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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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평론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 편집장을 역임했다.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 이론을 강의하는 한편 출판, 전시, 공공 부문 등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디자인인문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평론집으로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공예문화 비평>이 있다.

최범 블로그 목록

명절 민족주의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0월 11일 | 02시 56분

해마다 명절 이슈가 바뀌는 것을 살피는 것도 나름 흥미롭다면 흥미롭다. 아마 예전에는 명절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주로 문제가 되었다면, 요 근래에는 친척과의 만남에서 받는 청년들의 스트레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독 이런 것이 이슈가 되는 듯하다. 불과 백 여년 전만 해도 양반과 상놈으로 나눠져 있었고 양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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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남성성 또는 그 찌질함의 본성에 대하여

(2) 댓글 | 게시됨 2017년 09월 01일 | 23시 46분

모든 사회는 생존 체제이자 동시에 지배 체제이다. 아니 생존 속에 지배가 있고 지배 속에 생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홉스가 말하는 국가도 폭력을 독점하는 대신에 민중을 살도록 해주는 체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폭력만을 독점하고 민중을 살도록 해주지 못하는 체제는 국가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국가는 여기에 가깝다.

사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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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소녀,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토템

(1)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23일 | 04시 57분

인간이 개들처럼 접을 붙던 시절, 종족의 여자를 독점한 아비를 아들들이 모의하여 죽인다. 그리고 아들들은 여자를 나눠가진다. 그러나 아비가 죽고난 뒤 아들들은 자신들이 아비를 죽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게 되고, 그 죄책감을 씻기 위해 아비의 우상을 세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근친상간을 금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토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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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주체성'이란 불가능한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11일 | 04시 22분

얼마전부터 '식민지 주체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식민지는 주체성이 전혀 없는 것인가, 만약 식민지에도 주체성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의식의 발단이었다. 통념에 의하면 식민지 주체성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식민지라는 것을 일방적인 객체이자 완전한 무능력 상태로 상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식민지는 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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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성의 부재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05일 | 05시 02분

예전에 함께 공부하던 여자 선배가 이런 말을 했었다. "학교에서 조회 같은 것 할 때 줄지어 서있으면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어. 그런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말이야." 그래,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몇 년 전 휴전선 근처 전망대에 가본 적이 있는데, 나는 그 비현실적인 현실 풍경이 너무나 어이 없이 느껴져서 속으로 웃음이 터져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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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한국인

(4)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01일 | 03시 09분

전철 출입문 기둥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일어난다. 옆에 앉았던 사람이 잽싸게 그 자리로 옮긴다. 심지어 좌석열 이쪽 저쪽에서도 조금만 널찍하고 편해보이는 자리가 눈에 띄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자리를 옮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전철 속에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좋아보이는 것이 있으면 체면이고 염치고 차릴 필요 없이 즉각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한국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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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은 부끄러운 것이다

(1)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17일 | 23시 32분

마을에서 혼례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지축이 흔들린다. 후금(청)의 기병대가 쳐들어온다.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례를 올리던 신랑과 신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끌려간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시작 부분이다. 이 장면이 시종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왜, 국경도 변방도 아닌 조선의 한 마을 코앞까지 외적이 쳐들어오는데도, 관군은 그것을 막지 못하고 민중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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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의 근대적 주체, 그들은 누구인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12일 | 06시 16분

영화 <엘르>에서 여주인공(이자벨 위페르)은 어릴적 아버지가 이웃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살인극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고 게임회사의 CEO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지만,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괴한으로부터도 강간을 당하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녀의 어머니, 즉 살인범인 아버지의 아내는 생뚱맞은 청년과 당당하게(?) 정을 통하다가 종종 그녀에게 들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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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 위안부,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09일 | 01시 05분

옛날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약탈과 강간이 매우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군장(君長)을 위한 순장(殉葬)이 부장(副葬)으로 대체된 것처럼, 전리품은 훈장으로 대체되었고 전장 강간은 종군 위안부로 대체되었다. 그러니까 강간만큼이나 종군 위안부도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이 중에서 부장과 훈장은 명백히 더 문명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군 위안부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종군 위안부는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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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트리〉 위반의 미학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30일 | 00시 42분

서울역 앞 〈슈즈 트리〉가 명백히 실패한 공공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미적 장(場)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과연 이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었으면 이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단지 스캔들로 인한 대중의 관심만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이슈가 되기까지 한 그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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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트리〉는 흉물인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24일 | 04시 45분

