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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입맛 3) 마포구·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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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맛, 새침한 아가씨들은 모르는 '어른 입맛'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 어쩌다 보니 가게 위치가 죄다 강북이다.

글 강보라, 사진 이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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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다리식당 |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굴다리식당은 두 사람이 반주로 '딱 한 병' 하기에 최적이다. 이 집의 김치찌개는 야외용 가스레인지에 펄펄 끓이거나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내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알맞게 식혀 밥상에 놓는다. 찌개의 참맛을 느끼기에 딱 좋은 온도다. 오래 끓여 흐물흐물하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는 적당한 식감의 돼지고기 건더기는 한 국자에 두 덩이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고 여덟 덩이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날의 운세를 점치기 좋다. 장조림처럼 양념이 잘 밴 두툼한 제육볶음 역시 알맞은 온도로 나와 허기질 때 잽싸게 먹기 그만이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과 달걀말이가 전부인 소박한 백반집이지만 초록색 병이 없는 테이블은 찾기 어렵다.

ADD 마포구 새창로 8-1 TEL 02-71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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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옥 | 성게알

와인 코르키지가 무료인 락희옥은 와인 애호가들의 성지다. 외관은 그저 동네 술집이지만 시음회도 곧잘 열린다. 수트 차림의 남자들이 볼이 큰 와인 잔을 흔드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본래 압구정동에서 술장사하던 가게답게 주류 리스트 역시 무척 수려하다. 3~8만 원대의 와인이 30종 이상, 주인장이 까다롭게 고른 15종 이상의 수제 맥주도 준비되어있다. 락희옥의 미덕은 '술꾼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밥 먹고 싶은 술꾼, 배는 부른데 안주는 고픈 술꾼, 와인은 좋아하지만 와인 바는 싫은 술꾼, 앉은 자리에서 와인부터 맥주까지 쭉 달리고 싶은 술꾼의 입맛을 두루 헤아린 메뉴가 좋은 예다. 한우안심으로 부친 육전, 국내산 오겹살을 촉촉하게 찐 보쌈, 만재도 어촌계장이 직접 보내주는 거북손 등 스테디셀러가 많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방문한 날 싱싱한 성게알이 딱 들어왔다. 구룡포에서 공수한, 푸아그라 부럽지 않은 특급 안주다. 넉살 좋은 주인장이 강권하는 메뉴가 딱 두 가지 있는데 신선할 때 먹어야하는 성게알, 그리고 맥스 생맥주에 일품진로를 섞은 락희옥표 '쏘맥'이다. 어색한 술자리를 풀어주는 데는 '쏘맥'만한 게 없다는 것이 주인의 변. 곧 가게를 확장할 예정이라 앞으로는 예약이 좀 더 수월해질 듯하다. 아참, 점심 장사도 한다. 낮술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ADD 마포구 토정로 262 1층 TEL 02-719-9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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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 삼색육회

서울에 사는 애주가라면 이파리를 모를 리 없다. 문을 열자마자 손맛 도는 안주로 맹위를 떨친 이 한식 주점은 우리가 그간 얼마나 제대로 된 한식 안주를 그리워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고수들이 들락거리는 곳답게 죽력고, 발베니, 복순도가 손막걸리 등 질 좋은 술을 장르별로 갖춰놓은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일식당처럼 깔끔한 실내에서 자연산 농어, 홍어전, 피꼬막 무침 같은 진미를 두루 맛볼 수 있으니 더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취향도 입맛도 다른 주당들이 너나없이 아끼는 안주는 삼색육회. 한우 꾸리살을 이처럼 삼등분하여 조물조물 무쳐 내는데 하나는 소금으로, 하나는 간장으로, 하나는 고추장으로 간한다. 다양한 양념을 적용한 한국식 카르파치오랄까? 식재료를 중시하는 이파리답게 양념도 아무거나 쓰지 않는다. 소금은 신안 천일염, 간장은 6년 묵은 조선간장, 고추장은 태양초 고춧가루로 직접 만든 집 고추장과 시판 고추장을 섞어 쓴다. 참고로 이파리는 간판이 없다. 아는 사람만 가는 집이다.

ADD 서대문구 연희맛로 4 다송빌딩 2층 TEL 010-5188-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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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식당 | 간장게장

서울에서 제대로 된 간장게장 맛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간장게장=진미식당'이라는 믿음이 자꾸만 견고해지는 이유다. 진미식당의 메뉴는 3만1천원짜리 간장게장 백반 딱 하나.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 위로 10여 가지 반찬이 번개처럼 깔린다. 잘 삭은 어리굴젓과 더불어 가장 젓가락이 자주 가는 반찬은 '갯벌의 밥도둑' 감태다. 게장에 비빈 밥을 감태김에 싸서 먹으면 엔도르핀 과다 분비로 입 꼬리가 덜덜 떨린다. 진미식당의 주인 모녀는 충남 서산 출신이다. 꽃게의 고장 서산에서 6월과 12월 무렵 잡은 살이 실한 꽃게를 영하 35도에서 급속냉동으로 보관해두었다가 매일 일정량을 해동해 게장을 담근다. 서산 생강을 넣어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난다. 밥도둑인 게장은 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안주로 변한다. 다만 게장이 떨어지는 오후 8시 30분경이면 문을 닫으므로 술 한 잔 걸치고 싶다면 좀 일찍 찾아가야 한다. 테이블이 몇 개 없으므로 예약은 필수.

ADD 마포구 마포대로 186-6 TEL 02-3211-4468


어른의 입맛 1) 종로구

어른의 입맛 2 ) 중구·동대문구


* 이 글은 남성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루엘>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루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uelmagazine)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