는 발언을 유교적인 양민사상의 타락한 버전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유교 국가는 백성을 먹여살리는 것, 즉 양민(養民)을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로 삼았기 때문이다. 다산의 <목민심서>도 목민관(牧民官), 즉 백성을 소처럼 기르는 관리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던가. 이는 물론 지배층과 백성의 엄격한 신분 차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나는 우리 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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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공예를 아십니까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5월 29일 | 01시 00분

요즘 조영남으로 인해 '하청미술'이니 '납품미술'이니 하는 괴이한 용어가 출몰하고 있는데, 한국 공예에는 일찍이 '발주공예'라는 괴용어가 있었다(지금도 있다?).

발주공예란 말그대로 공예품 제작을 주문하는 것인데, 이때 주문이란 사용자가 공예가에게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공예가가 공예가에게, 장인이 장인에게 주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왜 공예가(장인)가 공예가에게 주문하는 것인가. 그것은 공모전에 출품하여 상을 받고 교수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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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상과 불만

(3) 댓글 | 게시됨 2016년 03월 23일 | 00시 36분

내가 위안부 소녀상에 느끼는 불만은, 그것이 너무 '순수'하다는 것이다. 소녀상에는 어떠한 허술함도 티끌도 보이지 않는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 건너편의 일본 대사관을 향하여 조용히 꾸짖고 있는 순결한 소녀상. 바로 이러한 이미지야말로 한국인들이 소녀상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동일시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지키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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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성곽국가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3월 15일 | 01시 21분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성곽국가이다. 현재 남아 있는 성곽과 그 흔적만 하더라도 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성곽은 도성, 읍성, 산성 등 다양하다. 도성과 읍성이 주로 정치적인 목적과 일차적인 방어 기능을 가진다면, 산성은 장기적인 농성을 목적으로 하는 본격적인 전투용 성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강역이 한반도로 한정된 이후, 최대의 과제는 외적으로부터의 방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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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조약 140년의 의미

(1) 댓글 | 게시됨 2016년 03월 06일 | 08시 09분

Encounter with the Three Kind of Civilization


1876년 강화도조약은 조선이 맺은 최초의 근대 조약으로서 한국 근대화의 시발점을 이룬다. 1875년 강화도 앞바다에 나타난 일본 군함 운요호와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강화도조약의 의미는 단지 일본과의 분쟁 해결이나 조약 체결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은 문명사적인 차원에서 볼 때 다음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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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이고 평면적인 한국인의 인간관

(4) 댓글 | 게시됨 2016년 01월 22일 | 02시 51분

"호박 밭에 말뚝 박기. 똥 누는 놈 주저 앉히기. 이 앓는 놈 뺨치기. 옹기장수 막대 치기. 장님 귀에 소리 지르기. 불난 집에 부채질 하기. 초상집에 춤추기. 해산한 집에 개잡기. 빚값에 계집 뺏기..."

<흥부전>에 나오는 놀부의 심보이다. 놀부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무려 여러 쪽에 걸쳐 그의 악행이 자세히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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