〈서울로 7017〉의 개장과 더불어 연관 작업인 〈슈즈 트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흉물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 작업의 일차적인 반응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해보았다. 나는 〈슈즈 트리〉가 흉물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흉물과 괴물의 차이를, 나는 메시지의 중심성과 코드의 구조로 구별하고 싶다. 그러니까 흉물은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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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표준'과 동아시아의 근대화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01일 | 02시 07분

대만을 여행하는 내내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대해 생각했다. 대만은 시민 의식이나 사회의 합리성으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근대화 된 나라였다. 그런 점에서 대만은 동아시아 근대화에 또하나의 척도를 제공해주었다. 흔히 대만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대만은 중국과 일본의 성공적인(?) 혼종이었다. 그러면 대만의 높은 근대화 수준은 결국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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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선'이라는 악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3월 30일 | 00시 58분

'강/약'과 '선/악'은 다른 범주이다. 전자는 물리적인 개념이고 후자는 윤리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주 상호결합한다. '강'이 '선' 또는 '악'과 결합하기도 하고, '약'이 '선' 또는 '악'과 결합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강한 선'이나 '강한 악'이 생기기도 하고, '약한 선'이나 '약한 악'이 생기기도 한다.

'강한 선'이 예컨대 붓다나 예수에게서 보듯이 강력한 종교적, 도덕적 신념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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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과 예술, 그리고 아방가르드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2월 04일 | 00시 57분

2017-02-03-1486091653-9649273-XWG1jkubKMPUCrZioCS1lUP4VbC.jpg 〈자유부인〉 (정비석 지음, 정음사, 1954년)


한국 사회는 외설적인(?) 예술을 규제해왔다. 멀리는 195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에서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염재만의 〈반노〉, 가까이는 장정일의 〈아담이 눈들 때〉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고발 내지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외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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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와 나체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1월 31일 | 00시 51분

영국의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는 '누드(The Nude)'와 '나체(The Naked)'를 구분한다. 그는 누드란 나체와 달리 옷(Costume)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나체는 말 그대로 벌거벗은 것이다. 그러나 누드는 그냥 벌거벗은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정교한 문법을 가진 미술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고도로 계산된 의상이다. 서구 미술사에서 누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동양에서 산수화가 차지하는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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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중국인이었다

(5) 댓글 | 게시됨 2016년 12월 30일 | 06시 30분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었다.


"심지어는 일본이 온 강토를 짓밟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당시 우국지사로 온 국민의 추앙을 받던 면암 최익현이 일본에 쫒겨 흑산도로 귀양을 가서 흑산도 바위벽에 새겨놓은 글도 '기봉강산(箕封江山) 홍무일월(洪武日月)'이라 할 정도로 실존하지 않는 명(明)이 실존하는 그 어떤 대국보다 더 실존적이었다. 기봉강산은 중국인 은나라 기자가 만들어준 나라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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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이유

(11) 댓글 | 게시됨 2016년 09월 15일 | 01시 21분

어릴 적 제사라고 하면 친척들이 모여서 싸우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누구 산소를 잘 썼느니 잘못 썼느니 하면서 말이다. 비록 '도구적 합리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것을 배우던, 박정희 레짐하의 나에게 그러한 명절 풍경은 미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은 굿이 미신이라고 하면서 주위에 무당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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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원이 아닌 인간의 근원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8월 17일 | 00시 28분

내게는 건국절 논란도 우파 국가주의와 좌파 민족주의의 자존심 대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파 국가주의자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1948년 8.15가 사실상 대한민국의 성립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좌파 민족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우파 국가주의자들의 친일 경력을 지우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그러므로 건국절 논란은 단지 건국과 정부 수립을 둘러싼 형식적, 법률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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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만들기

(0) 댓글 | 게시됨 2016년 08월 08일 | 23시 21분

조선시대의 지배층은 우리 종족의 시조를 기자(箕子)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고대 중국 은나라의 왕족으로서 은이 멸망하자 무리를 이끌고 조선에 도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사실상 기자의 무리에 의한 (고)조선의 정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조선의 지배층은 스스로를 중국 유민의 후손(정복민)으로 간주했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LA 교민들이 한반도를 본토로 생각하듯이,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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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1) 댓글 | 게시됨 2016년 07월 21일 | 03시 08분

일전에 이인호 KBS 이사장의, 김구는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인물로서 건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김구를 부정하는 자는 친일파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과연 김구는 반대한민국 인물이며 이인호는 친일파인가.

사실 여기에는 민족과 국가의 불일치라는 한국 근대사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근대사에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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